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 러시아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알래스카에서 열릴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표면적으로 미러 정상회담 핵심 의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지만, 러시아는 인프라 협력과 북극 개발 등 경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실제로 정상회담 일정 발표 후 러시아 언론들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한 기사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위트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가 푸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와 함께 방문한 모스크바의 호텔 부지가 트럼프 호텔이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추정까지 보도될 정도입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양보할 조짐을 내비치지 않고 있습니다.
야코벤코 전 영국 주재 러시아대사는 국영 뉴스 통신사 리아노보스티에 "이미 오래전에 서방의 패배로 끝난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러 관계에서 부차적인 사안일 뿐"이라며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함께 극복해야 할 장애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 등을 조건으로 일시적으로 전투를 중단하는 방안에는 동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무기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을 세운다는 당초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믿고 있다는 게 서방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양보할 수 있는 카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중단, 공중에서의 제한적인 휴전을 제공하는 것 정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정유시설과 군수업체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단 점을 감안하면 이는 제대로 된 양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러시아가 미사일과 드론 재고를 채운 뒤 다시 공습을 재개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러시아가 휴전의 조건으로 내건 것은 도네츠크 북부의 산업지대를 넘기라는 것으로,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런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의 회담은 합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합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협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러시아의 외교적 승리라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할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푸틴 대통령이 위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세르게이 라드첸코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러시아가 늘 원했고, 푸틴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미국과 대등하게 서 있는 이미지"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