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교복 차림의 소녀.
[아이고, 아버지.]
목놓아 아버지를 부르는 이유는 앞 못 보는 부친이 가난한 형편에 대책 없이 거액의 시주를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공양미 삼백 석을 누가 저를 주오리까.]
뒷감당을 떠맡게 된 소녀는 결국 상인들의 제물로 자신을 팔아넘깁니다.
[두리둥두리둥 둥둥둥. 심청이 물에 들라, 심청이 물에 들어라.]
'하늘이 내린 효녀'라던 고전 판소리 속 15살 심청이 때론 분노하고 때론 방황하는 중2 소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독일을 주 무대로 활동 중인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은 세상의 모든 딸들, 억압당하고 희생을 강요받는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로 심청을 재구성했습니다.
고전 판소리 대목들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면서도, 순서를 뒤바꾸고 새로운 장면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기존 심청의 이미지를 전복시켰습니다.
[김우정/'심청' 심청 역 : 소리꾼으로서 '심청가'를 배우는 내내 와닿지가 않았었거든요.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이번 작품을 하며) 통쾌함이 밀려오면서 더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의상과 무대도 독일 스태프들에 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됐습니다.
실험적 연극 등에 주로 쓰이던 무대 위 생중계 카메라는 관객의 시선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인물들의 이면을 담아냅니다.
[요나 김/'심청' 연출가 : 'K 팝'은 20-30년 된 아주 젊은 'K 컬처'라면, 이것(판소리)만큼 넓고 깊고 가능성과 잠재성이 많은 K 아이템, K 컬처 장르는 없는 것 같아요.]
판소리를 현대화하고 창극을 변주해 젊은 관객,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하려는 무대 위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취재 : 곽상은, 영상취재 : 오영춘, 영상편집 : 우기정,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D리포트] 다시 쓰는 '심청'…판소리의 변주 어디까지?
입력 2025.09.05 15:29
수정 2025.09.05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