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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기술 다 가진 한국, 글로벌 경쟁 '꼴등' 된 이유 [스프]

[귀에 빡!종원]
로보택시
 

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트럼프와 머스크 싸움의 승자가 나왔죠? 트럼프의 승. 머스크가 성추문까지 꺼내 들고 정말 무섭게 달려들더니 돌연 바짝 엎드려서 공개 사과를 했습니다. 머스크가 돌연 백기를 든 이유가 뭘까요? 로보택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로보택시 출시를 발표하면서 완성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전 세계 모빌리티 산업의 구조 자체가 바뀔 것이라는 얘기도 나와요. 로보택시가 뭐길래 머스크가 이렇게 자존심까지 꺾었을까요?

로보택시라는 이름은 머스크가 만든 이름이 아니에요. 이미 널리 쓰이는 보통명사입니다. 운전자가 없이 무인으로 자동차가 알아서 자율 주행을 하면서 손님을 태워 나르는 택시를 로보택시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구글의) '웨이모'가 우버와 같이 운영하고 있고, 중국에도 바이두(의 '아폴로 고')가 굉장히 많은 로보택시를 주요 도시에서 실전 영업을 하고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머스크가 뒷북을 친 건데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 이번에 머스크가 가지고 나온 로보택시의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의 웨이모나 바이두와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웨이모와 바이두 같은 회사들은 회사가 로보택시를 소유하면서 택시 영업을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머스크는 로보택시를 개인에게 판다는 거예요. 완전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테슬라) 차를 사거나 기존의 테슬라 차량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유료로) 업데이트하면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머스크는 택시업에 진출한 것도 아니고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을 업데이트한 것뿐인데 왜 굳이 로보택시라고 이름을 붙였을까요?


자율주행 핵심 요소 다 갖춘 한국, 그런데...
머스크는 그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우버의 차량 호출과 에어비앤비의 숙박 공유를 합친 모델이다." 차 가지고 계신 분들은 알 거예요. 사실 우리가 차를 운행하는 시간보다 주차해 놓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머스크는 이걸 뒤집겠다는 거예요.

내가 차를 타고 출근을 했어요. 그럼 나는 회사로 들어가고 이 차는 운전자 없이도 자율주행이 되니까 택시 영업을 뛰어 내보낸다는 거예요. 퇴근 시간에 맞춰서 날 다시 태우러 오고 나는 집에 들어가서 쉬고 이 차는 주차를 하는 게 아니라 다시 또 나가서 택시 영업을 혼자서 도는 거죠. 결국 머스크가 앞으로 자동차 패러다임을 개인 소유에서 사회 공유로 바꾸겠다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공유 모빌리티 모델은 이미 업계에서 꽤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구상하고 있던 아이디어예요. 이 아이디어의 출발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차 한참 막힐 때 옆에 내다보면 대부분 '1인 1차'입니다. 수많은 도로를 점유하고 있는 차들, 수많은 주차장을 점유하고 있는 차들, '공간 자원'을 이동 수단인 자동차가 너무 많이 차지한다. 이거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 나온 방안이 '운전자만 없으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된다'였는데, 생각해 보세요.

주차를 할 필요가 없으면 공간 재편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두 번째, 사람이 없는 차가 돌아다닌다는 거는 이 차의 주인이 누군지 신경 쓰지 않고 비용만 내면 탈 수 있는 거거든요. 차량이 공유 자산이라고 보는 시각이 훨씬 확대될 수 있는 거죠.
로보택시
이항구 | 한국자동차연구원 박사
우리가 요즘 자동차에서도 ESG 경영 얘기하지 않습니까? 자율주행이 'S(Social-사회)'에 속합니다. 처음에 자율주행이 미국에 나왔을 때는 사회적 약자의 이동 편의성을 돕는다는 목적이 제일 컸어요. 결과적으로 전체 사회의 이동 편의성(도 좋아지고) 공해 배출도 줄어들 수 있죠.

그런데 차에 완전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돼 있다 하더라도 최적의 루트로 주행을 하고 또 다음 승객을 찾아가고 이런 명령을 누군가 내려줘야 할 거 아니에요? 로보택시의 '관제탑'은 모빌리티 플랫폼이 두뇌 역할을 하다 보니까 웨이모는 몇 년째 글로벌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머스크는 "우버 좋은 일 시킬 일 있어? 이 플랫폼 그냥 내가 만들래" 하면서 지금 자체 플랫폼까지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완성되면 로보택시를 테슬라 플랫폼에 등록해서 택시 영업으로 돌릴 수 있는 거예요. 돈 버는 기계 하나 장만하는 셈이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 인구가 소멸되고 있는 지방은 대중교통 (노선)이 사라지기도 해요. 이러다 보니까 무인 로보택시가 한국에 절실하다라는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게다가 업계 전문가들이 한국을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가장 선제적으로 도입할 나라로 꼽은 적이 있었어요. 왜?

