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학처럼 학생이 과목을 골라 듣게 하는 고교학점제가, 올해부터 전면 도입됐습니다. 학생의 선택권을 키우고 진로 맞춤 교육을 하자는 취지였는데, 이 학점제 때문에 학교를 떠난다는 학생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왜 그런 건지, 정성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김 모 군은 첫 중간고사를 본 뒤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대학교처럼 필수와 선택 과목을 골라 최소 192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하는데, 과목마다 학업 성취율 40% 이상, 출석 3분의 2 이상 조건을 못 채우면 졸업이 연기될 수 있다는 게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김 모 군/고등학교 자퇴생 : (원래) 중간고사가 없고, 수행평가가 한 주씩 이렇게 다 있거든요, 5일 동안. 그런데 고교학점제 (시험)까지 채워야 되다 보니까 그게 좀 엄청 크죠, 압박감이.]
이렇다 보니 학교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김 모 군/고등학교 자퇴생 : 진짜 힘들죠. 한 번 뒤처지면 따라가기가 쉽지가 않아요. 자퇴해야죠, 그럴 땐 그냥. 학기 중에 자퇴한 애들은 한 서너 명 있고….]
성적 미달이면 방과 후나 방학 때 보충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학생들이 꺼리는 부분입니다.
[이상민/고등학교 교사 : 학생들끼리의 낙인 효과가 파장이 크겠죠. 학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마 떠나고 싶어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되기 때문에….]
또 내신 경쟁을 줄이겠다며 9등급제였던 내신을 5등급으로 구간을 넓혀 놓고는 상대평가 과목을 늘려, 오히려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게 학교 현장 분위기입니다.
[이상민/고등학교 교사 : 등급이 안 나올까 봐, 또는 자기가 대학에 좀 불리해질까 봐, 그런 쪽으로 (과목) 선택을 하다 보니까 이게 결국 교육의 본질에서는 좀 벗어나는….]
고교학점제 전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교원 3단체의 조사 결과, 교사 78%가 '미이수' 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고교학점제 개선 방안을 내일(19일) 내놓겠다던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 협의가 필요하다며 돌연 취소했습니다.
이미 2학기가 시작된 상황에, 고교학점제 개편 작업을 서두르다 엇박자를 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황인석, 영상편집 : 정성훈, 디자인 : 박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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