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개업 안 해…학생들 가르치고 싶어
-호의가 호의를 부른다, 김장하 선생의 가르침
-입법·행정 견제 위해 만든 사법부, 존중해야
-다만 판결, 국민 신뢰 얻어야…제도개선 필요
-선출-임명 권력? 대한민국 헌법 읽어보시라
-사법 개혁은 상품 아냐, 지속가능성 확보돼야
-사법 개혁 논의에 사법부 참여는 당연
-尹 파면?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 뿌리내렸다
-'정치권 대립, 일방 책임 아냐' 메시지, 지금도 유효
-탄핵심판 과정, 야구로 치면 8회 2아웃 공격
■ 방송 : SBS 김태현의 정치쇼 (FM 103.5 MHz 7:00 ~ 9:00)
■ 일자 : 2025년 9월 17일 (수)
■ 진행 : 김태현 변호사
■ 출연 :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
▷김태현 : 이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뀌었습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직접 주문을 낭독했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을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문형배 : 안녕하십니까.
▷김태현 : 처음 뵙겠습니다. 퇴임하셨잖아요.
▶문형배 : 네.
▷김태현 : 아마 법관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의 판결문을 쓰시고 퇴임하신 건데요. 33년간 법복을 내려놓는 소감은 어떠세요?
▶문형배 : 아무런 미련이 없습니다.
▷김태현 : 마지막에 너무 큰 사건을 하셔서 그런 거 아니세요?
▶문형배 : 계속 힘들었습니다.
▷김태현 : 계속요?
▶문형배 : 네.
▷김태현 : 법복 입은 33년 내내요?
▶문형배 : 네.
▷김태현 : 요새는 그러면 뭐 하고 지내십니까?
▶문형배 : 강연 좀 하고, 또 제 공부도 하고 그렇습니다.
▷김태현 : 처음에 헌법재판관 되실 때 청문회에서 이런 말씀을 하셔서 그 당시에 화제가 많이 됐었어요. "영리 목적의 변호사 개업은 하지 않겠다."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고위법관을 지내고 변호사 개업 안 하는 게 쉬운 게 아니거든요.
▶문형배 : 사실은 인사청문회 때 그렇게 말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고요. 그 문제를 제가 가족하고 상의를 안 했거든요.
▷김태현 : 그러셨어요?
▶문형배 : 그래서 가족한테 엄청난 지적을 받았습니다.
▷김태현 : 가족분들은 난리가 날 수가 있지요.
▶문형배 : 그런 문제는 적어도 상의는 해야 될 거 아니야.
▷김태현 : 생계와 관련된 건데.
▶문형배 :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건 제가 결정할 문제라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어떻게든 제가 생계를 책임지면 되지 않습니까.
▷김태현 : 그러면 당연히 변호사 개업은 안 하신 거지요?
▶문형배 : 네.
▷김태현 : 그러면 어디에 적을 두고 계세요?
▶문형배 : 저는 무소속입니다.
▷김태현 : 소위 말하는 백수?
▶문형배 : 네.
▷김태현 : 그러면 학교에서 강의하거나 이럴 계획도 없으세요?
▶문형배 : 대학에서 학생들하고 가르치고 배우고 싶어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는 게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김태현 :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내셨는데 로스쿨...
▶문형배 : 조금 더 말하면 좀 불편해할 분이 있기 때문에요. 어쨌건 간에 대학의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만 말씀드리고요. 대학 들어가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김태현 : 그래요?
▶문형배 : 네.
▷김태현 : 소위 말하는 TO, 자리가 없나요?
▶문형배 : 거기까지만요.
▷김태현 : 알겠습니다. 이번에 책을 내셨어요. 제목이 '호의에 대하여'.
▶문형배 : 네.
▷김태현 : 이게 보니까 법관 시절에 블로그에 쓰신 글들을 모은 책이라고 이렇게 알려져 있는데요. 이 책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어요?
▶문형배 : 저는 호의가 호의를 부른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제 인생을 관통하는 게 뭘까 해 보니까 김장하 선생님이 제게 호의를 베풀었고, 저는 그 호의를 갚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했다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되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김태현 : 일종의 우리의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이거의 확장 버전인 거잖아요.
▶문형배 : 그게 지금에 와서 많이 까먹고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 인류가, 또 우리 국민이 이 사회를 지탱했던 힘이 호의입니다. 호의가 없으면 우리가 공동체를 끌고 갈 수가 없습니다.
