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들국화, 전인권 40주년 콘서트 – 마지막 울림'은 세상을 떠난 동료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는 전인권의 목소리로 시작됐다. "그들이 지금 여기에 다 와 있는 것 같다. 여러분들이 가는 길에도 축복이 있기를 빈다." 그의 첫마디는 곧 40년 음악 인생의 서막이었다.
올해 72세가 된 전인권은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기타를 둘러멘 채 무대에 섰다. '그것만이 내 세상', '걱정 말아요 그대'가 울려 퍼지자,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울부짖음'이 대강당을 메웠다. 1990~2000년대 마약 사건으로 수차례 무너졌지만 다시 돌아와 목소리를 지켜온 힘이기도 했다.
이날 무대에는 전인권의 52년 지기, 김천기 한양대 의학과 교수도 함께했다. 그는 하버드 의대를 비롯해 미국 의과대학에서 37년간 교수로 지낸 핵의학자이자 동시에 음악을 즐기는 가수다.
전인권은 "처음 만났을 때 롱코트 차림으로 노래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기가 막혔다. 이 친구와 싸운 적이 없다. 섭섭하면 '니가 이랬고, 저랬고'란 메시지가 오는 정도다. 곧 같이 앨범 하나를 만들겠다"고 자랑스레 소개했다. 이에 김천기는 "전인권의 친구가 된 건 전생에 나라를 구한 덕"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학문의 권위와 음악의 자유가 어우러진 이들의 우정은 무대 위에서 더욱 특별하게 빛났다.

공연 중 전인권은 신곡 '축하해요'를 처음 공개했다. "여러분 마음에 어떻게 들어갈까 고민하며 썼다. 옛날보다 훨씬 진솔해졌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공연 말미에는 "빨리 음반으로 나오길 바란다. 투자받아 더 잘해보겠다"며 특유의 소탈한 웃음을 남겼다.
이어진 명곡 비하인드에서는 매일 삼청공원에서 걷고 또 걸으며 만든 노래 '걷고 걷고'의 탄생기를 들려줬다. "나이란 건 아무것도 아니다. 산다는 게 참 좋다. 나는 안 죽을 것 같다"는 그의 고백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다.
앵콜 요청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전인권이 선보인 이번 공연의 마지막 곡은 통일을 기원하는 동요 '우리의 소원'이었다. 40년을 관통한 목소리는 예전만큼 쩌렁쩌렁하진 않았지만, 세월과 투병의 흔적이 배어 더욱 깊고 애절했다.
'마지막 울림'이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그 누구도 '마지막'을 자신할 수 없는 게 세상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인권의 독보적인 목소리는 과거에 존재했고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가장 확실한 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SBS연예뉴스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