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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의 김여정' 밀레이 대통령 여동생 뇌물 의혹 파장

'아르헨의 김여정' 밀레이 대통령 여동생 뇌물 의혹 파장
▲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비서실장인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

아르헨티나 총선을 불과 2개월 앞두고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막강한 권력을 지닌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연루된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지면서 밀레이 취임 이후 가장 큰 정치 스캔들이 터졌다고 현지 언론 암비토, 페르필, 클라린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지난 19일 인터넷 방송 카르나발은 스트리밍을 통해 국립장애인청(ANDIS)의 청장이자 밀레이 대통령의 친구이며 개인 변호사였던 디에고 스파뉴올로의 녹취를 공개했습니다.

그는 유출된 해당 녹취에서 정부 차원의 장애인용 공공의료품 구매 시 계약금의 8%를 뇌물로 달라고 함으로써 매달 최대 80만 달러(11억 8백만 원)까지 제약회사에게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또 밀레이 대통령의 여동생이자 비서실장인 카리나와 그의 최측근인 에두아르도 룰레 메넴 정부기관 차관보가 이 뇌물에 관여한 것으로 녹취에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8%의 뇌물 중, 3%가 카리나 몫이라면서 이를 밀레이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세세하게 밝힌 내용도 녹취에 담겼습니다.

카리나는 밀레이 대통령의 유일한 친여동생이자, 오빠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 막후 실세다.

현지 일간 라나시온이나 암비토는 2023년 대선 과정에서 그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에 빗대어 '아르헨티나의 김여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 스캔들에 대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공식 대응은 스파뉴올로의 경질이었고, 야당의 고발로 조사와 압수수색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의혹의 중심에 선 카리나 비서실장과 메넴 차관보는 여전히 같은 직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정부는 녹취 진위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밀레이 정권이 출범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짧은 집권 기간 중 리브라 밈 사태처럼 여러 중대 스캔들이 불거졌으나, 이번 뇌물수수 의혹 스캔은 친정부 언론까지 나서 연일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아르헨티나 최대 일간 클라린은 이번 녹취 스캔들은 상상도 못 했던 방식으로 가속화되면서 밀레이 정부가 일종의 동면 상태에 빠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친정부 언론인인 조나단 비알레까지 나서 "리브라 사태는 진행 중이고, 은퇴자건강보험(PAMI)과 연기금(ANSES) 부정부패, 메넴 가족의 비윤리적인 국립은행 공급 계약 등 여러 스캔들이 있었으나, 장애인 의료품 구매에 뇌물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야당의 고발로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세바스티안 카사넬로 판사는 22일 새벽 14개의 장소를 압수수색해 경질된 스파뉴올로 전 청장의 핸드폰 2개와 지폐계수기를 확보했습니다.

또한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스위소 아르헨티나 제약사의 이사 중 한 명이 거금을 가지고 도주를 시도하던 중 검거됐습니다.

해당 제약사는 정부와 1천억 페소(1천44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파뉴올로 청장은 지난 15개월간 대통령 관저를 40회 이상 방문한 밀레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공식 문서에 장애 등급을 분류하는 용어로 '백치', '저능', '정신지체'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고 발표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입니다.

한편, 각종 의혹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이용해 밀레이 정권을 적극 지지하던 강성 지지자들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어, 여당 내 권력다툼으로 인해 이번 사건 관련 녹취가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난무하고 있습니다.

또한, 10월 총선을 앞두고 카리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여당의 공천권을 쥐면서 일부 공천을 받지 못한 인사들의 보복성 내부고발이 아니냐는 추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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