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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이글 타는 고현정의 눈…기대 적중한 '사마귀' [스프]

[취향저격] 강렬한 연출 '변영주', 타오르는 '고현정' (글 : 홍수정 영화평론가)
사마귀 사마귀
2025년은 시리즈의 해인가? 올봄 <폭싹 속았수다>가 전국을 강타했고, 여름에는 <오징어 게임> 마지막 시리즈가 우릴 찾아왔다. 그런 와중에 <귀궁>, <미지의 서울>처럼 분명한 색깔로 알뜰하게 사랑받은 작품도 적지 않았다.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행복한 한 해였을 것이다. 이런 행렬을 잇는 하반기의 기대작이 또 하나 있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이하 <사마귀>)이다.

이 작품은 일찍이 변영주 감독과 고현정 배우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다. 변영주는 최근 각종 예능에서 뛰어난 입담을 선보이고 있지만 실은 <낮은 목소리> 1, 2, 3편과 <화차>로 탄탄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특히 이선균, 김민희 배우 주연의 <화차>는 여성의 서사와 스릴러 장르를 촘촘하게 엮은 수작이다. 그리고 고현정. 설명이 필요할까 싶지만 그녀는 미실, 아니 <선덕여왕>과 <여왕의 교실>, <마스크걸> 등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주인공이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에서 다채롭게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고만 일러두자.

두 장인의 만남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말도 안 되게 좋을 수도 있지만, 말도 안 되게 별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행히 변영주와 고현정은 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이들은 깔아준 판 위에서 신나게 노니는 중이다. <사마귀>에 선명하게 찍힌 이들의 인장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아래부터 <사마귀>와 <화차>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다.

비록 변영주가 각본을 쓰진 않았으나 <사마귀>는 <화차>와 닮은 구석이 많다. 어쩌면 그 점이 변영주와 이 작품을 서로 만나게 하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먼저 <사마귀>와 <화차>는 여성 살인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피를 보더라도 취할 정도로 탐욕적이다. 또한 이들은 집요하다. 그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부르든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목표를 향해간다. 그래서 정이신(고현정)은 <화차> 속 살인자보다 더 독하고 거친 언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그건 두 작품이 집중하는 정서다. <화차>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사건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여기에는 알 수 없는 사건을 바라보는 이의 두려움과 연민이 묻어있다. <사마귀>도 정이신이라는 희대의 살인마가 주는 두려움을 담는다. 그러나 <사마귀>는 살인자를 바라보는 아들 차수열(장동윤)의 시선에 자주 동조된다. 그래서 그녀를 마주하는 아들의 혼란, 그녀의 피를 받은 자신에 대한 공포가 중요한 축으로 작동한다. 두 작품의 소재는 비슷하지만, 집중하는 감정은 상당히 다르다.

변영주는 <사마귀>만의 정서를 절묘하게 쌓아 올린다. 이것은 주로 배우들의 연기로 재현된다. "피 냄새가 좋냐"는 수열의 물음에 이신은 "네가 태어날 때 나던 냄새잖니"라고 응수한다. 이 말은 정확히 수열의 공포를 정조준한다. 너는 나의 피를 받고 태어났어. 이건 경찰을 향한 도발일까, 아들을 향한 사랑의 언어일까. 여러 감정이 충돌하는 이 장면에서 고현정은 장동윤을 향해 이글이글 타는 눈으로 돌진하며, 장동윤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가 쏘는 에너지를 피하고 자신의 페이스를 찾는다. 이토록 밀도 높은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각본과 연출의 덕이며, 변영주가 강렬한 서사와 감정을 다루는 데 탁월하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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