자율주행에는 핵심 3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차량 제조사, 초고속 통신망, 차세대 교통시스템(C-ITS; 센서가 달려 있는 도로, 스마트 신호등 등 도로 인프라 스트럭처). 우리나라엔 일단 현대차가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이 자율주행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 기업들도 우리나라에 몇 군데가 있습니다. 이렇게 전국이 (통신) 커버리지에 들어오는 나라도 드물어요. 도로 인프라는 우리나라는 마음만 먹으면 빨리 할 수 있잖아요.
로보택시

거기에 중요한 게 그 나라의 지형과 교통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똑똑한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혁신은 도로 체제, 규정 등이 얽혀있어서 결국은 국가와 기업이 같이 혁신을 해 나가야 되는데 자국 기업이 플랫폼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 이런 민관 협동의 사업을 하기에는 좀 더 편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들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더 잘 내부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마침 한국은 플랫폼 강국이에요. 이러다 보니까 총에 총알이 잔뜩 장전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제 방아쇠만 당기면 된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거든요. 이렇게 다 갖추고 있는 한국, 과연 자율주행 분야의 성적이 뛰어나냐?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자율주행 차량을 할 수 있을 법한 IT 강국 5개국을 상대로 조사를 했는데 한국이 꼴등이었습니다.
로보택시

우리나라는 이런 여러 가지 좋은 조건을 갖췄음에도 왜 이렇게 성적이 좋지 않은 걸까요? 일각에서는 규제가 너무 심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적어도 (완전) 자율주행 분야에 있어서는 아직 규제를 논하기조차도 이른 단계라는 얘기가 나와요. 아예 이것과 관련된 법령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로보택시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
현행법상 '운전자'를 '핸들을 잡고 있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어요. 그런데 무인 자율주행 차량은 핸들을 아무도 안 잡고 있는데 운전자가 누굽니까? 애매해요.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를 어떻게 따질 것인가에 중대한 문제가 생겨요. 보험 상품도 개발할 수 없습니다. 설사 로보택시를 대기업 등에서 소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상업 운영이 아닌 시범 운영하는 데밖에 쓸 수가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한국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서울시 강남 일대나 상암동, 세종시 등 일부 구간에서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하고 있어요.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해서요. 서울시 시범 운행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제공하는 벤처 기업들이 있고, 플랫폼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선정됐습니다.

재미있는 게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만든 플랫폼도 여기서 빠졌거든요. '사용자 규모' 때문입니다. 시범 운행하는 이유는 '자율주행 차량을 테스트하기 위해서'잖아요. 테스트를 하려면 압도적인 데이터를 모아야 됩니다. 압도적인 데이터를 모으려면 압도적인 승객이 타야 돼요. 그런데 소비자의 본능이 가장 널리 알려지고 편안한 앱에 고정되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까 플랫폼 사업은 필연적으로 최강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고 이 강자가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빌리티 플랫폼에서는 현재 카카오택시가 가장 사용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거죠.

그리고 로보택시는 운전자가 없지 않습니까? 이렇다 보니까 컨트롤 타워가 정말 중요합니다. 승객의 발 앞까지 차를 대령시켜야 되고 승객을 태운 후에는 최적의 루트로 운행을 해야 됩니다. 더 중요한 건 운행 중일 때보다 '공차'일 때예요. 왜냐하면 로보택시는 주차를 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이 공차를 어떻게 할까요?
로보택시

첫 번째는 다음에 손님이 가장 탈 것 같은 곳으로 계속 이동시키는 거예요. 이게 여의치 않을 때에는 교통이 가장 체증이 덜한 도로를 찾아서 거기를 계속 돌리는 겁니다. 이것도 여의치 않을 때에는 무인 자율주행 차량용 전용 도로를 계속 돌리게 하는 겁니다. 이거 하려면 플랫폼의 머리가 굉장히 똑똑해야 됩니다. 플랫폼의 머리가 똑똑하려면 결국 데이터가 굉장히 많아야겠죠.

웨이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LA, 피닉스, 애틀랜타 등에서 (로보택시) 1,500대 정도를 영업에 투입해서 돈을 벌고 있어요. 운행 횟수도 굉장히 많은데 연간 1,300만 회를 유료 운행해요. 테슬라 로보택시까지 끼어들면 (미국 내 영업은) 더 늘어나겠죠. '아폴로 고' 로보택시도 중국 우한,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1,000대 정도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시범 사업밖에 못하고 있잖아요. 이 시범 사업이라는 게 한정된 구간만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는데 시범 차량에 탑승하는 승객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합니다. 과연 이 정도 해서 자율주행 차량을 상용화할 만큼의 데이터가 모일 수 있겠느냐라는 염려가 나오고 있는 거죠.

또 하나 중요한 거는 데이터도 있지만 무인 로보택시가 우리나라에 나타나면 탈 거예요? 제 아내는 못 타겠다고 하더라고요. 무서워서. 미국이나 중국처럼 소비자와 접촉면을 늘려가면 결국 소비문화가 생깁니다. "로보택시 타도 되겠다" 하는 경험치가 쌓이고요. 실제 수요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훨씬 더 방대한 시범 운행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와요.
로보택시

산 너머 산이라고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택시 면허를 사고팔 수 있는 제도예요. 최근 택시기사를 하려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그렇지 않아도 비쌌던 면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요. 서울시 택시 면허는 1억 5천, 가장 비싼 화성 같은 데는 2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살 수 있는 건 나중에 택시 면허를 되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나라에서 택시 면허는 자산이에요.

근데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 택시가 나오면 택시 면허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택시업계에 새로운 산업이라거나 혁신이 들어오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우리나라에 자율주행 차량이 안착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이 택시 면허를 사고파는 제도를 어떻게 해결을 해 줄 것이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까지도 나오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로봇 택시를 가장 먼저 출시하는 곳이 미국 텍사스거든요. 텍사스 주에서만 로보택시 운행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싶은데 미국도 사실 연방 차원의 자율주행차 관련 법안은 아직도 의회에 계류가 돼 있어요. 머스크가 트럼프에게 "이 법안 좀 빨리 통과시켜 달라"라는 의미에서 사과를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거든요.
이항구 | 한국자동차연구원 박사
얼마 전에 샤오미 전기차에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는데 사고가 나서 3명이 사망했거든요.
그 후에 중국 정부가 굉장히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을 했어요. '자율주행', '스마트주행'이라는 단어를 아예 광고에서 못 쓰게 했습니다.
그동안에는 자율주행 또는 로보택시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실시해서 확산이 됐는데 최근에 약간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가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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