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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자전기' 개발 사업 개시…또 '네거티브' 꿈틀 [취재파일]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이 개발하겠다는 전자전기 상상도

전자전(Electronic Warfare·EW)은 적의 레이더, 통신, 네트워크 전반을 무력화하는 첨단 전투 기법입니다.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돌려받기 위해 우리 군이 이행해야 할 조건에 포함됐을 정도로 중요한 전력입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 군에는 없습니다.

이번 정부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과제로 내걸었으니 우리 군의 전자전 능력 확보가 시급합니다. 발동이 걸렸습니다. 이달부터 전자전을 수행하는 항공기, 즉 전자전기 Block-Ⅰ 개발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1조 8천억 원 규모입니다.

LIG넥스원(주관사)-대한항공 컨소시엄과 KAI(주관사)-한화시스템 컨소시엄의 2파전입니다. 전자전 기술력만 놓고 보면 LIG넥스원 컨소시엄이 우위 같지만 이변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KAI 컨소시엄이 적극적으로 네거티브(negative) 전술을 구사하면서 이상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방산업계에서 '기술력 없이 판 흔들어 사업 낚아채기' 신공이 종종 통하는 터라 KAI 컨소시엄의 네거티브 전술이 범상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전작권 전환의 열쇠

전자전은 전자 공격(Electronic Attack), 전자 보호(Electronic Protection), 전자 지원(Electronic Support) 등 크게 3개 영역으로 구분됩니다. 전자 공격은 적의 전자파 사용을 무력화하는 것이고, 전자 보호는 적의 전파 방해에 대응하는 기법입니다. 전자 지원은 적의 전파 정보를 입수하는 전자전입니다.

쉽게 말하면 적의 조기경보레이더를 먹통으로 만들어 아군 전투기의 안전한 침투 경로를 확보하고, 적의 무선통신망과 지휘통제체제를 교란해 적의 통신과 관제를 무너뜨리는 전법입니다. 이달 개시되는 전자전기 Block-Ⅰ 개발 사업은 적 방공망 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라고 해서 SOJ(Stand-Off Jammer)라고 불립니다.

우리 공군 전투기들이 북한 핵심 시설 타격을 위해 적진으로 진입하기에 앞서 전자전은 필수입니다. 현재 우리 군은 미군의 전자전 능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완전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우리 군은 반드시 전자전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그래서 전작권 전환의 조건 중에 우리 군의 전자전 능력 확보가 포함된 것입니다. 전자전 기술은 전략자산급이어서 아무리 미국이 동맹이라고 한들 우리한테 주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번 전자전기 Block-Ⅰ 개발 사업은 중요합니다.
 

K-방산에서 아직도 '네거티브' 구태

KAI의 전자전기 보도자료 중 상대 컨소시엄을 폄하하는 내용 중 일부

작년 방사청은 우리 국방과학기술의 전자전 능력을 점검하는 사업타당성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 ADD와 LIG넥스원의 기술력이 대상이었습니다. 전자전 임무체계 통합, 레이더 교란, 통신 교란 등 결정적 핵심 기술(Critical Technology Element·CTE)의 기술 성숙도(Technology Readiness Levels·TRL)를 평가한 결과, LIG넥스원의 전자전 기술력이 국산 전자전 장비 개발에 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LIG넥스원은 함정용 전자전 장비를 페루 해군에 수출한 실적도 있습니다.

KAI 컨소시엄이 급한 듯합니다. 네거티브 전술을 들이밀며 LIG넥스원 컨소시엄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KAI는 최근 기자들에게 발송한 보도자료에서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이 기체 개조와 감항인증 등 항공기 체계 기술에서 떨어진다", "업체의 욕심이 핵심 국가 사업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며 날을 세웠습니다. 보도자료 전체 8쪽 중 5쪽을 상대 컨소시엄 폄하에 할애했습니다.

무기체계 개발 관련 보도자료 중 이런 사례는 처음 봅니다. 해당 보도자료를 꼼짝없이 따라 적은 기사들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KAI는 같은 내용을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도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계가 주목한다는 K-방산에서 벌어지는 구태라서 남부끄럽습니다.
 

승부는 전자전 기술력!

지난 7월 방산전시회에 공개된 KAI의 전자전기 모형(김민석 애디에이션 기자 제공)

전자전기 Block-Ⅰ 개발 사업은 항공기를 새로 개발하지 않습니다. 기종은 이미 확정됐습니다. 중형 비즈니스 여객기인 캐나다 봄바르디어 G6500입니다. 국산 전자전 장비를 개발해 G6500에 체계통합하는 사업입니다. 양쪽 컨소시엄은 공통적으로 기체 개조와 체계통합 과정에서 봄바르디어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항공기 관련 기술에서 두 컨소시엄의 비교우위를 논하기 어렵습니다.

전자전기 Block-Ⅰ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도전은 전자전 장비 개발 그 자체입니다. 어찌 보면 전자전기 Block-Ⅰ 개발 사업은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의 전자전 기술력 경쟁에 가깝습니다. 대한항공과 KAI의 항공기 경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KAI가 네거티브에 혈안입니다.

전자전기 Block-Ⅰ 개발 사업은 이전투구로 변질되면 안 됩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본계약 체결, 탐색 및 체계 개발이 중단 없이 매끄럽게 진행돼야 합니다. KF-21용 AESA 레이더 개발 사업, 425 정찰위성 개발사업처럼 애써 기술 개발한 업체를 억지로 무너뜨리느라 허송세월할 여유가 없습니다. 국방부 정보본부 고위직 출신의 한 예비역 장성은 "전자전기 Block-Ⅰ 개발 사업은 우리 군의 대북 억제력과 공격력 향상을 위해서, 또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 원샷원킬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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