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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보다 배출 늘었어도 감축 목표 달성한 '산업' 부문, 비밀은? [스프]

[지구력] 2024년 국가온실가스 배출(잠정) 성적표
온실가스 배출 관련
기후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2024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됐는지 잠정치가 공개됐습니다. 6억 9,158만 톤입니다. 7억 톤 아래로 떨어진 건 2010년 6억 8,980만 톤 이후 처음입니다. 2023년 잠정치 7억 500만 톤과 비교하면 2%(1,419만 톤)가 줄어든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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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으로 각 부문별로 감축 성적표를 매겨보면 어떻게 될까요? 가장 큰 문제는 산업 분야입니다. 전년 대비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0.5% 늘었습니다. 산업 분야 가운데 가장 배출이 많은 업종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순입니다. 철강은 전년 대비 0.1% 소폭 배출량이 줄었지만 건설경기 및 수출 둔화로 조강 생산량이 4.8% 감소한 걸 감안하면 착시현상에 불과합니다. 업계 자체적으로 얼마나 탄소 감축 노력을 했는지 보여주는 온실가스 원단위, 혹은 탄소 집약도라고도 불리는 지표가 있습니다. 단위 생산량 당 배출량을 집계하는 방식입니다. 철강 업종의 온실가스 원단위는 2023년 조강 샌산 1톤당 배출량이 1.5톤이던 게 2024년에는 1.57톤으로 늘었습니다. 감축 노력을 하고 있는 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멘트 업종도 마찬가지입니다. 생산량이 9.3% 줄어든 바람에 배출량도 9.0% 감소했습니다. 온실가스 원단위로 따져보면 2023년 시멘트 생산량 1톤당 온실가스를 1.026톤 배출했던 게 2024년에는 1.029톤으로 늘었습니다.

놀라운 건 이런데도 산업 분야 감축 목표치를 2년 연속 충족했다는 겁니다. 무슨 말일까요? 우리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이와 함께 우선적으로 달성해야 할 국가 목표로 2030 NDC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오는 2030년에 지난 2018년 대비 40% 감축을 달성한다는 겁니다. 탄소중립기본법과 시행령상 못 박아놓은 숫자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연차별로 각 분야에서 얼마나 달성해야 할 지를 지난 2023년 3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확정한 바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지난해 6억 9,158만톤 잠정치와 2030 NDC 목표치는 기준이 달라서 수치도 다릅니다. 오해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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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NDC에 따르면 2023년 목표치는 2억 5,640만 톤이었는데 당해 배출량(잠정치)은 2억 3,870만 톤이었습니다. 지난해 목표치는 2억 5610만 톤이었는데 배출 잠정치는 2억 4270만 톤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애초 목표치를 짤 때 산업계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된 덕분입니다. 원래는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2030 NDC를 짤 때 산업 부문의 목표는 14.5% 였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40% NDC 목표는 번복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윤 정부에서 연차별 세부 목표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산업 부문의 2030 목표치가 11.4%로 줄어든 겁니다. 발전, 건물,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 등 타 분야에서는 없었던 일입니다. 14.5%에서 11.4%로 낮추느라 갈 곳 없어진 감축량 3.1%p는 물량으로 치면 대략 8백만 톤입니다. 이 물량은 발전 분야와 국제감축 항목이 각각 절반씩 떠안는 걸로 정리됐습니다.

이같은 산업 부문에 대한 감축량 특혜와 관련해 최근 좀 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산업 배출량 축소의 핵심 근거가 된 건 산업연구원이 산업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수행한 '산업부문 2030 NDC 이행방안 연구'였습니다. 기후단체 플랜1.5는 이 보고서 내용과 실제 산업 부문의 배출량 통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산업연구원의 전망이 크게 빗나간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플랜 1.5는 "산업연구원 보고서는 산업 부문이 아무리 감축해도 배출량이 4.5%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실제 배출권거래제 업종별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배출량은 2.7%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플랜 1.5의 권경락 활동가는 "산업연구원의 엉터리 전망이 결과적으로 다배출 기업들에 대한 배출 면죄부를 주고 산업 전환을 후퇴시킨 꼴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산업 부문 말고 다른 분야에선 어땠을까요? 수송, 폐기물, 농축수산 등은 전년 대비해서는 지난해 더 줄였지만, 연차별 목표치는 2년 연속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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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건물 부문이 23년과 24년 모두 연차별 목표치를 충족한 걸로 나타납니다. 기후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난방용 연료 사용이 줄어든 탓입니다. 하지만 정반대 효과도 있습니다. 여름철 폭염이 심해지면서 전기 사용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다만 이 냉방용 전기 사용은 건물 부문에 잡히지 않고 발전 부문에 포함됩니다.

발전 부문에 이어 두 번째로 배출량이 많은 게 산업 부문인데, 이 산업에서의 목표치가 낮게 설정된 탓일까요, 6개 전 부문을 모두 합친 총 연차별 목표치도 2연 연속 달성했습니다. 2023년 목표치가 6억 6740만 톤이었는데 당해 배출량(잠정치)이 6억 4860만 톤이었고, 2024년엔 6억 5640만 톤 목표를 밑도는 6억 3900만 톤을 기록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2030 NDC를 계산할 때와 연간 배출량 집계는 기준과 수치가 조금 다릅니다. 연간 집계에서는 2006 IPCC 지침을 쓰는 반면 2030 NDC에서는 기존 1996 IPCC 지침을 기준 삼습니다.)

23, 24년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정부에서 연차별 목표치를 설계할 때 23, 24년 등 전반부에선 소폭만 줄여도 되도록 한 반면 후반부로 갈수록 감축률이 껑충 뛰도록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전년 대비 요구되는 감축률로 따져보면 2026년까지는 1%대에 머물다 이듬해부터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2027년 2.9%, 2028년 4%, 2029년 5%로 급등하다 2030년엔 8.6%로 치솟습니다. 이 때문에 과연 2030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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