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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뉴스] "못 받은 공사비 받고 나가야지" 30년간 폐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자막뉴스] "못 받은 공사비 받고 나가야지" 30년간 폐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충청북도 증평군 도안면, 한적한 마을의 나지막한 지붕들 사이로 우뚝 선 아파트 한 채가 눈에 띕니다.

한눈에 봐도 오랫동안 방치된 듯 심각한 상태의 외관.

곳곳 갈라진 외벽에 철조망까지 설치돼 얼핏 공포 영화 촬영장으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동네 주민 : 이 건물 굉장히 오래됐는데 20~30년 넘었을 거예요. 아마도. (다 해서 분양을 했으면 됐는데 그런 것도 못 했죠.) 귀신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 사람이 살아야 하는 건데 집은]

30년 넘게 폐허였다는 이 아파트, 내부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습니다.

[어 깜짝이야!]

사람이 살고 있어야 할 아파트에는 비둘기 떼가 갖가지 쓰레기, 그리고 부서진 잔해와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건물 옥상도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듯 잡초만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2003년 10월에 머물러있는 달력이 이곳이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는지 보여줍니다.

인근 부동산에서 확인해 본 결과 해당 아파트는 미준공 상태였습니다.

[이정욱/공인중개사 : 1995년 정도에 준공 예정이었던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거의 30년 가까이 폐건물로 유지한 상태인 것 같아요. 건물 내 개별 호실들은 다양한 개인이나 법인 (회사)들이 개별로 소유하고 있는 걸로 확인되고 있어요.]

[아파트 소유주 : 저는 이 아파트를 27세대를 가지고 있어요. 경매로 구입했어요. 위치가 좋았어요. 앞으로 거기가 좋게 변할 거라는 걸 믿고 투자를 한 거죠.]

30년 전 시공 당시 미래에 투자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지만 투자는 결실을 맺지 못했고 완공됐으면 100세대 가까이 살았을 이곳이 미준공 상태로 방치된 겁니다.

그런데 밤이 되자 폐허가 된 아파트에서 한줄기 불빛이 새어 나옵니다.

[동네 주민 : 사람 몇 명 있다고 하던데요. 거기 몇 집 산다고 그랬어요.]

[동네 주민 : 비어 있는 아파트에서 한두 사람은 산다고 했었는데 모르겠어요. 지금은]

누군가 거주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이야기에 찾아가 본 세대엔 정말 한 남성이 살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SBS에서 나왔는데요. 밤에 보니까 이곳에 불이 켜져 있어서 사람이 사는 것 같아서요.) 네 살아요. 제가 살아요. (혼자 사시는 거예요?) 네 저는 여기 혼자 살아요. (혹시 안에 잠깐 들어가 봐도 될까요?) 네 들어오세요.]

집 내부는 을씨년스러운 겉모습과는 달리 여느 평범한 가정집과 같이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입니다.

심지어 전기가 필요한 가전도, 수전도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모습.

[김덕재/폐아파트 거주민 : 전기는 공사하기 위해서 썼던 임시 전력으로 사용하는 거예요. (물은) 지하수입니다. 이게 120m 암반수를 파서 처음부터 지하수를 파서 공사를 했기 때문에 그 물을 그냥 사용하고 있는 거예요.]

시공 당시 시공사의 하청업체에 근무하던 덕재 씨는 1996년 시공사의 갑작스러운 부도로 공사가 무기한 중단되자 공사 금액을 받을 수 없었고 그때부터 이곳에 살면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덕재/폐아파트 거주민 : 저는 (이 아파트) 구조 공사를 했어요. 골조 공사 준공될 무렵 막판에 (시행사가) 부도가 나서 공사 금액을 아직 못 받아서 이 공간을 점유하게 된 거예요. 유치권 행사, 유치권자예요. 유치권자 (몇 년 동안 이곳에서 살고 계신 거예요?) 1998년부터니까 27~28년 되죠. 시간이 좀 가면 해결이 되겠지 했죠. 처음에는 그런데 이게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거죠.]

대금은 여전히 받지 못하고, 법원에서 가등기를 받아놓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덕재 씨 말고도 한 사람이 더 살고 있었습니다.

[김덕재/폐아파트 거주민 : 아래층에 지금 (사람이) 살고 있어요. 제 앞으로 (명의가) 되어 있던 건데 그걸 제가 그 사람한테 팔았어요.]

[염기성/폐아파트 거주민 : 공장이 여기로 이사 오면서 그때 당시 (타 지역에) 살림집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왔다 갔다 하기 귀찮고 그래서 지냈는데 가까운 데 이곳이 비어 있더라고요. 주인한테 집을 사서 여기서 살게 된 거죠. 조용해요. 여기 밤 돼도 차소리가 잘 안 들려요. 여기 뒤에 공동묘지가 있어요. 산 사람도 안 무서운데 죽은 사람이 뭐가 무서워요? 처음 생각은 한 1년 있다가 다시 집을 구해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까 편하더라고요.]

[김덕재/폐아파트에 거주하는 남자: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직 크게 균열이 생겨서 무너질 정도도 아니고 위험해 보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건물이 과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곳에서 덕재 씨와 기성 씨는 불편함 없이 살고 있지만 녹슨 철근들이 그대로 노출돼 있고 과거 안전 진단에서 C등급을 받을 만큼 심각한 수준입니다.

[하성진 교수/국립한국교통대학교 건축공학과: 콘크리트와 철근 일부가 확인됩니다. 노출된 게 전반적으로 균열 상태라든가 철근이 노출된 부분을 파악했을 때 구조적으로는 위험성이 크다고 볼 수가 있고요. 장기간 이렇게 방치가 되어 있다면, 정밀 안전 점검, 정밀 안전 진단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현재 전국 200곳이 넘는 장기 방치 건축물 중 가장 유명한 이 폐아파트.

해당 지자체는 올 하반기에 예정된 농촌 공간 정비 사업 공모를 신청해 이 아파트를 새롭게 정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재영/충청북도 증평군수 : 그 흉물스러운 아파트 때문에 주민들도 굉장히 위축되어 있었거든요. 군에서 그 아파트는 일단 철거를 다 하고요. 복합문화공간으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유치권 행사 중인 입주자와 실주거자는 어떻게 될까요?) 이분들은 주거 공간을 알선해서 연결해 드리고 채권 채무 관계도 행정 차원에서 해결할 방침입니다.]

해당 콘텐츠는 AI오디오로 제작됐습니다.

(취재 : 권혁정, 구성 : 신혜주(인턴), 영상편집 : 김나온, 디자인 : 임도희, 제작 : 모닝와이드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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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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