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찰하는 네팔 경찰관들
네팔 정부가 소셜미디어 접속 차단과 부패에 반대하는 시위로 19명이 숨지자 SNS 접속을 다시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이틀째 이어진 시위에서 일부는 대통령과 장관 자택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 오늘(9일) 네팔 정부는 전날 수도 카트만두 의회당 앞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가 유혈 충돌로 번지자 시위를 촉발한 SNS 접속 차단 조치를 해제했습니다.
프리트비 수바 구룽 네팔 정부 대변인 겸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은 "SNS 차단 조치를 철회했다"며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는 전날 시위 중 대규모 인명 피해가 일어난 데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진상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샤르마 총리는 전날 심야 성명에서 "정부는 SNS 사용을 중단하길 원하지 않으며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할 것"이라며 "(이번 시위와 관련한) 원인을 규명하고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보름 안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재임한 라메시 레카크 내무부 장관은 전날 시위자 19명이 사망한 데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스페인 EFE 통신은 전했습니다.
그는 전날 열린 긴급 내각 회의에서 올리 총리에게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위대는 카트만두에 내려진 통행금지령을 무시하고 이날도 총리실 인근에 모여 정부를 규탄했습니다.
SNS에는 카트만두 시내와 인근 지역에서 시위대가 주요 정치 지도자들의 자택을 공격하는 영상이 공유됐습니다.
람 찬드라 포우델 대통령과 레카크 장관 자택을 비롯해 아르주 라나 데우바 외무부 장관의 아내가 소유한 사립학교도 불에 탔다고 AP는 전했습니다.
의원내각제인 네팔에서는 총리가 행정수반으로 실권을 갖고 대통령은 의전상 국가원수직을 수행합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집회가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에 소극적인 정부에 실망한 젊은 층의 좌절감에서 비롯됐다고 짚었습니다.
올리 총리가 이끄는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과 네팔회의당 좌파 연립정부는 부패 척결과 경제 문제 개선이라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반대파의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또 AP 통신은 네팔 정부의 SNS 차단 조치는 온라인 공간에서 이용자들의 발언을 제한해 인터넷 자유를 위축시키는 현상의 일부라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네팔 정부는 지난 5일부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등 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26개 SNS의 접속을 차단했습니다.
전체 3천1백10만 명 가운데 90%가량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네팔에서 자주 이용하는 SNS가 차단되자 젊은 이용자들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며 반발했습니다.
네팔 당국에 등록해 이번 차단 대상에서 제외된 틱톡에서는 사치품과 호화로운 휴가를 과시하는 고위층 자녀 모습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대조하는 영상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전날 시위대 수만 명은 카트만두에서 "소셜미디어가 아닌 부패를 척결하라"는 구호를 외쳤고, 일부는 경찰 바리케이드를 뚫고 의회 난입을 시도하거나 구급차에 불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최루탄을 비롯해 물대포와 고무탄을 쏘며 진압을 시도했으며 네팔 남동부 비라트나가르와 네팔 서부 포카라 등지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잇따라 모두 19명이 숨지고 347명이 다쳤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