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실행하는 데 핵심 공범으로 지목돼 있습니다. 그동안 혐의를 줄곧 부인해 왔고, 헌법재판소 등에서 위증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는 본연의 역할로서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법에 명시된 비상계엄을 실행함에 있어 절차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에 있습니다. 한덕수 전 총리가 12.3 비상계엄을 전후해 어떤 행적으로 보였고, 그에 따라서 받게 된 혐의는 무엇인지 지난 12월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수사기관이 파악했거나 언론을 통해 제기된 의혹들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장면1. 정족수 채운 한 전 총리...포고령 문건도 검토했나?
비상계엄 D-데이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직접 국무위원 6명을 소집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용현 국방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입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아닌 김용현 장관의 연락을 받고 오후 9시 무렵 대통령실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일부 국무위원들에게 "사모님에게도,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말고 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7명 앞에서 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보하자 한덕수 총리가 나섰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며 부속실을 통해 국무위원 4명을 더 부른 것입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11명이 모여 정족수를 채웠고,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본인의 뜻을 알리고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비상계엄 포고령 문건도 이때 등장합니다. 한 전 총리는 경찰조사에서 "대통령실 안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보거나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고 국회에 나가서도 이런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지난 2월, 국회)
"계엄 선포문인 것을 알지 못했고 회의를 마친 뒤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계엄 선포문인 것을 알지 못했고 회의를 마친 뒤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러나 계엄 당일 국무회의가 열린 대통령실 5층의 CCTV에는 다른 정황이 담겼습니다.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포고령으로 보이는 문건을 건네받아 검토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겁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고 주도했다면 비상계엄에 가담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계엄을 선포하는 과정에 윤 대통령을 도와서 절차적 흠결을 없애려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지영 내란외환 특검보
"국무회의 소집 관련 건의를 왜 했는가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국무회의 소집 관련 건의를 왜 했는가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특검은 또 오늘 브리핑에서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과 관련해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헌재가 사건을 판단할 때는 증거가 수집되지 않은 상태였고,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가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검 출범 이후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가 상당히 수집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장면2. 계엄 직후 긴박한 순간에...추경호 원내대표와 7분간 통화
비상계엄 선포로 여의도가 급박하게 돌아가던 12월 3일 밤 11시 12분쯤, 한덕수 총리는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전화통화를 합니다. 특검은 긴박한 순간에 통화가 7분 간이나 이어진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상황 공유 차원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취해야 할 조치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관련해 특검은 '국회 계엄 해제 방해 의혹'도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12.3 계엄선포 직후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홍철호 당시 정무수석과 한덕수 전 총리, 윤석열 전 대통령과 잇달아 통화한 것이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의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당시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집결을 요구하는데도 추 원내대표가 당사로 모이라고 공지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또 추 원내대표는 우원식 의장에게 의원들이 국회 내로 들어올 시간이 필요하다며 본회의 개의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통화 직후 의원들에게 국회로 모일 것을 바로 지시했다며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SNS 中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과 2분 5초 간 단 한차례 통화했습니다. 통화를 마친 후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23시 33분경 의원총회 장소를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회'로 변경해 공지했습니다. 이것이 민주당의 프레임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입니다"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과 2분 5초 간 단 한차례 통화했습니다. 통화를 마친 후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23시 33분경 의원총회 장소를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회'로 변경해 공지했습니다. 이것이 민주당의 프레임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입니다"
장면3. 사후 계엄 선포문에 서명..."논란 우려돼 폐기"
계엄 당일 밤에 배포된 선포문에는 국무위원 누구의 서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 그것도 '비상계엄'이라는 중차대한 거사는 반드시 문서로 이뤄져야 하고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부서했어야 하는데 이를 간과한 겁니다. 뒤늦게 이런 헌법 제82조 위배 사실을 인지하고 조치에 나섰습니다. 계엄 선포로부터 만 하루 이상이 지난 12월 5일, 강의구 당시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해 한덕수 총리와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