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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빤지 타고 자리다툼하고…외래종에 점령된 경포천

널빤지 타고 자리다툼하고…외래종에 점령된 경포천
▲ 널빤지 타고 일광욕하는 붉은귀거북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낮, 강릉 경포천 내 작은 돌 위에 크고 작은 외래종 거북 몇 마리가 자리 다툼하듯 비집고 올라앉아 일광욕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귀 부분이 붉은색인 미국 남부에서 자생하는 붉은귀거북입니다.

생태계교란야생동물인 붉은귀거북은 국내에 천적이 거의 없고 번식과 생장이 빠르며 다양한 동식물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토착종 거북류인 남생이(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천연기념물 제453호)와 자라 등의 안정적 서식을 위협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붉은귀거북이 최근 들어 강릉시 경포천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출현이 매우 잦습니다.

경포천은 경포호수와 경포 들녘 사이를 흘러 경포호 하구로 흐르는 작은 하천입니다.

곳곳에서 일광욕을 위해 물 밖의 바위나 나뭇가지, 모래톱 등에 올라앉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개체수가 매우 많습니다.

운정교 부근에서는 크지 않은 돌에 여섯 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앉아 머리를 쳐들고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하천 옆으로 연결된 산책로에 운동하는 시민이 지나자 1∼2마리는 재빨리 물속으로 몸을 감췄다가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인근의 작은 흙더미에도 5∼6마리가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시민 박 모(45)씨는 "산책하다 하천에 작은 바위라고 생각했던 게 붉은귀거북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그 뒤로 유심히 관찰했는데 하천 곳곳에 개체수가 너무 많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물이 빠지며 드러난 흙더미 위에도 크고 작은 4마리가, 경포아쿠아리움 부근의 비교적 큰 바위에도 크기가 매우 다른 2마리가 올라와 쉬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송전탑 부근에서는 작은 널빤지 위에 3∼4마리가 올라앉아 마치 뱃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흙이 드러난 곳에서도 2∼3마리씩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흙이나 돌, 나뭇가지 등 올라갈 곳을 찾지 못한 일부는 작은 스티로폼 올라앉거나 쓰러진 갈대 위에서 일광욕합니다.

붉은귀거북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면서 경포천에서는 자라와 남생이 등 가끔 보이던 토종 거북류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하천 주변에 붉은귀거북이 알을 낳은 흔적이 발견돼 관계자들에 의해 알이 제거되기는 했으나 주변 움직임에 매우 예민해 인기척이 있으면 재빨리 물속으로 사라져 포획이나 제거가 쉽지 않습니다.

강릉시는 지난해 토종 생물의 생육을 방해·억제하고 토종 생물의 서식지를 빠르게 잠식하는 생태계교란종에 대한 제거작업에 대대적으로 나섰습니다.

그러나 가시박 등 생태계교란 식물에는 효과를 보고 있으나 붉은귀거북 제거와 포획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일부 시군에서 시행 중인 생태계교란종에 대한 수매, 집중 포획 등 적극적인 퇴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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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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