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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위, 검찰 업무보고 중단…"수사·기소분리 알맹이 빼" 기선제압

국정위, 검찰 업무보고 중단…"수사·기소분리 알맹이 빼" 기선제압
▲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검찰청 업무보고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최우선 개혁대상으로 꼽히는 검찰이 국정기획위원회의 첫 업무보고에서 '중도 귀가 조치' 당했습니다.

이재명 정부에서 사실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 출범 이후 부처 업무 보고가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검찰의 업무보고를 공개적인 무대로 삼아 초반부터 기를 꺾어 놓고 강도 높은 개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담긴 걸로 해석됩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오늘(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검찰에 대한 보고가 중단됐고, 다시 보고받는 것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대변인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 내용은 제대로 분석돼 있지 않고, 통상적인 공약 이행 절차라는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다시 작성해서 제출하고 추후 보고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오늘 검찰 업무보고는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과 이해식 정치·행정분야 분과장의 공개 모두발언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의 약 30분간 구두 보고까지 이뤄진 뒤 중단됐습니다.

국정기획위원들이 질의 순서를 앞두고 논의를 거쳐 '재보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고, 이에 24일까지 다시 업무보고 내용을 제출한 뒤 25일 다시 보고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조 대변인은 "질의에 들어가기 전에 받은 보고 내용이 내용도, 형식적 요소도 부실하다고 봤기 때문에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며 "공약과 대통령의 말, 각종 자료를 충분히 숙지하고 참고하면서 공약 이행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난다"고 질타했습니다.

또 "수사·기소 분리라든지 기소권 남용에 따른 피 해 해결 방안 등 공약이 있는데, 실제 업무 보고 내용은 검찰이 가진 현재 권한을 오히려 확대하는 방향이었다"며 "근본적 문제에 대한 대통령 공약과 관련한 것은 제외하고, 검찰의 일반적 업무 현황과 관련한 것들을 주로 보고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구두 보고에는 생략됐으나 나중에 제출한 자료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조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다 알맹이를 빼고 보고한 것"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결국 보고 중단의 핵심에는 검찰이 새 정부의 개혁에 저항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이 수사·기소라는 막강한 권한을 함께 휘두르면서 사실상 권력 기관이 됐고, 지금껏 검찰은 이를 무기로 정치에 개입해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검찰이 지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그러나 오늘 조 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검찰은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 등을 근거 삼아 이런 권한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업무 보고를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찰이 이 대통령의 개혁 구상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이에 공직사회를 향해 일종의 '기강 잡기'를 해 온 국정기획위가 검찰을 향해 '채찍'을 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국정기획위는 오늘 업무보고를 시작하면서도 '검찰의 직접 수사권 배제' 방침을 공식화하며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이해식 분과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 배제를 전제한 상태에서 형사절차의 공정성,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보고가 있기를 희망한다"며 "이제 검찰 권력을 개혁하지 않으면 민주공화국 헌정질서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한주 위원장도 "국민이 막강한 검찰권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판단할 때 검찰은 권력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며 "검찰은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환골탈태할 때가 됐다"고 경고했습니다.

(사진=공동취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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