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이제는 미국까지 직접 개입하면서, 중동 문제의 실타래는 더욱 복잡하게 꼬여만 가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70년에 걸쳐서 악연으로 얽혀 있는 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나라의 오랜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윤창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미국의 본토 공격 후 분노한 이란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협상은 없다! 항복은 없다! 미국과 싸우자!]
분노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습니다.
1951년 당시, 이란의 모사데크 정부가 영국이 지배하던 이란 석유 자원을 전격적으로 국유화하자, 미국은 영국과 함께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를 전복하고 친서방 팔레비 왕조를 다시 권좌에 앉힙니다.
그러나 70년대 들어 팔레비 왕정의 부패와 독재, 극심한 빈부격차에 지친 이란 국민들은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이슬람 혁명을 일으켜 친미 왕정을 몰아냈습니다.
당시 테헤란 미 대사관이 점거당해 인질 수십 명이 444일 동안 억류당하는 등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미국 ABC뉴스 (1979년 11월 11일) : 대사관을 점거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점령자가 아니라, 점령자를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터지자, 미국은 이라크를 전폭 지원했습니다.
이란은 팔레비 왕조 시절 다름 아닌 미국에서 전수받은 핵기술로 1990년대부터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에 나섭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이란을 북한,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경제 제재로 숨통을 조였습니다.
2015년,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과 이란은 핵 합의를 맺고 잠시 화해를 모색했지만, 2016년 트럼프 당선으로 합의는 파기됐고, 제재는 재가동됐습니다.
[트럼프/미 대통령 (2018년 5월) : 우리는 최고 수준의 경제 제재를 취할 것입니다.]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시작된 핵 협상은 처음부터 삐걱댔습니다.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 (2025년 2월) : 미국과 협상해서는 안 됩니다. 합리적이지도, 현명하지도, 명예롭지도 않습니다.]
70여 년에 걸친 두 나라의 악연이 정면충돌로 치달으면서 세계정세는 혼돈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장예은·조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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