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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2030 직장인들에게…나를 회복하는 '명상'을 권합니다" [스프]

[오프 더 모먼트] 노영은 (명상가, 작가, <눈풀꽃> 공동 대표)
노영은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보는 잠깐의 '틈'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돌보는 일상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성인 4만 4천 명을 상담했던 장재열 상담가가 자신의 삶에서 소진을 겪었던 전문가를 만나 일상 속 멈춤과 쉼의 비결에 대해 묻습니다.
인터뷰어 : 장재열 (상담가 겸 작가, 월간 마음건강 편집장)
인터뷰이 : 노영은 (명상가, 작가, <눈풀꽃> 공동 대표)

요즘 여러분은 언제 불안하신가요? 그럴 때마다 그 불안을 어떻게 마주하고 계시나요? 혹시 없애보려 애쓰다 더 지치고, 때론 나 자신을 탓하며 숨고 싶었던 적은 없으셨나요? 오늘은 '불안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불안과 함께 사는 법'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일상의 명상으로 마음을 돌보는 사람, 노영은 님이 전하는 다정하고 현실적인 불안 사용법, 지금부터 함께 만나볼까요?

장재열(이하 장) :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영은(이하 노) : 네, 안녕하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 :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노 : 저는 마음이 늘 궁금한 사람, 마음의 흐름을 따라 살아가는 노영은입니다.

장 : 저희가 처음 알게 된 계기, 기억하시나요?

노 : 네. 아마 8년 전쯤, 제가 먼저 연락드렸어요. 창업 초기에 마음 건강 관련 일을 막 시작하던 때였고, 주변에 동료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미디어를 통해 재열 님을 알게 됐고, 상담과 명상이라는 도구는 다르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연락드렸던 기억이 나요.

장 : 맞아요. 그때 서울시청 근처에서 처음 만났죠. "저는 명상하는 사람입니다"라고 소개하셨을 때 좀 의외였어요. 명상을 이야기하는 분이 이렇게 젊고 캐주얼할 수 있다는 게 신선했거든요. 아마 20대셨죠? 당시에.

노 : 네, 사실 당시에 저와 동료들은 명상을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게 돕는 팀을 만들고 싶었어요. 걷고 말하고 일하는 순간순간이 다 명상의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거든요. 그래서 종교적이거나 너무 형이상학적인 이미지보다는, 명상을 삶의 방식으로 전달하려고 해왔고요.

장 : 그래서 늘 우리가 익숙한 언어들로, 특히 2030 세대가 익숙할 만한 방법으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명상에 대해 이야기하신다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늘 그 방식이 힙하거나 트렌디해서 신기했거든요. 늘 뭔가 만들어내시거나 포스터 하나를 만들어도 소장 욕구가 들 것 같게 만든달까? 최근에는《불안 다루기 연습》이라는 책을 출간하신 것도 봤는데 역시나 소장 욕구가 딱! 들게 귀여운 디자인이더라고요. 그런데 불안을 주제로 삼은 이유가 궁금했어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주제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불안에 대해 말하는 콘텐츠가 너무 많기도 하잖아요.

노 : 그렇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재열 님도 상담을 오래 하셨지만 여전히 불안하지 않나요? 저도 늘 불안하거든요. 그래서 아직도 우리 사회는 불안이 수면 위로 더 꺼내져야 하는 사회라고 생각했어요. 불안은 혼자 있을 때 더 커지고 외롭게 느껴지는 감정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우리 모두가 느끼는 거잖아요. 불안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 다 불안하니까, 한번 같이 얘기해 볼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노영은

장 : 아, 그럴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 많은 불안을 다루는 콘텐츠는 '내가 내 불안을 혼자 어떻게 해보는 방법'에 포커싱이 되어있었으니까요. 혼자 콘텐츠를 보고, 혼자 실천해 보고 하는 식이랄까.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는 불안도가 정말 높아서 오히려 불안을 감추는 데 익숙한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노 : 어릴 때부터 마음에 대해 잘 묻거나 이야기해 본 경험이 부족한 것도 큰 이유 같아요. 마음을 꺼냈을 때 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험을 하다 보면, 점점 더 꽁꽁 감추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저 자신에게도 뵙는 모든 분께도 "마음이 어때요?"라는 질문을 일상적인 톤으로 끊임없이 던지려고 해요.

