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간)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악명 높은 '오벌 오피스(미 대통령 집무실) 매복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이후 백악관을 찾아오는 일부 정상들을 상대로 통상적인 외교 관례에서 벗어나 '공개 망신'을 주는, 비(非)외교적 행태를 보여 논란의 대상이 돼 왔습니다.
그는 하지만, 이 대통령을 상대로는 1시간을 훌쩍 넘긴 생중계 양자 회담에서 꽤 자주 웃고 농담을 섞어가며 대화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사실 이날 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측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갑작스레 한국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게시물에서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며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고 적어 한국 측을 바짝 긴장하게 했습니다.
이어 회담 직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게시물의 의미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한국 내 교회와 미군기지를 압수수색한 점에 대한 불만임을 설명했지만, 이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적인 언사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일부 외국 정상을 상대로 외교적 결례임이 분명함에도 공개적으로 윽박지르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늘어놓으며 압박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미국이 없으면 당신에게는 아무 카드도 없다"고 몰아붙였고, 준비된 오찬도 함께하지 않고서 사실상 쫓아냈습니다.
당시 옆에 앉은 JD 밴스 대통령까지 가세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에 한 번이라도 고맙다고 한 적이 있느냐"고 따지는 장면도 널리 회자했습니다.
5월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대좌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만큼은 아니지만 호되게 당한 사례로 남아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의 '백인 농부 집단 살해' 의혹의 근거라면서 준비했던 동영상을 일방적으로 틀었고, 백인 희생자 관련 기사를 출력한 종이 뭉치를 보여준 뒤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건네기도 해 라마포사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이러한 파격적, 즉흥적 돌발 언사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백악관 현관에서 이 대통령을 맞이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상당히 친화적이었습니다.
두 정상은 회담 시작부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소재로 상대에 대한 칭찬과 덕담을 주고받았습니다.
이날 오벌 오피스 벽난로를 배경으로 나란히 앉은 두 정상은 회담 시작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소재로 상대에 대한 칭찬과 덕담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에 힘써 달라고 부탁하며 "김정은과도 만나고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하나 지어서 나도 (가서) 골프도 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통역관의 영어 통역을 듣던 중 '골프' 얘기가 나오자 만면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어 자신이 김 위원장과 통화한 결과 북한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하겠다는 얘기를 들었고, 결국 한국이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었다는 점을 자랑삼아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이 2020년 대선에서 당선됐으면 북한 핵무기 등이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과거 한국의 지도자들의 대북 정책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이 대통령의 정책이 더 낫다고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으로부터 중국 방문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질문받자 이 대통령을 쳐다보면서 "아마도 우리가 같이 갈 수 있다. 같이 가고 싶나. 비행기를 같이 타면 된다"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오존층도 조금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문득 생각난 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존층(보호)에 대해 말하더니, (보잉) 747기를 타고 하와이로 골프하러 간 것이 기억난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팔을 툭 치더니 "농담이지만 원한다면 같이 갈 수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하고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화답했습니다.
두 정상의 이런 모습에 좌중은 웃음을 터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가고 싶다면 특별 허가를 받겠다. 당신은 분명히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성 : 진상명, 영상편집 : 이혜림,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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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5.08.26 08:30
수정 2025.08.26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