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분기 한국 경제성장률 성장, 소비 회복과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올해 2분기 한국 경제가 1분기보다 0.6% 성장했다.
대한민국의 광복 이후 80년 발전사는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 경제강국으로 도약한 전례 없는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전쟁 폐허 속에서 국가 재건이 시작될 무렵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65달러(1955년)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만 6천 달러를 넘겼습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도 약 1조 8천700억 달러로, 세계 12위를 기록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정부 주도 산업화 정책의 성공이 한국경제 성장의 핵심으로 꼽혀 왔는데, 최근에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계 유례없는 기적의 사례로 꼽히는 한국 경제는 이제는 저출산·고령화와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난제에 직면했습니다.
한국 경제의 놀라운 성공은 흔히 '한강의 기적'으로 불립니다.
그 핵심에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이름의 정부 주도 경제성장 모델이 있었습니다.
특히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수출 중심의 제조업 육성 정책은 한국 경제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꿨습니다.
당시 정부는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철강, 조선, 기계, 화학, 비철금속, 전자 등 특정 산업과 일부 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책금융과 세제혜택 등 강력한 지원책이 제공됐습니다.
제한된 재원과 기술력 속에서 단기간 내 산업기반을 구축하고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이 과정에서 포항제철(현 포스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이 성장했고, 이들은 오늘날까지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아울러 이 시기에 뿌리내린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한국 경제를 글로벌 무대로 이끄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 경제는 섬유·신발 등 경공업 중심의 수출에서 출발해 자동차·전자·반도체 등으로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며 무역 규모를 빠르게 확대해 나갔습니다.
만년 일본 경제의 '추격자' 신세였던 한국 경제의 위상도 달라졌습니다.
명목 GDP는 여전히 일본이 높지만, 그 격차는 좁혀지고 있고 지난해 1인당 GNI는 한국(약 3만 6천 달러)이 일본(약 3만 4천 달러)을 앞섰습니다.

한국의 경제 성장은 오랫동안 정부 주도 산업화의 성공 사례로만 조명돼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민주주의와 제도적 투명성이 장기 성장의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 연구는 공동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inclusive) 경제 제도'가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포용적 제도란 시민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재산권 보호 및 법치주의 확립 등을 통해 혁신과 투자를 장려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러한 제도를 갖춘 국가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국가 번영을 이루지만, 반대로 소수 엘리트가 권력을 독점한 '착취적 제도'에서는 불평등이 심화하고 발전이 저해됩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적 안정을 되찾고 투명한 시장경제 제도를 확립해 온 한국은 선진경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영광의 과거를 뒤로 한 한국경제는 최근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가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지표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했습니다.
OECD 추정치가 2%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5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하락해 2030년에는 1%대 초반, 2040년대에는 0%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저출산·고령화가 꼽힙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경제 전반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이었던 제조업이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경쟁력을 잃어가는 문제도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 신산업 육성이 더디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됩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경제가 버블경제 이후 30년 넘게 장기 침체기를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급속한 고령화 및 저출산 현상으로 인한 인구구조가 비슷하고, 민간부채 비율도 2023년 기준 GDP 대비 207.4%로 일본 버블기 최고치(214.2%)에 근접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특정 산업이나 기업을 적극 지원했던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의존하지 말고, 과감한 규제 정비 등을 통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변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분야에 투자하고 생산성을 높인다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며 "정부는 법·규제를 개선해 신산업 진입 장벽을 낮추고, 민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반적인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