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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이라 말 안 통하면 어떡하죠?"…발끈한 탈북민 [스프]

[안정식의 N코리아 정식] 탈북민 남한 사회 적응과정 다룬 웹드라마 '하나상사'
하나상사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한 탈북민이 인턴사원으로 첫 출근을 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회사 동료로 보이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통화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아, 오늘 오는 인턴이요? 북한 사람? 근데 북한 사람이라서 말 안 통하면 어떡하죠?"

이 얘기를 들은 탈북인턴은 동료가 전화를 끊자 이렇게 대꾸합니다.

"한국 사람입니다. 서울 시민"
(네, 뭐라고요?)
"북한 사람 아니고요. 한국 사람이라고요."

이 이야기는 지난 16일 공개된 탈북민 주제 웹드라마 '하나상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데도 여전히 이방인 취급하는 남한 사회의 현실을 꼬집은 것입니다.
웹드라마 '하나상사'의 한 장면


'탈북민에 대한 친근감' 살펴보니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실시한 '2024 통일의식조사'를 보면 탈북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상징적으로 드러납니다. 연구원 측은 전국 17개 시도의 만 19세 이상 74세 이하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통일 관련 인식을 조사했는데, 탈북민 인식과 관련된 부분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 가운데 누구에게 더 친근감을 느끼는지 물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인을 친근하게 느낀다고 대답한 사람(31.3%)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동남아시아인(23.5%), 일본인(21.9%), 탈북민(17.5%), 조선족(15.5%), 고려인(9.9%), 중국인(9.5%), 중동인(6.6%) 순이었습니다. 같은 동포인 탈북민을 미국인, 동남아시아인, 일본인보다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 해 전인 2023년 조사에서는 탈북민이 친근하다고 대답한 사람이 조선족이 친근하다고 대답한 사람보다도 낮았습니다.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인(41%), 동남아시아인(32.3%), 일본인(23.4%), 조선족(21.4%), 탈북민(18.1%), 고려인(13.4%), 중국인(10.4%), 중동인(6.4%). 2024년 조사에서 2023년에 비해 탈북민 친근감 순위가 한 단계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친근하다고 대답한 실제 응답률을 보면 18.1%에서 17.5%로 오히려 더 떨어졌습니다.

탈북민과 관계 맺기를 얼마나 꺼려하는지도 물었습니다.

탈북민을 결혼 상대로 꺼려하느냐는 질문에 15.7%가 매우 꺼린다고 대답했고, 36.8%가 다소 꺼린다고 답변했습니다. 과반인 52.5%가 탈북민과 결혼하는 게 꺼려진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탈북민이 지역대표가 되는 데에 대해서는 47.6%(매우 꺼린다 15.3%, 다소 꺼린다 32.3%)가 꺼려진다고 대답했고, 탈북민이 학교 교사가 되는 데에 대해서도 43.1%(매우 꺼린다 13.2%, 다소 꺼린다 29.9%)가 꺼려진다고 대답했습니다. 탈북민이 직장동료가 되는 데에 대해서는 12.0%(매우 꺼린다 1.6%, 다소 꺼린다 10.4%)가 동네 이웃이 되는 데에 대해서는 11.6%(매우 꺼린다 1.6%, 다소 꺼린다 10.0%)가 꺼려진다고 답변했습니다.

탈북민을 미국인이나 동남아시아인, 일본인보다 멀게 생각하고, 탈북민과 결혼하는 것을 국민 과반이 꺼려한다는 것은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이방인의 범주에 들어있음을 시사합니다. 탈북민이 이제 3만 4천여 명에 이르고 많은 탈북민들이 우리와 같은 동포로 이 땅에 정착해 살고 있지만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사람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탈북민에 대한 이질감이 이렇게 여전한 것은 우리가 탈북민들을 대체로 북한을 바라보는 하나의 틀로 사고해 왔기 때문입니다. 탈북민이 우리의 관심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보통 북한 인권 문제 등 북한 내부 상황의 증언자로서이거나 탈북 과정의 어려움을 전달해 주는 사람으로서입니다.

탈북민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바라보는 하나의 틀로 사고하면서 북한이 각종 도발을 할 때마다 우리는 은연중에 북한과 탈북민의 이미지를 중첩시키게 됩니다. 폐쇄체제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탈북민에게 은연중에 투영되는 것입니다.

하나상사, 탈북민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보고 소통 과정 다뤄
다시 웹드라마 '하나상사'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하나상사'는 한국에서 첫 직장생활에 도전하는 탈북민이 낯선 환경 속에서 좌충우돌하면서 남한 사회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다룬 미니 드라마입니다. 탈북민에 대한 기존 영상물들이 탈북민을 통해 북한을 바라보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드라마는 탈북민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보고 서로 소통해 가는 과정을 다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이 아니라 남한 사회 속의 탈북민에 주목하면서 그들이 겪는 고충에 주목한 것입니다.

탈북인턴 정하나 씨 역은 실제 탈북민인 김소연 씨가 맡았습니다. '하나상사' 시사회 현장에서 만난 김소연 씨는 "한국에 처음 정착해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상처를 받기도 했는데 그런 기억들 때문에 (내 일인 것처럼) 연기를 할 때 오히려 편안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상사'에서 탈북인턴 역할을 맡은 김소연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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