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에 2천 원짜리 얼음 사면 하루는 버틴다"

"1㎏에 2천 원짜리 얼음 사면 하루는 버틴다"
▲ 냉수로 버티는 더위

"너무 더울 때는 그냥 자는 수밖에 없어요."

아침부터 폭염이 맹위를 떨친 어제(9일) 오전 10시 서울역 2번 출구 앞, 그늘이 만들어진 곳에 종이상자를 깔고 앉은 노숙인 김 모(59) 씨는 이렇게 말하며 힘든 표정을 지었습니다.

웃통을 벗은 채 맨발 차림이었습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기온은 이미 30도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는 또 다른 노숙인 박 모(57) 씨가 앉아있었습니다.

한 달째 노숙 중이라는 박 씨는 "더위를 피하는 방법은 물뿐이다"라며 "종교단체나 공무원이 주는 얼음물로 버티지만 여름에는 얼음이 순식간에 녹아버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1㎏에 2천 원 정도 하는 얼음을 사면 하루 정도 버틴다"고 덧붙였습니다.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취약계층의 괴로움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갈 곳도, 주머니 사정도 마땅찮은 이들에게 폭염은 생존의 문제가 됩니다.

노인들은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으로 모입니다.

이날 용산구 후암동 양짓말경로당에서 박 모(72) 씨는 "낮에는 경로당에서 지내고 집에서는 전기료 걱정에 자기 전 선풍기만 잠깐 켠다"며 "이런 혹서기에는 경로당에 착실히 다니는 게 피서"라고 밝혔습니다.

이곳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엽니다.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엄 모(82) 씨는 "인근 지역은 오래된 주거지가 많고 노인 세대가 대부분"이라며 "혼자 있기보다 시원한 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대화를 하러 30~40명 정도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주민센터도 노년층이 더위를 피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이날 정오 용산구 청파동 주민센터에서는 노래교실 수업을 듣고 나오는 노인 수십 명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주민센터 한편에 마련된 테이블에 둘러앉아 "여기 오면 재밌고 시원하다"·"일주일 내내 온다"며 이곳에서 더위를 피한다고 밝혔습니다.

은행·도서관도 '피서지'가 됩니다.

이날 청파새마을금고 본점에서는 70대 최 모 씨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최 씨는 "올여름은 비도 오지 않고 길다고 들었다"며 "이렇게 부채를 부치며 은행에서 준비해 놓은 커피를 마시는 것 정도로 날씨를 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곳이 아니면 주민센터나 4호선 숙대입구역 대합실 등을 돌아다니며 더위를 피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오 지나 찾은 서대문구 이진아기념도서관 종합자료실에서도 노년층이 대부분 좌석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 서울의 온도는 35도까지 올랐습니다.

전날인 8일에는 37.8도로 7월 상순 기준 118년 관측 사상 가장 높은 최고 온도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귀에 빡!종원
댓글 아이콘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