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51.1%로 내려앉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오늘 공개됐습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조사 결과(이하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를 보면, 대통령 취임 뒤 60%대를 구가해오던 국정 수행 지지도가 지난주 50%대로 내려앉은 뒤, 더 하락해 50%대 초반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51.1%로 취임 후 최저치 기록
반면, '잘못함'이란 응답은 전주에 비해 6.3%p 오르면서 44.5%를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잘함'과 '잘못함'의 격차가 6.6%p로 줄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리얼미터 조사 결과 중 가장 격차가 컸던 것은 7월 2주차 결과였는데, '잘함' 은 64.6% '잘못함' 은 30.0%이어서 그 격차가 34.6%p나 됐습니다. 격차의 변화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민주당-국민의힘 지지도 격차, 오차범위 내로 줄어
정당 지지도도 큰 변화를 보였습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 39.9%, 국민의힘 36.7%로 격차가 불과 3.2%p 차이여서 오차범위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안에 들어왔습니다. 통계학적으로 보자면, 민주당이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것입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전 최대 격차는, 역시 7월 2주차의 31.9%p였는데, 민주당 지지도가 7개월 만에 40% 아래로 떨어지면서, 양당 지지도 격차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오차범위 내 혼전 양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리얼미터는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한 데는 "광복절 특별사면 논란에 대한 실망감, 주식 양도세 논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동시 수감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강성 지지층 중심 정책이 중도층 이탈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조사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실시됐는데, 이 기간 여론조사에 응한 사람들에게 11일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특별사면 논란 등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리얼미터가 '보인다'라고 한 것은, 이 여론조사 문항에 '잘함' 혹은 '잘못함'이라는 응답에 대한 이유를 묻는 항목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 중 1위는 '특별사면'
국정 수행 지지 여부를 물으면서, 응답 이유까지 질문한 여론조사가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인 15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겠습니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 59%, '잘못하고 있다' 30%였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처음으로 50%대 지지도가 나왔는데, 이 조사도 리얼미터와 비슷한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실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조사의 긍정 평가 수치 59%와 51.1%의 차이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긴 합니다. 리얼미터가 무선전화 자동응답(ARS) 방식인데 비해, 한국갤럽이 무선전화 면접 방식이라서 조사 방식의 차이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해석 때마다 늘 나오는 얘기처럼, 여론조사 결과의 전반적인 변화 흐름에 주목한다면 여론조사 결과들이 대통령 지지도 하락 추세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혹은 부정 평가 이유에 대한 문항이 있었습니다.

부정 평가 이유 가운데 1위로 나타난 것이 22%를 차지한 '특별사면'이었습니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처음 등장한 '부정 평가 이유'였는데, 곧바로 1위 이유가 됐습니다. 이 조사는 대통령 지지도 하락의 가장 큰 이유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에 대한 사면복권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늘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도 이런 분석에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세대별로 보면,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대에서 긍정 평가가 9.1%p나 떨어져 다른 세대보다 하락 폭이 컸습니다. 정치 성향별로 보자면, 중도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이 6.6%p 긍정 평가를 거둬들여서, 진보층(3.6%p 하락)과 보수층(2.8%p 하락)보다 폭이 컸습니다. 권역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인천 경기 지역에서 긍정 평가가 11.0%p 줄어들며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조국 사면, 여권에 정치적 부담으로 현실화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조국 사면'이 여권에 정치적 부담을 지울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예견되는 데도, 이 대통령은 왜 형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조국 전 대표를 사면 복권했느냐를 두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있습니다. 우당(友黨)으로서 조국혁신당이 그간 보여온 연대와 협력에 대한 보은(報恩) 차원이고, 어차피 해줄 것이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연말 성탄절 특사 때보다 광복절 특사 때 해주는 것이 현재 대통령의 높은 지지세를 감안할 때 외려 더 낫다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여기에다 대통령이 범여권 내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해 '메기를 푼 것처럼' 조 전 대표를 풀어줬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권의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계속하고 거기에 조국 사면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여권에서도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니 수용하고 넘어가자'고만 하긴 어렵습니다. 당장 전북 정읍시 고창군이 지역구인 윤준병 의원이 지난 16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서 "윤석열에게 더 얻어맞았으니 사면하는 거까지는 오케이"라면서도, "사면 이후 사람들의 침묵을 조국의 아빠 찬스에 대한 '동의'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면을 입시비리의 용서로 이해하는 건 다른 문제"이며, "조국 일가의 아빠 찬스 등 입시 비리 범죄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에 복귀하는 조 전 대표가 민주당 구미에 맞는 말만 하면서, 민주당을 마냥 도와주는 역할만 할 리 만무합니다. 그럴수록 조 전 대표에 대한 여권의 견제구는 잦아질 것입니다.
조국, 내년 6월 '선거 출마' 천명…민주당과 관계는?
