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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 후 휴전 끌어낸 트럼프, 이란에 다시 협상 압박

폭격 후 휴전 끌어낸 트럼프, 이란에 다시 협상 압박
▲  이란 공격 후 대국민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란 핵시설 폭격 승부수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을 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제는 이란에 협상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격으로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파괴했다는 전제 하에 향후 추가 핵개발을 막기 위한 포괄적 평화합의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이지만 이란은 핵사찰의 핵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 중단을 들고 나오며 반격에 시동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권과 각국의 현실적 선택이 맞물려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이 일단 봉합된 상황이지만 불씨는 여전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의 폭격에 따른 이란 핵프로그램 피해 정도를 놓고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 중이던 25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다음 주에 대화할 것이라며 이제는 이란과 협상에 나설 태세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의 핵시설이 파괴됐기 때문에 이란과의 핵합의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입장도 보였습니다.

그는 "(합의) 문서에 서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필요성을) 그렇게 강하게 느끼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합의가 있든 없든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유일하게 요구하는 것은 이전에도 요구했던 것으로 우리가 (이란의) 핵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 핵시설 폭격과 휴전 도출의 여세를 몰아 비핵화 협상까지 완수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됩니다.

관세전쟁으로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핵시설 폭격이라는 '도박'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충돌을 중단시킨 것이 현재로서는 최대 외교적 성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로 지목한 이란과의 협상과 관련해 구체적 시점이나 방식, 의제 등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제3국의 개입 없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이란에 촉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의 발언을 통해 다소 구체화됐습니다.

위트코프 특사는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포괄적인 평화합의를 하길 희망한다"면서 이란도 준비가 됐을 것이라는 식으로 압박했습니다.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연료의 무기화는 불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란이 민수용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포괄적 평화합의는 핵개발 핵심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완전한 핵포기를 대가로 미국이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방안을 골자로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1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성과인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중동 질서를 재편하고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겠다는 구상으로 분석됩니다.

위트코프 특사는 전날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중단을 넘어서는 포괄적 평화합의를 추진하고 있다며 협상 모드로의 전환을 도모했습니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에 이란이 협조할지는 불확실합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다음 주 협상'에 대해 이란 측은 즉각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이란 의회도 유엔 산하 IAEA에 대한 협력을 잠정 중단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최종 결정은 최고국가안보회의가 하도록 했지만 이번 결의안을 시작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열어두며 국제사회에 대한 압박에 시동을 건 것일 수 있습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은 "이란원자력청은 핵시설 안전이 보장되고 이란의 평화적 핵프로그램이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때까지 IAEA 협력을 중단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군수용이 아니라는 주장 하에 핵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으로, 표면적으로는 협상에 임하면서 더욱 비밀리에 핵프로그램을 추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란은 핵시설 폭격의 굴욕을 당하고도 확전이 부담스러워 일단 휴전에 응하기는 했으나 오히려 강경파를 중심으로 핵프로그램 보유가 생존에 절실하다는 내부적 인식이 강화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에서 이란 핵 문제를 다뤘던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이란이 소형 핵무기를 획득할 위험은 지난주 이벤트(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전보다 매우 높아졌다"면서 "우리는 (이란 내에) '핵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많은 강경파가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란의 핵시설 피해 범위도 논란거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파괴했다고 주장하지만 미 국방부 내 국방정보국이 '제한적 파괴'로 초기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란이 피격에 대비해 농축우라늄을 이동시켰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언제든 분쟁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스라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폭격 지원을 통해 이번 충돌 국면의 최대 승자가 됐지만 언제든 꼬투리를 잡을 태세로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이란이 핵프로그램 복원을 시도하거나 은닉한 것으로 추정되는 농축우라늄으로 비밀리에 핵개발을 시도할 경우 이스라엘과의 무력 충돌은 또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상황이 급변해 외교적 성과에 타격을 입히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머지않아 재개될 수도 있다면서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재건하면 다시 공습하겠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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