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 패션쇼 참가하는 모델 아부크 아만
"나오미 캠벨처럼 자기 업계에서 새로운 길을 연 인물들을 굉장히 존경합니다. 제가 캠벨을 닮았다는 얘기를 한국 사람들한테 많이 듣기도 했어요."
아프리카 남수단 출신 모델 아부크 아만(26) 씨는 10일 서울 동대문 한 카페에서 이뤄진 언론 인터뷰에서 '롤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에 세계적인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을 언급했습니다.
아만 씨는 사단법인 아프리카인사이트와 연합뉴스가 13일 오후 8시 서울시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유구전시장에서 개최할 '제8회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 프리미엄 패션쇼'에 참가합니다.
그는 "패션쇼를 통해 아프리카의 긍정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생각에 너무 흥분된다"며 사흘 앞으로 다가온 아프리카 패션쇼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나이지리아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옷은 물론, 한복 브랜드 '김민주'의 작품 등 의상 3벌을 입고 아름다움을 뽐낼 예정입니다.
그는 아프리카 패션의 매력에 대해 "색이 굉장히 다채롭고 강렬하다"며 "패션을 통해 아프리카 부족들의 다양한 문화도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패션쇼를 앞두고 최근 한복을 입어 본 소감에 대해선 "한복은 매우 단아하고 아름답다"며 "한복에는 한국의 역사도 녹아 있는 만큼 내가 마치 공주가 된 느낌이었다"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만 씨는 한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아프리카 출신 모델로 꼽힙니다.
모델로 나선 첫해인 2022년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 메인 모델로 발탁됐습니다.
그동안 조선미녀, 파넬, 티르티르 등 여러 뷰티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했습니다.
한국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파리, 싱가포르 등 외국 패션쇼 무대도 밟았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팔로워가 4만4천 명이나 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팔로워들의 국적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남아공, 브라질 등 다양하다고 합니다.
그는 모델로서 자신의 강점으로 자신감과 피부색을 꼽았습니다.
아만 씨는 "자신감이 없다면 모델로 살아남을 수 없다"며 "나처럼 피부색이 굉장히 어두운 모델은 많지 않다. 나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을 대표하는 모델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아프리카 출신 모델 중에서도 유난히 검은 피부가 '런웨이'를 돋보이게 하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키가 183㎝인 아만 씨는 아프리카 대륙의 대표적인 장신 부족인 남수단 딩카족 출신이기도 합니다.
그는 "나는 가족 중에서 그렇게 큰 편이 아니다. 할아버지는 '나무'라고 불릴 정도로 키가 매우 크다"고 전했습니다.
가족은 현재 남수단, 우간다, 이집트, 케냐, 미국, 호주 등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사연의 이면에는 남수단의 안타까운 현실이 숨어있습니다.
1999년 남수단에서 태어난 아만 씨는 다섯살 때 이웃국가 우간다로 이동해 청소년기까지 거주했습니다.
가족이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랜 내전 등으로 정세가 불안한 남수단을 떠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아만 씨는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2년 한국에 들어와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중 기숙사 지인의 권유로 모델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모델이라는 직업을 사랑한다"며 "모델은 예술이고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소통 수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가장 보람이 컸던 활동은 2022년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의 메인 모델이라고 회상했습니다.
아만 씨는 "당시 아프리카의 많은 가족이 온라인 홍보물에서 나를 봤다. 모델로서 가족에게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히 우간다에 계신 어머니는 한국에 아프리카를 주제로 한 축제가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라시면서 한국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흐뭇해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김치라고 밝힌 아만 씨는 "어렸을 때부터 많은 나라를 다녔는데 한국은 나에게 집과 같은 곳"라며 "한국 패션계가 점점 나와 같은 다양한 모델을 받아들이는 게 느껴진다"며 고마움을 나타냈습니다.
(사진=아프리카인사이트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