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0년째 울릉도 유일 변호사 백승빈 씨…"무변촌 개업 의미 있어"

10년째 울릉도 유일 변호사 백승빈 씨…"무변촌 개업 의미 있어"
▲ 울릉 유일 변호사 백승빈 씨

"재미는 있지만 혼자 시작해서 막히는 부분이 많아 답답했습니다. 한 3년 지나다 보니 편해졌고, 하다가 보니 어느새 10년이 다 됐네요."

경북 울릉에서 유일한 변호사로 활동 중인 백승빈(42) 변호사는 최근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습니다.

백 변호사는 부산 출신으로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사법시험 55회(연수원 45기)로 합격한 뒤 연수원을 수료하고 2016년 4월 곧바로 울릉도에서 개업했습니다.

그는 "연수원에서 진로를 결정할 시점에 고민했는데 동기가 울릉도에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당시 울릉도에 있던 현재 사무장을 소개해줬다"며 "변호사가 없는 마을인 무변촌 울릉도에서 활동하는 것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개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조계 경험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개업한 만큼 어려움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한 해 두 해 지나다가 보니 적응해 나름 만족하면서 산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인구가 적고 큰 사건이나 사고가 없어 주로 맡은 소송은 땅이나 돈 등과 관련한 민사소송입니다.

그동안 주민을 상대로 법률서비스를 하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한 의뢰인이 소송을 맡긴 다음날 소송 상대방이 의뢰하러 온 경우가 더러 있었습니다.

원고와 피고를 모두 다 알다가 보니 중재를 시도한 적이 많았고 아예 다른 변호사를 소개해준 적도 있었습니다.

그는 피고로 만난 주민이 운영하는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는 미안한 마음에 마스크를 쓰고 몰래 들어가 식사하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현재 미혼인 그에게 결혼정보회사가 어떻게 알고는 연락해 여러 가지를 묻다가 사는 곳이 울릉이라는 소리에 곧바로 전화를 끊어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돈벌이는 되느냐는 질문에 "주로 군 상대 소송이나 주민 간 민사소송을 담당하고 등기도 취급하다가 보니 혼자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며 "결혼해서 도시에서 살았다면 힘들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괜찮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울릉에는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다"며 웃기도 했습니다.

울릉도에서 법률사무소를 하다가 보니 한 달에 서너 번은 재판정 출석을 위해 관할 법원인 포항지원에 가야 합니다.

뱃멀미를 자주 하는 그로서는 여객선을 타는 일도 고역입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멀미가 적은 대형 여객선이 취항하면서 그나마 걱정을 덜었습니다.

날씨를 예측해 미리 나가곤 하기 때문에 9년여간 울릉도에서 지내면서 날씨 문제로 법정에 출석하지 못한 경우는 두어 번 정도입니다.

그는 "원할 때 어디든 마음대로 못 가는 게 있어서 좀 불편하긴 하지만 성향 자체가 집에 있기 좋아하는 이른바 '집돌이'라서 도시에 살았어도 주말에는 똑같이 집에서 게임하고 지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한동안 주말을 이용해 지역 곳곳을 다니며 무료 법률 상담을 했지만 요새는 주민이 잘 오지 않아 법률 상담을 중단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나중에 여기에서 산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써볼까 고민 중이다. 동쪽에서 고한다는 뜻의 '동백'이란 가제를 지었다. 동쪽에 사는 백 변호사란 뜻도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귀에 빡!종원
댓글 아이콘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