▷김태현 : 그렇지요. 그러면 법관 하시면서 많은 사건을 보시고, 다양한 인간군상을 접해 보셨는데요. 이러면 지금 세상이 갈수록 호의를 찾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어간다 이렇게 느끼신 거겠네요?
▶문형배 :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태현 : 그러면 애초에 블로그에 계속 처음에 글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문형배 : 처음 시작한 것은 법률을 좀 쉽게 설명해야 되겠다 이렇게 시작했고요. 그런데 그걸 계속 쓸 수가 없어요. 진행자께서도 변호사이시지만 어렵거든요.
▷김태현 : 판사님들 업무가 많이 있어서.
▶문형배 : 그래서 방향을 틀어서 독서 일기 좀 쓰다가, 또 현안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럴 때 답답하니까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김태현 : 인생에서 김장하 선생한테 받은 호의 여기서부터 출발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걸 모르시는 청취자분들도 있으시니까 소개를 좀 해 주시지요.
▶문형배 :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저한테 장학금을 주셨고, 그분의 은행이 저에게 가르침을 주셨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태현 : 그러니까 학생 문형배가 어른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받은 호의를 내가 베풀겠다 이것을 말씀하시는 것인데요.
▶문형배 : 그렇지요.
▷김태현 : 그런데 재판관님, 변호사는 무료변론도 해 줄 수 있고 이래서 어려운 분들이나 다른 사람한테 호의를 베풀 수가 있는데요. 판사님이 호의를 베푼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판사의 업무랑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측면이 있잖아요.
▶문형배 :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중한 죄를 지었을 때 중한 처벌을 내리더라도 그걸 따뜻한 시선으로 내리는 것하고 경멸의 시선으로 내리는 것하고는 다릅니다. 그러고 또 어떤 사람의 범죄를 분석할 때 환경에 원인이 있지 않나. 그러면 그 환경을 고쳐주는 것과 함께 벌을 생각해야 된다 이런 것들이 다 도움이 됩니다. 그러고 재량 여지가 변호사보다 판사가 큽니다.
▷김태현 : 결정하시니까 그렇기는 하지요. 그러면 재판관님, 판결을 쓰시고 할 때 예를 들어서 호의를 베푼다 그러면 똑같은 징역형, 중형을 선고하더라도 그 판결문 끝에 양형이유가 있잖아요. 그런 거 쓰실 때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한 가슴으로 쓰면 피고인들이 그걸 받더라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그런 확률이라 그럴까요. 이해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까?
▶문형배 : 확률까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판사로 있으면서 피고인들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비율이 실형을 선고한 사람이 집행유예 받은 사람보다 훨씬 많습니다.
▷김태현 : 그래요?
▶문형배 : 집행유예 받은 사람은 감사의 편지를 잘 안 씁니다.
▷김태현 : 나가서 잊어먹지요.
▶문형배 : 네.
▷김태현 : 그러면 예를 들면 실형받고 법정구속되거나 집행유예로 밖에 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구치소 안에서 판사님, 감사합니다. 판결문 보고 저는 깨닫고 새사람이 됩니다 이런 편지를 쓴다는 말씀이세요? 그거 되게 드문 예인데요.
▶문형배 : 그러니까 예를 들면 재판 진행과정에서 이러이러한 점을 나한테 배려해 줬다, 이런 게 참 고맙다. 형은 받았지만 내가 성실하게 살겠다 이런 편지가 와요, 의외로.
▷김태현 : 실제로요?
▶문형배 : 네. 그런데 집행유예 해 주면 집행유예 줬는데 저한테 편지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자기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김태현 : 그렇지요. 그런데 재판관님, 아예 구치소에 재소자들한테 편지를 받아본 법관들도 별로 안 계실걸요?
▶문형배 : 아니에요. 의외로 많습니다.
▷김태현 : 그래요?
▶문형배 : 판사가 맨날 악플 다는 사람만 있다면 판사 못 하지요. 의외로 많아요. 그걸로 버티는 겁니다.
▷김태현 : 아, 그걸로요. 그러면 그 안에서 본인을 구속시킨 판사님한테 편지를 보내는 재소자의 마음, 그 의미는 뭘까요?
