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정 수원고검장
권순정 수원고검장은 오늘(23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수사-기소 분리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따져보지 않으면 형사사법시스템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트로이의 목마를 들이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권 고검장은 오늘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수사-기소 분리 주장은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개념이 모호하고 연원이 불분명해 참고할 만한 해외 자료를 찾기조차 어렵다"며 이같이 썼습니다.
권 고검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를 제한하거나 절제토록 하는 의미의 수사-기소 분리라면 우리가 보다 전향적이고 건설적으로 논의에 참여하면 좋겠다"며 "검찰의 광범위한 직접 수사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께서 우려하고 계신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지더라도 다수당인 집권여당이 정적을 공격하는 이슈에서 특검법을 통과시켜 무제한 검찰수사를 진행한다면 제도개선은 무의미해질 것"이라며 "검찰수사가 특검이라는 제도와 결합해 힘센 의회 권력의 내로남불식 공격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이 문제도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수사-기소 분리가 검사의 수사를 일체 금지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진실을 따라가는 사법 작용 중 하나인 '소추' 기능의 본질을 해치는 것이므로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도 썼습니다.
이어 "그러한 수사-기소 분리는 진실을 규명하는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진실에 눈감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문명국 중 어디에서도 소추를 결정하는 기관이 사실확인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론적으로 수사는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인 소추로부터 떼려야 뗄 수가 없다"며 "법관이 판결을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것처럼 검사는 소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고, 그게 다름 아닌 수사이기 때문이다. 수사는 소추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기능인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부분은 절차"라며 "진짜 전문가들과 현장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지난 검수완박 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어 "다양한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쳐 법안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회의록조차 남지 않는 소소위 같은 밀실이 아니라 공개된 장소에서 의원 각자의 이름을 내걸고 심도 있는 토론과 심의를 진행해 훗날 역사의 책임을 따져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아울러 "소설 '1984'에는 모든 사회문제의 책임을 '임마누엘 골드스타인'이라는 한 사람에게 떠넘기는 장면이 나온다"며 "당연한 이야기지만 새 정부의 제도개선 작업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손쉽게 검찰 탓으로만 돌리고 마는 이런 '골드스타인 책임 전가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감정적인 선동이나 음모론, 보복 감정으로는 제대로 된 해답을 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권 고검장인 요직으로 분류되는 법무부 법무과장과 검찰과장, 대검 대변인을 거쳐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과 검찰국장을 지낸 뒤 지난해 5월부터 수원고검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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