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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도시 포항 멈췄다…"다들 뒤숭숭" 심상찮은 분위기

철강도시 포항 멈췄다…"다들 뒤숭숭" 심상찮은 분위기
▲ 현대제철 포항2공장

'철강 위기 극복을 위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환영합니다.'

지난 3일 경북 포항시 남구 철강 산업단지에서 먼저 눈에 띈 것은 도로 곳곳에 내 걸린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반기는 현수막이었습니다.

포항시는 글로벌 공급 과잉, 불공정 수입재 유입 등으로 철강산업의 악화를 우려해 올해 7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신청했습니다.

이후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최종 지정 통보를 받았습니다.

포항시는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 중국 철강 제품의 저가 물량 공세, 내수 부진 등으로 '삼중고'의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공장 가동은 멈췄지만, 아직 상주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산업단지 내 현대제철 제2공장에서 한 공장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이같이 전했습니다.

그는 "시설관리라든지 등으로 직원들이 남아있지만, 공장 가동은 멈췄다"면서 "다만 언제까지 직원들이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직원은 자신도 "아직 회사로부터 언제까지 근무해야 하는지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제2공장은 재고 물량으로 보이는 철강 제품을 옮기는 대형 트레일러들이 간간이 오갔으나 기계 가동 등의 소음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해당 공장은 지난 6월 전면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현대제철은 철강업 불황으로 2공장을 지난해 폐쇄하려다, 생산량을 줄이며 가동을 이어갔으나 올해 들어 철강 수요 부진에 더해 트럼프 2기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까지 악재가 겹치자 휴업을 결정했습니다.

점심시간을 맞은 산업단지 내 식당가에서는 예전이면 철강업체 로고가 새겨진 근무복을 입은 손님들이 쉽게 보였으나 이날은 주민들의 발길만 오갔습니다.

단지 내에 유명 식당 한 곳은 특별한 이유를 알리지 않은 채 장사를 쉬고 있기도 했습니다.

산업단지는 종일 철강 제품을 실은 차량이 도로를 채우긴 했으나 거리에 인적은 드물었습니다.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40대 이 모 씨는 "현업에서는 미국의 관세보다는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를 더 큰 위기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 생산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현대제철에서 10년 넘게 일한 한 직원은 "확실히 분위기가 안 좋다"고 했습니다.

이어 "월급이 줄거나 해서 생활비를 줄이거나 하는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다들 뒤숭숭하다"면서 "지금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데 젊은 직원들은 철강이 아닌 다른 산업 분야로의 이직을 상당히 고려하고 있고 나이가 있는 경력직들은 여러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철강산업에 대한 위기감은 업계보다는 시민들에게서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산업단지 내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해 7~8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하다"며 "불황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포항의 중심 상권인 죽도시장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죽도시장에서 20년째 대형 횟집에서 일한다는 50대 실장은 경기가 어떠냐는 물음에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여름보다 정확히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면서 "여름 매출이 안 좋아도 연말이면 철강업체 직원들의 단체 회식이 있어 그나마 살만했는데 지금 미국 관세 등으로 어려워진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실제 죽도시장에는 방문객보다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관광지인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30대 관광객 이 모 씨는 "전날 일행과 죽도시장에 갔는데 200석 규모의 대형 식당에 저녁 시간대인 오후 8시까지 손님은 우리 포함 두세 테이블이었다. 경기가 안 좋은 게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포항 철강산업 위기는 당장보다는 '진행형'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포항철강산업단지 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으로 공단 내 355개 업체 중에 평균 322개가 가동됐습니다.

기간을 지난해 9월부터로 늘리면 가동률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공단 측은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단 관계자는 "특정 제품의 매출이 줄면 다른 제품의 매출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흘러갔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면서 "중국의 건설경기가 나빠지며 중국 철근 물량이 쏟아져 나오니 가뜩이나 나쁜 국내 건설경기까지 겹쳐 국내 철강업마저 분위기가 안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관세가 국내 철강업 위기에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지만, 업계에서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중국 저가 공세, 내수 부진이라는 악재가 풀리지 않고 쌓였는데 미국 관세라는 악재가 더 덮쳐온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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