▶문형배 : 저는 자기 죄를 가장 정확히 아는 사람이 피고인이라 생각하거든요.
▷김태현 : 본인이 한 일이니까요.
▶문형배 : 네. 그런데 그걸 어떻게 다루냐 이건 판사의 영역이거든요. 그걸 좀 따뜻하게 다뤄주고, 자기를 인간적으로 대해 주면 그분도 고마워합니다. 그러고 그게 뉘우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김태현 : 그러면 재판관님, 피고인을 무조건 봐주는 거, 무조건 유리하게 해 주는 그게 호의는 아닌 거지요?
▶문형배 : 그렇지요.
▷김태현 : 그러면 엄정하고, 공정하고, 그 사건 자체를 잘 바라보고 이렇게 해 주는 것도 호의의 일종이다?
▶문형배 : 저는 공직자의 뇌물사건은 되도록이면 엄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교통사고 미합의 사건 이런 건 되도록이면 선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문제가 피해자거든요. 피해자한테 어떤 식으로든 연락해서 좀 이렇게 선처를 할 수 없냐 물어본 적도 있고요. 그러니까 판사가 노력하면 충분히 변화를 할 수 있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책을 마지막에 보면 사법부에 대한 고민 이걸 많이 담으셨더라고요. 재판관님, 이런 내용이 있어요. 국민이 법원에 왜 충분한 신뢰를 보내지 않는지, 왜 법관에게만 독립을 강조하는지 뭐 이런 내용들이요.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던데요. 그 고민의 답을 찾으셨습니까?
▶문형배 : 제가 하나 예를 들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9월에 구속영장이 청구가 됐어요. 그런데 법원에서 기각이 됐어요. 그래서 석방이 됐지요. 그랬더니 이른바 보수진영에서 그 판사를 엄청나게 공격했습니다. 그건 헌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사법부 권한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요. 다만 국민이 사법을 불신하고 그 원인이 제도미비에 있다면 제도개선을 해야 됩니다. 한마디로 재판은 독립되어 있어야 되고, 판결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됩니다. 그게 제 판사로서의 고민결과입니다.
▷김태현 : 그러면 어느 정도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은 필요하다는 말씀이시잖아요.
▶문형배 : 불신과 제도미비에 원인이 있다면 저는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태현 : 혹시 어떤 제도가 미비하다 이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계신 게 있을까요?
▶문형배 : 저는 여러 가지 지금 논의되고 있는 주제들을 좀 논의했으면 합니다.
▷김태현 :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예전에 비해서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던데요. 재판관님, 처음에 법관 시작하실 때보다 지금 훨씬 더 국민들이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문형배 : 저는 헌재의 신뢰는 여론조사 결과 작년 4월 61% 신뢰였습니다. 헌재의 신뢰는 좀 회복이 됐다고 생각하고요. 법원의 신뢰는 좀 떨어진 건 사실이다, 회복이 필요하다. 그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김태현 : 사법부의 신뢰도가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뭐라고 보세요? 판결이 잘못됐다고 보시는 겁니까?
▶문형배 : 아무래도 법원은 판결하는 곳이니까 그 언저리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태현 : 그러면 판결이 국민감정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문형배 : 그럴 수도 있고요. 두 번째는 제대로 설명을 못했다. 어디에 원인이 있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김태현 : 그게 원인이 있는 겁니까, 아니면 요새는 예전에 비해서 판결이 나왔을 경우에 국민들의 반응, 언론의 반응 이게 정파마다 좀 다르잖아요. 그런 반응들이 워낙 예전에 비해서 강렬하니까 그래서 사법부가 신뢰를 못 받는 것처럼 비춰지는 겁니까, 아니면 판결 자체에 문제가 있는 판결들이 좀 있습니까?
▶문형배 : 그걸 제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고요. 분명한 것은 이 사이에 관용과 자제가 좀 떨어졌다.
▷김태현 : 관용과 자제가 떨어졌다?
▶문형배 : 네.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가 지금 분열돼 있고, 그 연장선상에 사법이 놓여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태현 : 그러면 일각에서 얘기하는 정치의 사법화 이것도 좀 원인이 있다고 보세요?
▶문형배 : 정치의 사법화 문제도 있을 수도 있고, 사법의 정치화 문제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런데 그 두 개가 저는 결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태현 : 네.
