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두 앙숙인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발표했지만, 실제 종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이번 분쟁의 새 국면을 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24시간 내 단계적 이행'을 골자로 한 휴전안을 제시했습니다.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24일 0시부터 이란이 공격을 중단하고, 12시간 뒤인 24일 정오에 이스라엘도 공습을 멈추며, 다시 12시간이 지나면 "전쟁이 종료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안입니다.
양측은 24일 0시가 될 때까지 "현재 진행 중인 최종 임무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덧붙였습니다.
양측의 교전은 이때까지만 허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공식 합의 발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일부 긍정적 메시지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이 수도 테헤란 시간으로 늦어도 오전 4시까지 이란에 대한 '불법 침략'을 중단하면 우리는 이후 대응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이 공격을 멈추면 휴전에 동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발언만 놓고 보면,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미국의 휴전안에 수긍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남은 24시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일단 양측은 '상대방이 공격을 멈출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이번 싸움의 책임이 상대방에 있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가드'를 먼저 풀지는 않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양국 간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24시간 안에 어느 한쪽이라도 공격받는 일이 생기면 즉각 보복 공격으로 이어지면서 휴전이 불발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임무를 마무리할 시간'에 벌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란의 수도 테헤란 곳곳에선 폭발음이 들리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테헤란에 다시 공습에 대비한 대피를 권고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전했습니다.
이란도 이에 맞서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근교에 공습 대피 경고를 발령했습니다.
24시간을 무사히 넘겨 휴전이 성립되더라도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압도적 무력에 강제된 휴전일뿐, 이스라엘의 공격 명분이었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폐기됐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지난 21일 전격 공습했던 이란의 포르도와 나탄즈 등의 핵시설이 얼마큼 파괴됐는지는 아직 불명확합니다.
일각에선 이란이 미국의 공습에 앞서 농축 우라늄을 다른 장소로 미리 빼돌렸을 수 있다는 분석이 핵시설을 오간 트럭들의 '비정상적' 움직임을 근거로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휴전에 합의하더라도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해 자국 핵시설이 유린당한 이란이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 노선을 정하고, 개발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만약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는 움직임이 이스라엘 정보당국에 포착될 경우 양측은 휴전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야코프 아미드로르는 언론에 "농축 우라늄이 '크고 강력한 용기'에 보관돼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스라엘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란이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국, 이스라엘, 이란의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파국을 피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국은 이란 공습에 대한 국내 여론이 회의적이고, 지지층이 분열되는 양상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 불개입' 노선을 스스로 어겼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스라엘과 이란 역시 막대한 비용이 드는 공습 작전을 거듭하면서 인적·물적 피해가 누적된 상황입니다.
특히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란 정권이 카타르의 미군 기지를 보복 공격하면서 사전 통보했다는 점은 출구전략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습니다.
트럼프 '휴전' 발표에도 살얼음판…실제 실행까지는 변수 남아
입력 2025.06.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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