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초등학교에 마련된 자매 추모 공간
"내가 저번에 화내서 미안해. 천국에서 행복하게 살아."
2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한 초등학교의 벽면에는 전날 발생한 아파트 화재로 숨진 A(10)양을 추모하는 메모지가 가득 붙어 있었습니다.
수십 개의 메모지에는 A양과 함께했던 지난날을 기억하며 명복을 비는 메시지가 서툰 글씨로 적혀 있었습니다.
국화 꽃이 놓인 책상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초콜릿 맛 과자나 음료수 등 간식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이 초등학교는 이날 오전부터 화재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은 학생들이 추모하기 위해 A양의 교실에 찾아오자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미 교실에서 가장 앞자리에 앉았던 A양의 책상 위에는 국화꽃과 함께 음료수, 토끼 인형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해당 학교 교사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이 아침부터 편지와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며 "학생들이 다른 반의 교실에 들어가기 어렵다 보니 메모지를 적을 수 있도록 책상을 설치하고 근조 화환을 두어 추모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수업이 끝난 학생들은 A양을 마지막으로 기억하기 위해 하나둘씩 이곳에 모여들었습니다.
A양과 같은 반인 D양은 "선생님께 동생과 부모님 이야기도 잘하고, 항상 웃음이 많은 친구였다"며 "더 이상 못 본다고 생각하니 속상하고 떨려서 편지를 교실 책상 위에 올려뒀다"고 말했습니다.
A양과 지난해 같은 반이었던 C양은 "친구가 플루트를 잘 불어 세상을 떠나기 전날 학교에서 주는 상도 받았는데 너무 슬프다"며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던 중 A양의 동생인 초등학교 1학년 B(7)양 역시 치료를 받다가 숨진 사실이 전해지자 추모 공간은 울음바다로 변했습니다.
언니 이름이 적힌 벽면에 선생님들이 어두운 얼굴로 동생 이름까지 적자 학생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간신히 울음을 참던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금 가장 힘든 분들은 자매의 부모님일 것"이라며 "혹시라도 마주치면 자매가 얼마나 좋은 친구였는지 말씀드리길 바란다"고 다독였습니다.
전날 오전 4시 15분 부산진구 개금동에 있는 모 아파트 4층에서 불이 나 20분 만에 꺼졌습니다.
사고 당시 부모는 청소 일을 하러 집을 비운 상황이었으며, 10살과 7살 자매는 안방에서 자고 있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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