조국 전 대표는 사면복권 되자마자 즉각적인 정치 복귀를 천명했습니다. 석방된 날인 15일에 <한겨레>와 한 인터뷰가 오늘 보도됐는데, 내년 6월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방선거가 있고, 자리가 비게 된 국회 의석을 채우는 보궐선거가 있습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설지 아니면, 인천 계양을과 충남 아산의 국회의원 보선에 출마할지는 미정이라고 했습니다.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조 전 대표가 정치적 영향력 유지와 확대를 위해서라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설 공산이 커 보이긴 합니다만 앞으로 변수가 많습니다. 그가 지휘봉을 다시 쥐게 되는 조국혁신당이 앞으로 민주당과 합당할지, 연대할지, 아니면 경쟁하게 될지 내년까지는 제법 많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는 합당에 대해서는 "연말을 지나 내년에 들어갈 때, 어떤 게 진영 전체에 도움이 될지 열린 상태로 고민하고 당내 의견을 모아보겠다 (<18일자 한겨레> 인터뷰)"며 시간을 넉넉히 두었습니다. 연대할 경우에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마음먹은 여당 정치인들을 어떻게 할지, 쉽지 않은 숙제가 민주당에 남게 됩니다. 조 전 대표가 앞으로 정치를 본격화하면서, 민주당 내 친문계와 정치적 거리를 더 좁힐지 여부도 변수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쓴 글이나 말을 들어보게 되면 이번에 지지율 떨어진 게, 저의 사면도 영향이 있었겠죠. N분의 1 정도의 영향이라고 저는 보입니다. 그 외 여러 가지 다른 사건이 있지 않았습니까? 물론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들, 특히 국힘 쪽 정치인들은 그걸 N분의 1이 아니라, 조국 사면 때문에 모든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보던데. 제가 여론조사 원 자료를 봐도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물론 제가 일정한 기여를 했다면, 그 점에 대해선 제가 충분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저의 활동을 통해서 입증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국립서울현충원 기자 문답에서, 조국 전 대표의 답변)
"지지도 하락, 사면 영향은 N분의 1…다른 사건도 있지 않나?"
눈에 들어오는 답은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대통령 지지도 하락 원인 중 '조국 사면'은 N분의 1이다. 전부가 아니다. 지지도가 떨어질 만한 다른 사건들도 있지 않았느냐는 말은, 대통령과 여당이 부정적 평가를 받을 만한 다른 일을 하지 않았느냐는 말이겠죠. 이 대목에서 그는 확실히 여권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조국 사면이 지지도 하락의 한 원인이 된 것을 인정하겠지만, 앞으로 정치 활동을 통해 '입증하겠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입증하겠다는 것인지는 다소 불분명한데, 이 문답으로 한정해 보자면 지지도 하락의 책임이 온전히 조국 사면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 인터뷰에서 "앞으로 할 일은 저의 사면을 비판하시는 분들, (여론조사에서 사면에 반대한) 48%의 국민께 저의 효능, 저의 역할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사면복권을 비판하신 분들이라도 제가 정치인으로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면 받아주실 것이고, 안 그러면 못 받아주실 거라 생각하기에 저는 미래를 보고 갈 생각입니다"라고 한 것처럼, 앞으로 자신의 정치 행보를 보고 다시 평가해 달라는 말로 들리기도 합니다.
미래를 얘기하자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 전 대표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부분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미진하다는 지적을 여전히 떨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인터뷰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 좀 전에 '2030세대에서 사면 비판이 높았다'고 언급했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2030세대가 저에 대해 가진 불만은 이른바 '입시 비리' 문제에 대한 불만일 겁니다. 자신들은 가질 수 없던 인턴십이라는 기회를 조국이라는 사람은 자식들에게 주고, 그걸 입시에 제출했다는 것 때문에 화를 내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점은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여러 차례 사과했고, 지금도 여전히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 당시 제도가 그랬다, 부모로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변명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제가 '죄송하다,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한다고 해서 그분들의 마음이 풀리진 않을 거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도 제가 석방된 오늘부터, 앞으로의 제 행동과 실천으로 그분들의 고통을 완화하고 그분들의 꿈을 실현해주는 뭔가를 한다면,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면에 반대했던 분들의 마음을 풀어드리는 건 앞으로 저의 실천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2025년 8월 18일자 한겨레 인터뷰 중에서>
"2030세대가 저에 대해 가진 불만은 이른바 '입시 비리' 문제에 대한 불만일 겁니다. 자신들은 가질 수 없던 인턴십이라는 기회를 조국이라는 사람은 자식들에게 주고, 그걸 입시에 제출했다는 것 때문에 화를 내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점은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여러 차례 사과했고, 지금도 여전히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 당시 제도가 그랬다, 부모로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변명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제가 '죄송하다,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한다고 해서 그분들의 마음이 풀리진 않을 거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도 제가 석방된 오늘부터, 앞으로의 제 행동과 실천으로 그분들의 고통을 완화하고 그분들의 꿈을 실현해주는 뭔가를 한다면,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면에 반대했던 분들의 마음을 풀어드리는 건 앞으로 저의 실천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2025년 8월 18일자 한겨레 인터뷰 중에서>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