▶문형배 : 정치 문제를 사법부에 가져오면 그 판결이 정치적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태현 :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그렇지요.
▶문형배 : 어떤 결과가 나오든요. 그러므로 정치의 사법화를 좀 경계해야 되고요. 그것이 사법이 정치화되는 것을 막는 겁니다. 왜 정치문제를 다 사법부에 가져옵니까. 이렇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김태현 : 맞아요. 아니면 판결은 기본적으로 누구 하나는 좋아하고, 상대는 싫어할 수밖에 없는.
▶문형배 : 그러니까요. 그걸 놓고서 왜 사법부가 국민을 다 설득을 못 하느냐 하면 어떻게 합니까. 설득을 할 수가 없는데요.
▷김태현 : 알겠습니다. 여의도의 문제는 서초동으로 가져오면 안 되는데 그런 일이 갈수록 많이 생겨서요. 이 비슷한 얘기를 최근에 강연에서도 하셨던데요.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법부 권한에 대한 존중이나 관용 없는 개혁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형배 :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 헌법에 따라 만든 기관입니다. 당연히 사법부의 판결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불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법부의 권한은 헌법에서 주어진 권한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존중해야 된다는 겁니다. 다만 그 판결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을 때 그럴 때는 제도개선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거지요. 그러고 법원은 충분히 설명을 해야 되는 거지요. 왜 이 견제가 필요했나. 그런 점이 둘 다 부족한 게 아닌가. 제도개선의 문제도 있고, 설명도 조금 부족한 게 아닌가 그렇게 추측해 봅니다.
▷김태현 : 최근에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선출권력과 임명된 권력이 어느 게 우위냐 이런 논쟁들이 지금 여의도에서 나오고 있거든요.
▶문형배 :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을 한번 읽어보시라 이게 제 대답입니다.
▷김태현 : 대한민국 헌법을 읽어보시라는 얘기는 선출권력이나,
▶문형배 : 그런 걸 떠나서요. 우리의 논의의 출발점은 헌법이어야 됩니다. 헌법 몇 조에 근거해서 주장을 펼치시면 논의가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태현 : 좀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안 돼요?
▶문형배 : 이 정도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너무 현안이 되어서요. 저는 대화의 주체가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태현 : 사법개혁이라는 거기에 대해서 사법부도 참여해서 논의하는 게 당연하냐, 아니면 사법부는 빠져 있어야 되느냐 뭐 이런 얘기도 있거든요.
▶문형배 : 아니, 그거는 너무나 당연한 겁니다. 제가 법원에 있을 때 사법개혁을 줄곧 외쳐온 사람입니다. 뭐 좀 그렇지만 27년간 외쳤습니다. 사법개혁의 역사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법개혁의 역사에서 사법부가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김태현 : 당연히 사법부는 참여해야 된다.
▶문형배 : 참여해야 됩니다.
▷김태현 : 그러면 재판관님이 생각하시는 사법개혁의 가장 중요한 뿌리와 줄기는 뭐예요?
▶문형배 : 결국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건가 하는 문제입니다. 방안의 문제이지요. 그런데 그게 지난 30년, 40년 논의를 했는데 결론을 못 내렸지 않습니까. 이유가 있습니다. 그게 쉽지 않습니다. 정말 다각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금 신속을 강조하지 않습니까. 신속을 강조하면 진 사람, 진 사람이 공정한 재판이 문제가 됩니다.
▷김태현 : 네.
▶문형배 : 진 사람으로서는 재판을 많이 하는 게 좋습니다. 이긴 사람은 재판을 빨리 끝내는 게 좋습니다. 그걸 균형을 맞추는 게 개혁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재판을 세 번이다 네 번이다 계속하면 좋다는 것은 진 사람의 이야기이지 이긴 사람은 재판을 한 번 하면 좋은 겁니다.
▷김태현 : 이긴 사람은 1심으로 끝나면 제일 좋지요.
▶문형배 : 그렇지요. 그런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문제이지, 뭐 이게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거면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010년에 사법개혁을 시도했습니다. 그 당시에 주체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었습니다.
▷김태현 : 2010년이면 한나라당이었지요.
