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SNS 차단으로 촉발된 네팔 반정부 시위로, 주요 정부 관리가 사임했지만 폭행과 방화 등이 이어지며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 됐죠. 이번 시위를 이끈 것은 네팔의 Z세대로, SNS 검열에 대한 반발을 넘어 누적된 사회적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거센 시위'와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이 세대, 왜 이번 시위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걸까요?
이 모든 것은 SNS 접속 차단에서 시작됐습니다.
네팔 정부는 지난달 28일 소셜 미디어 사용 규제 지침을 강제하고자 네팔 내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운영 등록을 요구했습니다.
유튜브 등 26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기한 내 등록하지 않자 네팔 정부는 플랫폼 접속을 원천 차단해버렸습니다.
네팔 정부는 플랫폼 접속을 원천 차단해버렸습니다.
[바랄 서찌/한국 거주 네팔인 : 저는 메신저 앱, 페이스북이나 왓츠앱으로 (연락을) 많이 했었는데 다 연락이 끊겼었고 가족들과 연락이 안될까봐 그게 걱정이 됐었고 친구들이 거기에 참여했다고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계속 연락도 기다리고.]
그런데 이번 시위에 나선 Z세대들, 단순히 정부가 SNS를 차단했다는 이유만으로 길거리에 나온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바로 '네포 키즈Nepo Kids)' 때문입니다.
'네포 키즈'는 권력자나 유명인의 자녀가 가족인맥으로 기회와 특혜를 얻는 관행을 비꼬는 말로, 할리우드에서 유행한 '네포 베이비'에서 파생된 용어입니다.
네팔 SNS에서 이 네포키즈 게시물이 2~3년 전부터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는데요.
[강성용/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 : 네팔 정치인과 고위 관료의 자식들이 자기가 가진 부와 여유로운 삶을 자랑하는 내용이에요. 이게 하루하루를 넘기기 힘든 현실을 사는 네팔 사람들한테는 분노의 대상이 되는거죠.]
[바랄 서찌/한국 거주 네팔인 : 이런 거(SNS 규제)를 통해서 진짜로 있었던 부패나 이런 게 더 드러날까봐 SNS를 갑자기 차단했던 것 같다고 생각을 하고요.]
네팔은 전체 노동인구의 60% 정도가 농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농업 사회.
생산성과 소득이 낮은 농업 특성상, 청년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창출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네팔 청년의 실업률은 20%를 돌파했는데요.
겉으로는 5명 중 1명 꼴이지만 부모님의 농사일을 잠깐 돕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도 취업자로 집계되어 실제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강성용/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 : 만약 여러분이 네팔에서 태어난 젊은이라면 뭘 해야 될까요? 일자리는 없어요. 그냥 없습니다. 그러면 결국 할 수 있는 선택은 뭐냐 하면 일자리를 찾아서 나가야 돼요. 제일 편하게 나갈 수 있는 것은 인도예요. 인도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저임금으로 도맡아서 하는 노동을 하게 되겠죠.]
[바랄 서찌/한국 거주 네팔인 : 고등학교 끝나거나 아니면 학부 끝날 때쯤 다 유학 가려고 준비를 해요. 근데 네팔 안에서 더 좋은 기회를 주겠다고 하고 항상 약속은 하지만 제 친구들도 보면 그런 기회를 못 받은 것 같고 만약에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파워가 있는 분들의 자녀나 아니면 좀 더 힘이 있는 사람들의 인맥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실제로 네팔 정부에 따르면 평균 매일 청년 2천 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아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로 떠난다고 합니다.
해외로 나간 청년들이 가족을 위해 보내는 돈이 많다 보니 그 규모가 네팔 GDP의 약 30%에 달할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네팔 Z세대에게 SNS는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경제적 지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연결고리였는데요.
스위치 끄듯 SNS를 차단해버리니 길거리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누적돼 온 정부의 부정부패 역시 큰 불씨가 됐는데요.
네팔은 2008년부터 지난 17년간 14번의 정권교체가 이뤄졌습니다.
이번 시위는 SNS 차단으로 촉발됐지만 정치,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적 부패와 반복되는 지도자들의 책임 회피에 대한 Z세대의 분노가 터져나온 셈이죠.
네팔 청년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패된 정권이 교체되고 새로운 미래가 꾸려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위가 네팔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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