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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에 등장한 고무장갑 의인…홀로 배수구 4곳 뚫어내

물난리에 등장한 고무장갑 의인…홀로 배수구 4곳 뚫어내
▲ 침수 현장서 배수구 뚫는 김동희 씨

지난 13일 폭우가 쏟아진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에서는 119 신고가 폭주하며 현장 조치가 늦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때 흙탕물로 완전히 잠긴 도로로 고무장갑을 낀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걸어왔습니다.

이 남성은 망설임 없이 손을 넣어 배수구 덮개를 들어 올린 뒤 토사와 이물질을 쉼 없이 빼냈습니다.

무릎 아래까지 차오른 빗물에 얼굴과 어깨까지 다 젖었지만, 그는 묵묵히 막혀 있던 배수구 4개를 뚫었습니다.

19일 확보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김 모(31)씨가 침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김 씨는 당시 집중호우로 집 안이 침수되자 밖으로 나왔고 큰 길가부터 물이 차오른 것을 보고 배수구를 살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당일 인천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119 신고와 민원이 폭주하면서 소방 당국이나 구청의 신속한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김 씨는 집에 있던 빗자루를 들고 나와 편의점에서 고무장갑을 구매한 뒤 지도 앱을 보며 배수구의 위치를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예상대로 배수구 안에는 각종 쓰레기와 토사가 가득했고 김 씨는 손에 잡히는 대로 이물질을 빼내기 시작했습니다.

김 씨는 회오리 형태로 물이 빠지는 모습이 보이면 다른 배수구를 찾아 차례로 작업을 했고 15분 만에 눈에 띄게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인근 상인들은 한때 마비 상태였던 편도 4차로가 김 씨의 노력 덕에 정상 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배수 조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상인은 "가게 안까지 빗물이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돌아다니며 배수구를 뚫어 큰 도움이 됐다"고 했습니다.

일부 상인은 쓰레받기를 가지고 나와 김 씨가 인도 쪽으로 빼낸 이물질을 치우며 현장 정리 작업을 도왔습니다.

김 씨는 통화에서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나섰을 뿐"이라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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