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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텐트 펴고 숙식하는 아기 부모들…"예약 전쟁"

병원서 텐트 펴고 숙식하는 아기 부모들…"예약 전쟁"
<앵커>

국가가 정한 필수 검진인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온라인에서 예약 전쟁을 벌이는 실태를 전해드렸는데요.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는 검진 예약을 위해 병원 앞에서 숙식을 하면서 대기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최고운 기자입니다.

<기자>

여기는 경기 부천의 한 소아청소년과 앞입니다.

영유아 건강검진 예약을 위해 주말부터 줄을 선다는 제보를 확인하러 왔습니다.

된 더위 열기가 가득 찬 후텁지근한 복도에, 돗자리·간이 의자는 물론 텐트까지 줄줄이 늘어섰습니다.

[영유아 건강검진 접수 대기자 : (일요일) 오전 10시쯤 왔는데 이미 마지막이에요. 크게 한 바퀴 도는 거 끝나고 다시 여기서 시작하는 거라.]

앞쪽에 자리 잡은 부모는 하루 먼저 와서, 이틀째입니다.

[영유아 건강검진 접수 대기자 : 저희 토요일 밤에 왔어요. (저녁 8시 20분인데 여기서 하루 계신 거죠?) 그렇죠. 어젯밤부터. (어떻게 여기서 지내시는 거예요?) 캠핑용 선풍기 놓고 의자에도 있다가, 여기도 있다가.]

이 병원은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아침 8시에 다음 한 달 치 예약을 받는데 그때마다 벌어지는 풍경입니다.

하루 2명씩만 검진해 예약이 어렵지만 그만큼 검사와 상담이 꼼꼼하고, 자세해 고생할 가치가 있다고 부모들은 말했습니다.

[영유아 건강검진 접수 대기자 : (아이의) 형식적인 것보다는 좀 그 애를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을 부모에게 알려주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국가 필수 영유아검진이 대부분 키나 몸무게 등 최소한 검진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양임용/소아청소년과의사회 이사 : (생후) 2개월, 4개월, 6개월 엄청 자주 와야 하잖아요. 그때가 제일 궁금한 게 많아요. 과연 의사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 제도 안에서는 거기에 대한 보상을 일절 받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영유아 검진을 하고 병원이 건강보험에서 받는 수가가 적은 데다 상담은 진료로 인정도 못 받는다는 게 의료계 설명입니다.

[양임용/소아청소년과의사회 이사 : 간단하게 감기약 처방하는 건 인정해 줘요. 단순 상담은 어떤 질병이 진단되지 않는 한 인정을 못 받아요. 그러니까 검진 때도 그냥 영유아 검진이라는 틀 안에서만 끝나 버리고.]

영유아 건강검진이 제대로 되려면 의사들이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있는 보상 체계가 필요합니다.

또 현재 만 3세 미만에게 일부 시범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아동 일차 의료 심층상담'을 확대하는 것도 보완책이 될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최혜란,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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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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