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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서 올해만 3명 사망…광주 제석산 구름다리 결국

산책로서 올해만 3명 사망…광주 제석산 구름다리 결국
▲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 안전 철조망 설치

올해에만 3명이 떨어져 숨져 오명을 쓰게 된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와 관련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남구의 늑장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예방 명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사고 발생 수 개월 전 받았지만, 사용하기는커녕 대책도 제때 마련하지 않으면서 인명 피해를 막을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늘(22일) 광주 남구에 따르면 구는 '안심 도시 광주 만들기' 공모 사업에 선정돼 특별교부세 2억 원을 광주시로부터 지난해 9월 받았습니다.

이 예산은 범죄·자살·교통사고·산업재해 등 사회적 안전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한 취지로 교부되며, 위험 지역에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비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구는 사고 예방 목적으로 쓰일 예산을 받은 지 3개월 넘도록 사용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했습니다.

기간을 설정해 어떠한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예산 편성 절차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구름다리 인근에는 이렇다 할 안전시설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남구는 환경부의 '도심지 생태 축 복원 사업' 공모에 응모 중이었고, 이 공모 선정으로 수십 억 원의 국비를 확보하게 되면 구름다리 아래에 터널형 복개 구조물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시로부터 받은 2억 원의 예산은 최소 200억 원을 필요로 하는 복개 구조물 조성 계획과 연계해 사용할 예정이었고, 복개 구조물이 만들어지면 낙하 방지 시설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 예산 집행과 관련한 행정 절차들이 사실상 멈추면서 공모 사업도 표류하게 됐고, 남구는 '사업 내용을 보완하라'는 환경부의 구두 통보를 토대로 안전 관련 계획을 선회했습니다.

교부 4개월이 지난 올해 1월 뒤늦게 제석산 구름다리 그물망 설치 용역을 발주했고, 설치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던 사이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올해에만 4번의 추락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했습니다.

남구의회 한 의원은 "사고 예방 목적으로 내려준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로도 볼 수 있다"며 "사망 사고가 반복된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질타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습니다.

남구는 오는 24일부터 구름다리를 임시 폐쇄하고 안전시설 설치가 마무리되는 다음 달 13일까지 출입을 통제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간 추락 충격을 줄이는 초록색 그물망 2단이 구름다리 아래에 설치되며, 현재는 그물망 설치를 위한 잡목 제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남구 관계자는 "당초 생태 축 복원 공모와 연계해 교부세 2억 원을 사용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공모 선정이 안 될 것 같아 계획을 변경해 성립 전 예산으로 용역을 서둘러 발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여러 공모를 통해 중장기 안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안전시설 보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개 산등성이를 이어 지역 대표 산책로로 알려진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17년부터 최근까지 총 8명이 스스로 떨어져 사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난간 위에 올라간 남성이 투신 소동을 벌였고, 지난달에는 남성이 떨어져 중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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