▶문형배 : 그렇지요. 그런데 사법개혁이 결국 미완으로 끝났습니다. 당시에 야당이 반대를 했지요. 그 문제가 뭐냐, 그 방안이 설득을 두루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사법이 개혁되어야 된다는 걸 저는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그 방안에 대해서는 그간의 논의, 견제의 논의 이걸 충분히 해서 결론을 내야 지속가능합니다. 그러니까 A 정부에서 이런 방안을 했다가 B 정부 돼서 그거 다 허물고 또 다른 안을 세우고 그렇게 사법을 꾸려나가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건 무슨 상품이 아니거든요.
▷김태현 : 네.
▶문형배 : 그러고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이해관계가 상당히 복합적이지 않습니까. 행정부도 이해관계가 있고, 입법부도 관계가 있고요. 국민도 원고 다르고, 피고 다른 겁니다. 변호사 이해관계 다르고, 법원의 이해관계가 다릅니다. 검찰도 이해관계가 다르고요.
▷김태현 : 다 다르지요.
▶문형배 : 그걸 어떻게 일도양단식으로 결론을 내립니까. 근본적인 이익은 보장하면서 또 조금 비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는 좀 타협을 하고, 이런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재판관님, 그런 의미에서 대법관 숫자 증원하는 것도 의견이 갈리는데요.
▶문형배 : 저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화 주체가 아니므로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문형배 : 저는 무직입니다.
▷김태현 : 무직이시기는 하지요. 알겠습니다. 최근에 탄핵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우리 대통령도 두 번을 사실 탄핵을 시켰고요. 직접 탄핵심판을 해 보신 입장에서 탄핵의 무게는 어떻게 느끼세요?
▶문형배 : 참 어마어마하지요. 피할 수 있으면 좀 피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요.
▷김태현 : 탄핵심판이요?
▶문형배 : 네.
▷김태현 : 어떤 점이 그렇게 무게감이 느껴지시던가요?
▶문형배 : 둘 중에 하나는 절망하는 것 아닙니까. 국회 측이든 피청구인 측이든요.
▷김태현 : 이 앞서도 말씀해 주셨지만 판결이 항상 승자와 패자가 있는 거니까요. 원고든 피고든, 검찰이든 피고든요.
▶문형배 : 그게 가장 뚜렷한 게 탄핵심판입니다.
▷김태현 : 다른 재판에 비해서 탄핵심판이요?
▶문형배 : 네.
▷김태현 : 국회든 아니면 대통령 측이든 한쪽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문형배 : 그렇지 않습니까. 한쪽은 권력을 내려놔야 되거나 아니면 탄핵소추가 부당하거나 그렇지 않습니까.
▷김태현 : 지금 말씀이 나왔으니까 얘기인데요. 파면선고 하셨을 때 아마 그 소회가 엄청나게 있으실 것 같아요.
▶문형배 : 네.
▷김태현 : 당시에 느끼셨던 소회 이런 것들을 만약에 블로그에 남긴다면 제목을 뭐로 좀 붙이고 싶으세요?
▶문형배 :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 뿌리내렸다 이게 탄핵 결정의 의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태현 : 그 결정문으로요?
▶문형배 : 네. 그러니까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해제가 되었고, 헌법위반의 책임을 헌법재판소가 물었다. 그럼으로써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비상계엄은 하지 못할 것이다. 이걸 우리 누구도 용인하지 않는다. 그게 저는 탄핵 결정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김태현 : 개인적으로 그 결정문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으셨던 문장이나 메시지가 좀 있으세요?
▶문형배 : 정부와 국회 사이의 위와 같은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조율되고 해소되어야 할 정치문제다. 이 문장이고요. 그 문장의 의미는 지금도 유효하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태현 : 대한민국 모든 정치세력에게 들으라는 말씀 같아요.
▶문형배 : 우리 재판관들이 공식적으로 합의한 내용입니다. 이 의미는 새로운 정부, 그때는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김태현 : 그렇지요.
▶문형배 : 새로운 정부 하에서도 유효하다, 그 어떤 의미를 담아보자. 그래서 만든 문구가 그겁니다.
▷김태현 : 그게 단순히 이번 정부나 다음 정부, 다다음 정부 계속 되는.
▶문형배 : 모든 정부에.
▷김태현 : 모든 정파에게.
▶문형배 : 모든 정파에게 적용된다. 저희들 생각은 그렇습니다.
