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장마 끝났다더니, 대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하는 분들 많습니다. 기상팀 정구희 기자와 하나씩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 기자, 앞서 봤던 부산과 또 거제도에는 장마전선이 이미 지나갔던 거 아니었습니까. 왜 이렇게 비가 많이 온 건가요?
<기자>
네, 이들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건 온대 저기압 때문입니다.
장마철 비의 25%는 장마 전선이 아니라, 연중 발생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내립니다.
여름철은 특히 뜨거운 수증기를 포함한 강한 저기압들이 만들어져서 비가 많고, 강합니다.
이번에도 저기압이 동해를 따라 북상하는 과정에서 저기압의 중심과 가까운 부산과 거제도에 비가 집중된 겁니다.
<앵커>
네, 올여름 날씨가 참 종잡을 수가 없는 것 같은데, 원래도 이렇게 장마 끝나고 비가 많이 오는 경우가 흔한 일입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상청이 지난 1일 남부지방 장마가 종료됐다고 밝혔는데요.
사실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장마가 종료돼도 강한 비는 계속됐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나라 여름철 평균 강수량은 727.3mm인데 장마철 강수량은 356.7mm로 절반 정도 됩니다.
즉, 나머지 절반의 비는 장마 전후로 내린단 얘기입니다.
심지어 장마 이후에 강한 비가 더 많이 내린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장마 기간은 통상 6월 말쯤 시작해 한 달쯤 지속됩니다.
그런데 3시간에 60mm 이상, 즉 호우주의보 수준의 비가 내린 횟수를 비율로 따져 보면, 남부지방의 경우 7월에 31.2%, 8월에 34.4%로 오히려 장마 이후인 8월에 더 많습니다.
장마 종료 선언 후에 폭염과 강한 비가 이어지는 게 우리나라 보통의 여름철 날씨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사실 사람들이 이렇게 헷갈려 하기도 하고, 여름철에 장마라는 기간을 구분 짓는 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어떻게 봅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강수 특성 때문에, 기상청은 지난 2009년에는 국민께 혼란만 줄 수 있다면서, 장마 종료 시점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장마 기간 문의는 계속 이어졌고 결국 다시 장마 종료일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이 말하는 '장마 종료'는 사실상 '1차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된다는 의미입니다.
6월 말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장마전선을 밀어 올리면서 시작되는 게, 1차 장마입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여름 내내 이렇게 수축하기도 하는데, 이때 장마전선이 같이 내려오면서 또 장맛비가 내립니다.
그래서 2차, 3차 장마가 올 수 있는 것이고 9월까지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가을 장마'가 됩니다.
장마 이후에도 장마전선, 저기압,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자주 내리면서 결국 6월부터 9월까지 비가 이어집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호우 형태가 더 복잡해지는 만큼, '장마'를 비롯해서 여름철 호우 시기 구분을 재정립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디자인 : 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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