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제총기로 아들 살해한 60대
생활비 지원이 끊긴 전처에게 앙심을 품고 생일상을 차려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6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살인, 살인미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기소된 A(62) 씨의 변호인은 오늘(19일) 인천지법 형사13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살인과 총포·화약법 위반 혐의는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변호인은 "며느리, 손주 2명 등 피해자 4명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는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하는 취지"라며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되 미수가 아닌 예비죄를 법리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A 씨는 생년월일과 주거지 등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질문에 담담히 대답했고,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재판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면 유족의 사생활 침해나 2차 가해가 우려된다"며 "유족들이 심리적으로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고 사회 복귀를 준비 중인 점을 고려해 재판을 비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A 씨 측 변호인도 같은 이유로 비공개 재판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족의 사생활 침해와 정신적 충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면서도 "규정과 판례를 검토한 결과 현재 상태에서 비공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 7월 20일 오후 9시 31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33층 집에서 사제 총기로 산탄 2발을 발사해 생일파티를 열어준 아들 B(33) 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그는 당시 집 안에 있던 며느리, 손주 2명, 며느리의 지인인 외국인 가정교사 등 4명을 사제 총기로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A 씨의 서울 도봉구 자택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과 세제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됐으며, 살인 범행 이튿날 불이 붙도록 타이머가 설정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는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 지난해 8월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사제총기 파이프와 손잡이 등을 구매한 뒤 총기 격발과 폭발물 제조 실험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는 과거 성폭력 범행으로 이혼한 뒤 일정한 직업 없이 전 아내와 아들로부터 장기간 경제적 지원을 받았으나 2023년 말부터 지원이 끊기자 유흥비와 생활비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A 씨는 전처와 아들이 금전 지원을 할 것처럼 행동하며 자신을 속여 아무런 대비를 못 하게 만들고 고립시켰다는 망상에 빠져 아들 일가를 살해하는 방법으로 복수를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