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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의 '내부 승진' 병무청장…문민 국방 '성공 방정식' 가동 [취재파일]

20년 만의 내부 승진으로 임명된 홍소영 신임 병무청장

제29대 병무청장으로 홍소영 전 대전충남지방병무청장이 임명됐습니다. 몇 가지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병무청 개청 이래 첫 여성 청장입니다. 2005년 임명된 윤규혁 18대 병무청장 이래 20년 만에 내부 승진 케이스입니다.

특히 내부 승진이란 점이 반갑습니다. 그동안 국방 관련 기관장 자리는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예비역 장성들이 논공행상으로 챙기는 전리품이었습니다. 실력, 전문성과 무관하게 대선 캠프에 왔다 갔다 했다는 별 것 아닌 공을 내세워 귀한 자리를 꿰찼었는데, 이번에는 간만에 정치와 무관한 병무 행정 전문가가 내부 승진했습니다.

홍소영 병무청장의 기용은 국방 문민화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풀이됩니다. 안규백 문민 국방장관 후보자 지명에 이어 내부 승진을 통한 국방 관련 기관장의 임명이 확대될 것으로 군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습니다. 즉, 정치에 줄 선 예비역 장성들이나 퇴직 관료들의 낙하산은 가고, 전문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민 국방의 실현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낙하산 대신 전문가들의 등용이 늘어날수록 안보와 민생이 튼튼해지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예비역 낙하산 가고, 내부 승진 오고…

홍소영 신임 병무청장의 전임자는 김종철 예비역 소장입니다. 김용현 밑에서 경호처 차장을 맡아 이른바 입틀막 경호의 실무를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현역이었을 때 병무 행정에 관여한 적 없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 권력을 등에 업고 경호처 차장 퇴임 직후 병무청장으로 변신했습니다.

27대 이기식 청장은 해군 중장, 26대 정석환 청장은 공군 소장, 25대 모종화 청장은 육군 중장, 24대 기찬수 청장은 육군 소장 출신입니다. 23대 김일생 청장부터 19대 강광석 청장까지도 모두 예비역 장군들입니다.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18대 윤규혁 청장만 병무청 출신 내부 승진입니다.

그래서 홍소영 신임 청장은 20년 만의 내부 승진 청장으로 기록된 것입니다. 귀한 기록입니다. 홍 신임 청장은 1988년 병무청 7급 공무원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병역공개과장, 정보기획과장, 병역자원국장, 대전충남지방병무청장 등 병무청 내 다양한 보직을 거친 뒤 정년 퇴직을 앞두고 연수 중 청장에 발탁됐습니다.

병무청 내부에서는 "병무청에 피와 생기를 돌게 하는 인사"라며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병무청 A 씨는 "병무 행정 전문가가 병무 행정 책임자가 되는 순리가 어렵게 이뤄졌다", "직원들이 '나도 청장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어 청 내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B 씨는 "평소 병무 행정에 1도 관심 없었던 예비역들이 마치 병무 행정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청장 노릇을 했고, 조직은 그들의 어설픈 지휘에 오락가락했다", "낙하산 청장의 폐단만 없어져도 병무 행정은 건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1월 인천지방병무청에서 올해 첫 병역판정검사를 받는 장정들
 

다른 국방 기관에도 내부 승진·전문가의 은총을…

홍소영 신임 병무청장 발탁 하나만 가지고 국방 관련 기관에 내부 승진 또는 전문가 기용의 인사가 정착할 것이란 기대를 품을 수 있을까요. 현재 분위기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국방 관련 다른 기관에서도 내부 임원, 전문가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정치 놀음에 승부를 거는 낙하산들은 상대적으로 힘을 못 쓰는 형국입니다.

남아있는 국방 관련 기관장 인사 참 많습니다.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전쟁기념사업회, 군사편찬연구소, 국방홍보원, 국방정신전력원, 군인공제회,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한국항공우주산업협회 등 대충 추려도 두 손으로 셀 수 없습니다. 이들 기관의 상근 최고위직은 예비역 장성들이 대부분이고, 민간인이라고 해도 대선 캠프에 발 담근 적 있는 정치적 인물들입니다. 각각 기관장으로서 적격, 부적격 여부는 본인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입니다.

이런 자리에 내부 승진자나 절정의 전문가가 기용되면 각 조직의 역동성과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명약관화입니다. 조직원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 각각의 기관에 자연히 신바람이 붑니다. 달리 말하면 낙하산을 배제한 올바른 기관장 인사로 안보, 방산, 정신전력, 군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

안규백 국방장관 후보자의 경우 대선 기간 예비역 장성들을 동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비역 장성들에게 빚진 바 없습니다. 건강한 국방 인사의 가능성을 높이는 필요조건입니다. 64년 만에 출범하는 문민 국방 체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문민 국방장관을 보좌하는 주변 기관장 인사만 제대로 해도 문민 국방 체제의 전도는 양양합니다.

올 초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에 찬성한 예비역들의 모임 '천군만마'.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 여럿 이름을 올렸지만 별다른 활약을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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