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 이재석 경사가 갯벌에 고립된 사람을 구하기 위해 홀로 현장에 나간 날, 드론을 띄워 순찰할 때 경찰관 2명이 동행하라는 인천해경의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며칠 전 단독으로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사고 당일 비행 일지를 입수해 살펴보니, 경찰관 두 명이 함께 순찰에 나선 것처럼 서류가 허위로 작성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최승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최승훈 기자>
지난 3월 인천해경은 영흥파출소, 민간 드론 업체와 회의를 열고 갯벌 합동순찰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드론 업체 직원 2명과 경찰관 2명이 한 조를 이뤄 순찰한 뒤 합동순찰을 종료하면 비행일지 확인란에 서명하는 지침도 세웠습니다.
하지만 고 이재석 경사 순직 당일 이 경사는 홀로 출동해 현장 드론 영상을 확인한 뒤 70대 중국인을 구조하기 위해 갯벌로 들어갔습니다.
드론 업체와 함께 합동순찰에 나선 다른 경찰관은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SBS가 단독으로 입수한 해당 드론 업체 비행 일지엔 이 경사 사고 당일 경찰관 2명이 합동순찰에 참여한 것처럼 일지가 허위로 작성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사고 당일 비행 일지입니다.
영흥파출소 직원 A 씨와 B 씨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고 근무팀장 도장까지 찍혀 있는데, 당시 A 씨는 비번이라 출근하지도 않았고, B 씨도 순찰 현장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비행일지 상단엔 '다시 싸인', '당시 해경 이름'이라는 손 글씨도 적혀 있어 서류상 하자가 있다는 걸 해경 또는 드론 업체가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비행일지와 영흥파출소 근무 일지를 대조해 보니 미심쩍은 기록이 또 있습니다.
사고 사흘 전 비행 일지엔 C 씨와 D 씨가 순찰했다고 적혀 있는데, 근무 일지엔 D 씨가 아닌 E 씨가 순찰했다고 적혀 있는 겁니다.
이 경사 사고 직전 비행일지 사흘 치 가운데 이틀 치에서 조작 정황들이 잇따라 발견된 거라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 규명이 이뤄져야 할 걸로 보입니다.
인천해경은 관련 의혹들에 대한 SBS 질의에 외부 기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보내왔습니다.
(영상편집 : 전민규, 디자인 : 박태영·최양욱,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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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 이재석 경사가 사고 당시 손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 워치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파악됐습니다. 이 스마트 워치에는 파출소 팀장과의 무전이 끊긴 뒤, 이 경사가 휴대전화로 다른 팀원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내역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어서 동은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동은영 기자>
검사 5명으로 전담팀을 꾸려 고 이재석 경사 순직 사고를 수사하는 검찰이 오늘(19일) 확보한 건 이 경사가 사고 당시 손목에 차고 있던 스마트 워치입니다.
검찰은 이 스마트 워치를 분석해 이 경사가 현장에 홀로 출동한 뒤 두 차례 휴대전화로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경사는 우선 지난 11일 새벽 2시 30분쯤, 당시 영흥파출소에서 당직 근무를 하던 팀장과 1분가량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이 경사가 꽃 섬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2시 29분이었던 만큼, 검찰은 무전을 통해 소통하던 두 사람이 왜 갑자기 휴대전화로 통화했는지, 당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입니다.
검찰은 또 새벽 3시 9분, 이 경사가 파출소 팀원 중 1명과 9초간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경사가 당직 팀장과 마지막으로 무전 교신을 한 새벽 3시 6분보다 3분 지난 시점으로 이 통화 직후인 새벽 3시 10분 나머지 팀원들은 이 경사가 있는 갯벌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검찰은 오늘 오후 이 경사의 유족을 불러 사고 직후 해경의 대처와 진실 은폐 의혹 정황과 관련한 사실 관계를 파악했습니다.
[故 이재석 경사 유족 : 저희들이 의심 갖고 있는 부분들이 왜 그렇게 됐고, 뭐가 잘못됐는지 다 알았으면 좋겠고. 그래야 재석이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검찰은 직무에서 배제된 이광진 전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전 영흥파출소장, 이 경사와 당시 당직 근무를 했던 팀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와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걸로 파악됐습니다.
이 경사의 동료인 다른 팀원들은 다음 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입니다.
(영상편집 : 최혜란, 디자인 : 제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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