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등 전례 없이 강력한 대출 규제를 내놓은 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일단 냉각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열된 매수 심리에 고강도 '대출 틀어막기'로 대응해 일단 시간을 번 정부는 실수요자에게 적정한 가격의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공급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규제를 내놓은 뒤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이끌던 강남, 송파, 서초, 성동, 용산 등 이른바 '한강벨트' 시장은 순식간에 찬 서리를 맞은 분위기입니다.
송파구의 대표 단지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를 주로 중개하는 A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대출 규제 전 30억 원대 아파트 매수 계약서를 쓰고 2억 원의 약정금까지 냈다가 지난달 27일 정부 발표가 나온 후 이를 포기한 사례가 두 건 나왔습니다.
앞서 토지 거래 허가 구역 해제와 재지정 과정에서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계약했지만 이번 규제로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시에 매수 후보자의 약정금 포기로 갑자기 거액이 생긴 집주인들은 그만큼 호가를 낮춰 집을 내놓고 상급지로의 이동을 계획 중입니다.
A 씨는 "34억 원이던 호가를 32억 5천만 원 등으로 낮춰서 내놓고 더 상급지로 이동하는 것"이라면서 "규제 이후 호가를 낮춘 사례들은 대부분 이렇다"고 밝혔습니다.
강북권에서 한강벨트로 이동하려다 대출이 막혀 매수를 포기한 사례도 나왔습니다.
최근 노원구의 집을 팔고 38억 원 상당의 용산구 구축 아파트로 이사하려던 B 씨는 용산구 매도인에게 1억 원의 약정금까지 보냈지만 결국 지난달 30일 계약 포기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데에다 노원구 아파트의 시세도 1억 5천만 원 정도 더 떨어지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C 씨는 "집주인에게 1억 원만 깎아달라고 사정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현재로선 약정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면서 "규제 직전 계약한 사람들은 공중에 붕 뜬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C 씨에 따르면 대출 규제 이후 그가 중개하던 33억 원, 37억 원, 41억 원 규모의 아파트 거래 3건이 모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인근 한남뉴타운 등 재개발, 재건축 구역에서도 대출 규제 이후 자금 계획에 문제가 생긴 사람이 많다고 C 씨는 귀띔했습니다.
일선 부동산들은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아니라면 새로운 매수 문의는 완전히 끊기다시피 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 규제 이후 문의는 한 건도 없었다"면서 "전화하는 사람은 단순히 집값 방향이 궁금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강력한 대출 규제의 후속 조치인 주택 공급 대책 발표 시기와 규모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애초 이재명 정부는 각종 규제책을 쏟아내고도 집값 잡기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을 부동산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집권 후 첫 부동산 대책이 규제 카드여서 스텝이 다소 부자연스러웠던 터라 조만간 구체적인 공급 대책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르면 이달 중 주택 공급을 확대할 종합대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날 취임한 이상경 신임 국토교통부 1차관의 취임사에서도 향후 정부가 어떤 기조로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을지에 대한 방향성이 읽힙니다.
이 차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는 인물로, 이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할 때부터 정책 지원을 하며 연을 맺어 왔습니다.
이 차관은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청년과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를 위한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 주거 복지 차원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1인 가구, 청년, 신혼부부, 고령층 등 세대·계층별로 주거 여건을 높일 수 있는 '주거 사다리' 복원도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실수요자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며 투기 세력이 아닌 실수요자들의 심리 안정에 공급 정책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일단 공공기관과 기업 등이 보유한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업무상가 용지를 주택 용지로 전환해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인 가구와 청년층이 선호하는 '직주 근접'(직장과 주거가 근접) 주택 공급을 위해 역세권과 주거상업고밀지구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재개발·재건축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이고 인허가 기간을 줄여 정비사업을 통해 도심 선호 지역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정비사업이나 신도시 조성은 장기 사업이어서 실제 공급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세대주택 등 비(非)아파트를 활용한 임대주택 공급 등도 확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출 규제 이후 냉각된 시장…주택 공급 후속 대책 주목
입력 2025.07.0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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