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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살 전설의 지옥 훈련…절대 강자 꿈꾸는 23살 여제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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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최강을 담금질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주봉 감독은 선수 시절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복식 금메달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은메달을 비롯해 숱한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며 한국 배드민턴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었습니다. 지도자의 길에 나선 뒤에도 배드민턴 변방 일본을 세계 정상급으로 이끌며 능력을 증명했습니다. 환갑이 넘은 61살의 사령탑은 이제 여자 단식 세계 최강 안세영의 조련사로 새로운 신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하루를 버티기 힘든 강훈련
박주봉 감독과 안세영 박주봉 감독과 안세영

'레전드' 박주봉 감독이 부임한 이후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의 분위기까지 확 달라졌습니다. 최근 합숙 훈련에서 선수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변화는 지옥 훈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엄청난 훈련량. 서승재(남자 복식 국가대표)는 "하루가 너무 긴 것 같이 느껴지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고 김혜정(여자 복식 국가대표)은 "너무 힘들어요, 사실은... 근데 버티고 있습니다"라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체력왕'인 안세영(여자 단식 국가대표)조차도 "굉장히 힘들고요. 이번 주를 버틸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 정도로"라고 털어놓았습니다.

박주봉 감독은 코트를 돌면서 선수마다 일일이 자세를 확인하고, 직접 라켓을 휘두르며 훈련 파트너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60대 지도자가 열정을 불태우자 선수들도 쉴 새 없이 몸을 날리며 셔틀콕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박 감독은 "좀 소리를 질러가면서 훈련을 해야지 선수도 따라오고 분위기도 살아난다. 그동안에 했던 좀 틀에 박힌 것보다는 조금 변화를 주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습니다.


"안세영과 다른 선수들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
왕즈이 꺾은 안세영 왕즈이 꺾은 안세영

박주봉이 감독이 부임하자 관심은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세계 1위 안세영에게 쏠렸습니다. '전설' 박주봉 감독이 '진행형 전설' 안세영을 지도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안세영이 현재 최강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옹성은 아닙니다. 안세영은 지난 6월 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끝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오픈 결승에서 랭킹 2위 왕즈이를 2-1(13-21 21-19 21-15)로 꺾고 대회 정상에 올랐습니다. 올해 5번째 국제대회 개인전 우승이었습니다. 1세트를 내주고 2세트도 9-17까지 끌려갔지만 놀라운 뒷심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거의 졌던 경기를 뒤집은 것입니다. 직전에 열린 싱가포르 오픈 8강전에서는 숙적 중국의 천위페이에게 패배하기도 했습니다. 올 시즌 유일한 패배입니다. 안세영도 무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박주봉 감독 박주봉 감독

이에 대해 박주봉 감독은 "안세영 선수가 현재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사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량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대회 때마다 중국 선수 4명(왕즈이·한위에·천위페이·가오팡제)에 일본의 야마구치까지 1대 5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들 모두 안세영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도 상대에 대한 세밀한 파악이 필요하고 훈련 방식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안세영을 만나는 상대들은 '어차피 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덤비니 경기가 더 타이트해진다. 세영이는 오히려 부담을 갖고 임한다"면서 "세영이가 뒤늦게 발동 걸리는 슬로 스타터인데 페이스를 좀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 공격력도 보강해야 한다. 세영이가 어차피 힘으로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악력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탁 끊어 때리는 짧고 빠른 공격이 요구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젠 수비형이 아니라 공격형 선수로 변신"
안세영 선수

박 감독의 주문에 따라 안세영도 변신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안세영은 상대가 질릴 정도의 악착같은 수비력으로 정상에 올랐습니다. 코트 위로 몸을 던지는 수비와 뛰어난 반사 신경에 놀라운 투혼으로 탄성을 자아내는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다른 구기종목도 그렇듯이 수비만으로 계속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안세영은 "이전까지는 수비형 선수를 추구했는데, 수비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힘은 많이 밀리기에, 정확성을 더 높이려 한다. 찬스가 왔을 때 확실하게 끝내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공격에서는 천위페이 수준까지 올리고 싶다. 공격과 수비 전부 다 세계 최고여야 계속 1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껏 잘해왔지만 앞으로도 지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에게 조금은 두려운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습니다.

이를 위해 안세영은 훈련 방식에 변화를 줬습니다. 우선 영상 분석 빈도를 늘렸습니다. 안세영은 "그간 영상 분석은 잘 몰랐는데, 싱가포르오픈에서 천위페이에게 지고 나서 생각이 굉장히 많아졌다. 상대가 저의 약점을 찾으려 분석하는 만큼 저도 저를 잘 알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박주봉 감독의 조언에 따라 악력을 키울 계획입니다. 박 감독은 "팔꿈치까지 쓰는 순간적인 스윙으로 빠른 공격을 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악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 악력기를 옆에 두고 수시로 운동을 하라"고 주문했는데 제자 안세영은 스승의 명을 그대로 따를 생각입니다.

안세영은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직후 "대표팀에 너무 많은 실망을 했다. 앞으로 함께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이른바 작심 발언을 쏟아내 한국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놓았습니다. 그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대표팀 운영 방식과 규정도 비판했습니다. 이 여파로 전 대표팀 감독과의 불화도 불거지면서 배드민턴협회도 대표팀도 큰 홍역을 치렀습니다. 이후 배드민턴 협회장도, 그리고 대표팀 감독도 새로 바뀌었습니다. 올림픽 이후 한동안 진천선수촌에 발을 들이지 않던 안세영은 지난 4월 강화 훈련부터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안세영은 "(발언 이후 갈등은) 그해에 다 털어버렸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마음가짐, 새로운 목표로 다시 들어왔고 생각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내게는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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