장 : 그래서 '마음의 안부'를 조금 더 본격적으로 묻기 위해 시작한 게 명상이겠군요? 원래 이 일을 하셨던 건 아니죠?

노 : 네. 원래는 대기업 언론사에 입사했었어요. 청소년 청년에게 권하는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메시지대로 다 했던 것 같아요. 학교 가고, 취업 준비하고, 회사도 갔는데, 정작 행복은 없더라고요. 회사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표정이 너무 회색빛이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게 사회적 재난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무언가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아주 작은 프로젝트들을 시작했죠. 맨 처음에는 그냥 좋은 글귀를 아침마다 공유하면서 회사 동료들과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어요.

장 : 아, 처음에는 명상도 아니었고, 창업도 아니었고 정말로 '내 주변 동료들을 웃게 해주고 싶다'라는 마음이었다는 거네요. 그런데 그게 점점 확장됐군요?

노 : 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자연스럽게 퍼졌어요. 나중엔 제 글귀를 받아 읽으시는 분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아졌죠. '이게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거였구나!' 그때 느낀 거예요. 그러다 회사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마음 건강을 주제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장 : 아, 그 시점에 많은 분께 사랑받았던 '왈이의 아침식땅' 같은 콘텐츠가 시작된 거군요?

노 : 네 맞아요. 사람들의 출근길 표정을 바꾸자는 목표로 만든 팟캐스트 콘텐츠였어요. 출근길에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왈(曰이)라는 가상의 강아지 캐릭터를 설정해서 그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식당'을 아침에만 여는 거죠. 청취자들의 고민을 받아서 그에 맞춘 가상의 메뉴를 만들어서 아침밥을 해주는 일종의 ASMR 콘텐츠였어요. "새로운 시작 앞에서 머뭇거릴 때 조랭이 떡국과 수정과",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 칭찬받은 기억이 없을 때 '오구오구' 민트 초코 모찌" 이런 식으로요. 나중엔 청취자셨던 한 셰프님의 도움을 받아 실제로도 팝업 식당처럼 지하철 사물함 한 칸을 빌려서 아주 작은 미니어처 식당 모형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매일 아침 도시락을 넣어두기도 했죠. 선착순으로 청취자들이 진짜 아침밥을 먹을 수 있게요.

장 : 맞아요. 저도 자주 포털사이트에 추천 콘텐츠로 떠서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때 2030 직장인들에게 정말 큰 사랑을 받으셨었잖아요. 그런데 그러다 한차례 큰 고비를 겪으셨다고요?

노 : 네. 관심과 사랑은 많이 받았지만 수익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팀이 해체됐고, 저는 우울증을 겪으며 병원과 상담, 명상에 의지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문제의 해결보다 내가 우선이라는 걸 배웠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이 제게 가장 큰 배움이었어요.

장 : 그런 자기 회복의 과정에서 명상이 자연스럽게 중심축이 된 거네요.

노 : 네. 그전보다 조금 더 본격적으로 방향을 잡게 된 거죠. 명상은 병원이나 상담과 달리, 내가 일상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마음 운동이에요. 아프기 전에 돌볼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헬스장 가듯 명상하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장 : 그렇게 벌써 2010년대 후반부터 많은 분들께 명상을 더 쉽고 다정하게 전하고 계시는데... 사실 "명상을 하면 이 불안이 사라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노 : 네 정말 많이 받고요. 솔직하게 대답해 드리죠. "그렇지 않아요. 불안은 사라지지 않아요"라고요. 다만 불안을 알아차리고 다룰 수 있게 되는 거죠. '불안 없애기'가 아니라 '불안 다루기 연습'이에요. 이게 시작이에요.

장 : '불안 없애기 연습'이 아니라 '불안 다루기 연습'이라는 제목이 그래서 나온 거군요.

노 : 네. 많은 분들이 명상을 하면 불안이 사라질 거라고 기대해요. 사라지지 않으면 실망도 하시고요. 하지만 저희는 이렇게 다시 정정해 드리죠. 명상을 하면 불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불안과 친해질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그게 핵심이에요.
노영은

장 :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불안과 친해지나요?

