<앵커>
전관 변호사가 사건을 잘 처리해 줄 것처럼 설명해 법무법인에 1천만 원 넘는 착수금을 보냈더니 전관 변호사는 얼굴도 못 봤고, 사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 법무법인은 지난 10개월 동안 착수금 환불까지 거부했는데, 저희 취재가 시작되자 돌연 송금했습니다.
전형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23년 6월 20대 여성 A 씨는 지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전국적으로 사무소를 두고 있는 이른바 '네트워크 로펌'인 B 법무법인을 찾아갔습니다.
B 법인은 상담 과정에서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가 사건을 맡아 가해자가 무혐의가 되지 않고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도록 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B 법무법인 관계자 (상담 당시) : 좀 더 안정적으로 한다면 전관 변호사님 진행을 도와드려야죠. 수사기관을 잘 알고 있는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님이 총괄을 해서.]
전관 변호사 비용은 더 비싸다며 착수금으로 1천100만 원을 받았습니다.
[A 씨/사건 의뢰인 : 가격표가 성형외과 상담받듯이 중간에 들어왔어요. 전관이 맨 윗줄에 있고, 가운데가 일반 변호사 이런 식으로.]
그런데 의뢰 사흘 만에 증거 불충분으로 경찰은 가해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직접 만나거나 통화해 본 적도 없던 전관 변호사와는 처분이 내려진 이후에야 연락이 닿았습니다.
[A 씨/사건 의뢰인 : (전관 변호사가) 제 사건을 아예 파악조차 못 하는 것 같아 보였고. 실질적인 서면 담당은 경제 관련 변호사더라고요. 그래서 신뢰도가 이미 바닥이 났고.]
착수금을 돌려달라고 했더니 계약 뒤 사흘이 지나면 환불 불가라는 약관을 들며 200만 원만 주겠다고 했습니다.
10개월이 지난 뒤 SBS 취재가 시작되자 B 법인은 A 씨에게 착수금 전액을 송금했습니다.
법무법인 측은 SBS 취재진에 상담 직후 내부 검토 의견서 작성과 자료 분석 작업 등 전관 변호사가 사건을 총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뢰인이 정산 협의를 거부하면서 전액 환불만을 고집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달 이와 비슷한 사건에서 기여도와 관계없이 사흘이 지났다는 이유로 환불 불가라고 한 법무법인 약관에 대해 무효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안성열/서울변호사협회 공보이사 : '변호사들은 다 이렇게 국민을 기만하는구나' 생각해서 사법 전체의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처럼 일부 네트워크 로펌의 부실한 사건 처리와 환불 불가 방침에 대한 진정이 쏟아지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불량 로펌'을 지정한 뒤 업무 정지나 거액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양현철, 영상편집 : 박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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