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북한 평양에서 추락한 걸로 알려진 무인기 기종과 똑같은 형상의 무인기를 우리 군이 80대 넘게 보유하고 있고, 그 기종은 소음이 상당히 크다는 사실이 군 내부 문건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그 기종은 레이더 반사 면적이 넓어서 적진에 침투했을 때 발각될 가능성이 큰 걸로 파악됐습니다. 상대에게 들키기를 내심 기대하면서, 무인기를 보낸 거 아니냐는 의혹에 힘이 실리는 대목입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기준으로 국군 드론작전사령부가 보유 중인, 무인기 현황을 담은 드론사의 대외비 문건입니다.
지난해 10월, 대북전단을 싣고 평양으로 갔다가 추락한 걸로 알려진 기종과, 똑같은 형상의 무인기를 드론사가 83대 보유 중인 사실이 확인됩니다.
기종 이름은 '저가형 소형 정찰용 무인기'.
국방과학연구소, ADD가 32억 원의 자체 예산을 들여서 1백 대를 개발한 뒤 드론사에 무상 제공한 걸로 전해집니다.
항속거리가 5백km 이상이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이 있는 평안북도 동창리까지도 왕복이 가능하다고 돼 있습니다.
이번엔 같은 기종에 대한 방위사업청의 내부 보고서.
육군 지상작전사령부가 2021년에 시범운용한 결과, RCS즉 레이더 반사 면적이 기준치보다 넓은 걸로 나타났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적 레이더망에 탐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보완하려면 1년 넘게 기술 개발이 필요한 만큼 작전 투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판정하고 있습니다.
비행 소음도 문제였습니다.
나흘에 걸쳐 매번 서너 차례씩 고도 2km로 날려보니 예외 없이 소음이 들렸단 겁니다.
실제로 드론사 예하 부대가 있는 백령도의 주민은 해당 무인기 기종의 소음이 크게 들렸다고 증언했습니다.
[백령도 주민 : 그게 소리가 엄청 크잖아요. 무인기 소리가 커요. (지난해) 여름 지나서부터 자주 보였어요. 자주 훈련했어요.]
넓은 레이더 반사 면적과 큰 소음.
2km 이상 고고도로 비행해도 방공망에 발각될 우려가 큰 기종인 셈입니다.
평양 상공의 무인기는 카메라에 찍힐 정도로 낮은 고도였습니다.
드론사가 문제의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저고도로 날렸고, 또 내심 북한 측에 발각되길 기대했던 건 아닌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 영상편집 : 정성훈, 디자인 : 조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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