▷김태현 : 사실은 그 문장이 언론에서도 굉장히 호평을 많이 받았고요. 저도 되게 가슴에 와닿게 들었는데요. 그런데 이게 모든 재판이 그렇지만 탄핵심판 같은 경우에 국회 측이든 대통령 측이든 지면 궤멸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는 한데요. 탄핵찬성 측, 반대 측 양쪽으로부터 엄청나게 비판을 받으셨잖아요. 정당으로 말하면 국민의힘에서 욕을 먹고, 민주당에서도 욕을 먹고 이러는 상황이었는데요. 당시 심경이 어떠셨어요?
▶문형배 : 욕먹고 이런 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고요. 저는 어떻게든 결정을 하고 나가야 되겠다 그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욕은 자꾸 먹으면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김태현 : 재판관님, 사실은 합의과정은 절대 공개하는 게 아닌데 그냥 큰 틀에서요. 재판관들끼리 의견충돌이 어마어마하게 있었습니까, 아니면 있기는 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였습니까?
▶문형배 :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재판관들끼리 정중하게 이견을 제기했고, 토론과정에서 이견이 해소되었습니다.
▷김태현 : 그러면 일반 다른 헌법재판이나 또는 대법원 전원합의부나 이견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생각이 다양하니까요.
▶문형배 : 네.
▷김태현 : 그 이견을 해소하는 과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까요?
▶문형배 : 보통 탄핵재판과 똑같았습니다.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린 겁니다.
▷김태현 : 혹시 이게 어떻게 보면 탄핵심판의 특성상, 예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그랬고요. 국민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 만장일치가 중요하잖아요. 만장일치가 안 될 수도 있었던 상황도 있었나요?
▶문형배 : 그건 말씀드릴 수는 없고요. 독일은 가령 몇 대 몇으로 표결이 됐잖아요. 그런데 결정문에 소수의견을 표시를 안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왜 그렇게 하겠습니까? 허용됩니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논의는 치열하게 나되, 결론이 났잖습니까. 결론이 났을 때는 그다음은 설득의 영역이거든요.
▷김태현 : 그렇지요.
▶문형배 : 그렇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변론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진실을 영원히 숨길 수는 없다 이런 생각을 하셨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어떤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드셨어요?
▶문형배 : 헌재가 인정한 사실인정은 증거가 너무 많습니다. 그걸 가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 말뜻입니다.
▷김태현 : 혹시 윤 전 대통령 변론 들으시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그런 주장이 좀 있으세요?
▶문형배 : 국회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 그 지시를 누가 했겠습니까.
▷김태현 : 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시 대통령밖에 없지요.
▶문형배 : 저는 그렇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는데요. 제가 보니까 재판관님은 야구 좋아하시더라고요.
▶문형배 : 네.
▷김태현 : 부산 분이시니까 롯데자이언츠 좋아하시겠지요.
▶문형배 : 그거 좀 말씀하지 마십시오. 스트레스입니다.
▷김태현 : 저는 두산베어스입니다. 저는 9등이에요. 저희보다 위에 계시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그동안 우승을 많이 했습니다. 참을 수 있어요.
▶문형배 : 92년 우승하고 한 번도 못했습니다.
▷김태현 : 올해는 될 것 같습니까?
▶문형배 : 언급을 안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질문 드려볼게요. 야구로 치면 이 탄핵심판 과정은 어떤 상황이었다고 비유할 수 있을까요?
▶문형배 : 8회 투아웃 공격이었습니다.
▷김태현 : 공격이요?
▶문형배 : 네.
▷김태현 : 대개 9회말 투아웃을 예를 드는데요.
▶문형배 : 8회였습니다. 8회 투아웃 공격입니다. 그러니까 한 회가 더 있는 거지요. 그렇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김태현 : 한 회가 더 있다는 건 어떤 뜻입니까? 여기서 실패해도 다음이 있다 이런 말씀이세요?
▶문형배 : 야구팬들은 이해하실 겁니다.
▷김태현 : 그래요?
▶문형배 : 네.
▷김태현 : 약속의 8회가 끝나도 우리에게는 9회가 남아 있다, 마지막 공격이 남아 있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재판관님, 알겠습니다. 오늘 귀한 분 모셔서 정말 좋은 얘기 많이 들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형배 : 감사합니다.
▷김태현 : 지금까지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소장 권한대행이었습니다. 재판관님, 감사합니다.
▶문형배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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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김태현의 정치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