노 : 가장 기본은 몸을 느끼는 연습이에요. 감정은 항상 몸으로 오거든요. 불안하면 손이 떨리거나, 숨이 얕아지거나, 뒷목이 뻣뻣해지는 것처럼요. 그런데 우리는 그걸 인식하지 않아요. 머릿속 생각만 계속 돌죠. 그래서 명상에서는 "지금 내 몸은 어떤가요?"를 계속 물어요.

장 : 몸을 자각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노 : 맞아요. 그래서 훈련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지금 의자에 앉아 있는 엉덩이 감각'이라든가, '티셔츠가 피부에 닿는 느낌', '이마에 닿는 공기의 온도' 같은 아주 구체적인 감각을 느끼는 연습을 하죠.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불안할 때 어떤 신호가 오는지를 알게 되고, 생각에서 빠져나와 몸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장 : 그렇게 몸을 자각하면 불안이 줄어드나요?

노 : 줄어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불안에 휘둘리지 않게 돼요. 예전에는 불안이 오면 "도망가야겠다, 뭘 해야겠다" 하고 반응했지만, 지금은 "아,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괜찮아. 여기 있자"라고 반응하죠. 그건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연습이에요.

장 : 감정 이름 붙이기라는 방법들도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된다고요?

노 : 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의 이름은 답답이다', '두근두근이다', '극대 노이다'. 이렇게 네이밍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정과 약간은 거리감이 생기면서도 또 유대감이 생겨요. 감정과 내가 한 덩어리가 아니라 '나'와 '너'가 되는 거죠. 그럼 그 감정을 마치 친구를 불러주듯이 이름을 부르고요. 그 아이를 없애려 하기보다, 손을 얹고 "그래, 여기 있어도 돼" "요즘 자주 오는구나"라고 말을 거는 연습을 하는 거죠. 그게 명상에서 우리가 자주 하는 방식이에요.

장 : 그런데 그렇게 편안하게 다독이다 보면 졸음이 오는 분들이 참 많잖아요. 저도 가끔 명상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커허어어" 하면서 코를 골다가 깜짝 놀라서 선생님 눈치를 보거든요. 사람들이 내 코골이를 듣진 않았나 하고. 명상하다가 잠들어도 괜찮은가요?

노 : 물론이죠. 잠든다는 건 내 몸이 너무 피곤해서 그제야 자는 거예요. 자책할 필요 없어요. 중요한 건 내가 내 신호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그 자체로 이미 회복의 시작이에요.

장 : 이렇게 구체적으로 듣고 보니, 명상이 우리 일상에 어떤 기능을 하는지 조금 더 명료해진 것 같기도 하네요.

노 : 맞아요. 많은 분들이 명상을 어렵게, 또는 특수하게 느끼는 건 진입장벽이 있다는 느낌 때문이거든요. 하지만 명상은 '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에요. 그걸 연습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게 명상이라고 생각해요. 불안도 마찬가지로 없애는 대상이 아니라, 느끼면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예요. 불안과 함께 걷는 법을 익히는 것, 그것이 제가 지금까지 계속 해온 일이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이고요.

장 : 하긴, 불안을 없앤다는 개념은 다소 판타지일 수도 있겠다 싶네요. 저는 불혹을 지나면서 느끼는 건데 불안의 진폭은 삶의 성장과 함께 오히려 더 깊어지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더 큰 파도가 몰려오니까요.

노 : 맞아요. 바로 그 지점을 이해하는 거죠. 저희 센터에는 '인생 첫 바닥'을 경험한 30대 분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그러면 굉장히 흔들리거든요. 처음 겪어본 상황이니까 얼른 벗어나려고 하고, 해결하려고 하고요. 하지만 첫 바닥인 거죠. 두 번, 세 번 올 수 있음을 받아들일 수 없을 때 불행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외부를 완벽히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하고 그 속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감정의 크기를 다뤄보는 거예요. 그게 익숙해지면 인생에 다음 바닥이 와도, 다음 불안이 와도 무언가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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