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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내가 굴린다?"…연금개혁 DC방식, 해외선 실패한 '독배'

"내 돈 내가 굴린다?"…연금개혁 DC방식, 해외선 실패한 '독배'
국민연금 재정 고갈 우려 속 대안으로 떠오른 '확정기여(DC) 방식'이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강력한 경고가 나왔습니다.

가입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는 DC 방식을 도입했던 해외 국가 대부분이 노후 보장 실패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라는 부작용을 겪고 다시 국가 중심의 공적연금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입니다.

오늘(16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의 확정기여방식 전환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통해 연금 민영화를 추진했던 해외 사례를 심층 분석했습니다.

현행 '확정급여(DB) 방식'은 국가가 지급할 연금액을 보장하는 반면, DC 방식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와 투자 수익률에 따라 연금액이 결정됩니다.

언뜻 보면 개인의 선택권과 수익률을 높이는 합리적인 대안처럼 보이지만, 해외의 '실패한 실험'은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1980년대 칠레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헝가리 등 DC 방식으로 전환했던 국가들은 공통으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전환 비용'이었습니다.

기존 연금 수급자에게 약속된 돈은 계속 주면서, 새로운 가입자의 보험료는 개인 계좌에 쌓아야 해 국가 재정에 국내총생산(GDP)의 4%가 넘는 부담을 안겼습니다.

여기에 민간 금융회사가 떼어가는 높은 관리·운용 수수료는 가입자의 은퇴 자산을 잠식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관리 비용이 전체 보험료의 50%를 넘어서는 기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불안정한 노후 보장이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금 자산 가치가 폭락하며 수많은 은퇴 예정자가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투자 위험을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DC 방식의 취약성이 드러난 것입니다.

결국 이들 국가는 연금 민영화를 포기하고 다시 국가가 책임을 강화하는 공적연금 형태로 제도를 되돌리는 '재개혁'의 길을 걸었습니다.

DB와 DC의 절충안으로 꼽히는 '명목확정기여(NDC)' 방식을 도입한 스웨덴의 사례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NDC는 국가 재정 상황에 따라 연금액이 자동 조정돼 재정 안정화에는 기여했지만, '연금액 적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습니다.

기대수명이 늘수록 연금액이 자동으로 깎이는 구조 탓에, 스웨덴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2022년 30.8%에서 2070년 25.5%까지 하락할 전망입니다.

이로 인해 스웨덴의 노인 빈곤율은 2005년 9.5%에서 2022년 17.2%로 급등했으며, 특히 여성 노인의 빈곤율은 20.4%에 달했습니다.

결국 스웨덴 정부는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최저소득을 보장해 주는 제도를 추가로 도입해야 했습니다.

보고서는 세계 최저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한국이 DC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그 충격은 해외 사례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연구진이 추산한 국민연금의 DC 전환 비용은 약 2천727조 원에 달합니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DC 방식으로의 전환이 사회적 연대와 위험 분담이라는 사회보험의 근본 원칙을 훼손하며, 제도 자체의 재정 안정성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국민연금 개혁은 현행 DB 방식의 틀 안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을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급진적인 구조 변경보다는 현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다듬는 내실화가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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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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