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정부가 구글에 고정밀 국내 지도 반출을 허용할지 여부를 한미 정상회담 이후 결론 내립니다.
이달 11일로 다가온 결정 시한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지도 반출 허용 여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토지리정보원 등에 따르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도 정보의 해외 반출 여부를 심의·결정하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는 이달 8일 회의를 열어 구글의 고정밀 국가기본도 국외 반출 요청 건을 논의합니다.
협의체에는 국토교통부,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국정원,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참여합니다.
협의체는 지난 5월 회의에서 결정을 유보하고 처리 기한을 8월 11일까지로 60일 연장했습니다.
국가 안보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겁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정부가 내린 결론을 구글에 통보해야 하는 시한을 한 차례 더 연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 관계자는 "협의체에서 부처별로 입장을 개진한 뒤, 결정 시한을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미 정상회담 전에 결론을 낼 경우 회담에 올라갈 다른 의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정밀 지도 반출 제한은 미국이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꼽은 사안이지만 이번 한미 관세 협상 논의에서는 제외됐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31일 관세 협상 타결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고정밀 지도 등은 제일 일찍 논의한 분야인데 이번에는 통상 위주로 급진전하며 그것은 우리가 방어한 것"이라며 안보 등의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로선 지도 반출 허용 여부를 앞서 결론 내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겁니다.
지금까지는 반출 '신중론'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에서 "통상 문제가 있기에 (지도 반출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에 우선하는 것이 국방과 국민의 안전"이라고 밝혔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청문회 과정에서 "국가 안보,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습니다.
정부는 구글이 지도에서 보안시설을 블러(blur·가림)·위장·저해상도 처리하고, 좌표를 삭제하고, 보안시설 노출 시 바로 시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국내에 서버를 두라는 3가지 요구를 수용한다면 지도 반출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구글은 아직 정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구글과 보안시설 지도 처리 방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은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건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도 반출이 어떻게 논의되는지입니다.
구글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올해 2월 18일 국토지리정보원에 5천 대 1 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이 지도는 50m 거리를 지도상 1cm로 표현해 건물, 도로, 지형까지 세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은 2011년과 2016년에도 지도 반출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군사기지 등 보안시설 정보가 담긴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 두면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허한 바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