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출 탕감·조정 공약에 따른 결정으로, 단순 만기 연장보다는 과감한 원금 감면에 무게 중심을 뒀습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불가피하게 늘어난 채무를 국가가 함께 책임지겠다는 취지지만, 일부러 빚을 안 갚고 버티는 도덕적 해이나 성실 상환자 역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부는 19일 장기연체채권 매입·소각,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 확대, 성실상환자 회복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를 발표했습니다.
장기간 빚의 늪에 빠진 채무자들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원금 탕감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이 핵심으로 꼽힙니다.
정부가 재정 4천억 원을 투입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채무조정기구(배드뱅크)를 설치하고, 7년 이상 연체된 5천만 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채권을 일괄 매입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이 개별 차주의 신청을 받아 절차를 개시하는 것과 달리 일정 기준의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함으로써 정리 속도를 높이고 지원 대상도 대폭 늘렸습니다.
정부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113만 4천 명의 장기 연체채권 16조 4천억 원이 소각 또는 채무조정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금융위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 사회를 통합한다는 차원에서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신설·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환능력을 상실한 경우(중위소득 60% 이하, 회생·파산 인정 재산 외 처분가능재산 無)에는 해당 채권이 완전히 소각됩니다.
상환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면 원금 최대 80% 감면하고 잔여 채무를 1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소요 재원은 8천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는 장기 연체채권 규모인 16조 4천억 원에 평균 매입가율 5%를 적용해 추산한 것입니다.
정부는 이 중 4천억 원을 이번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마련했습니다.
나머지 4천억 원은 금융권을 통해 조달할 계획입니다.
송병관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소요 재원 중) 4천억 원은 재정에서 반영했지만, 나머지는 아무래도 금융권의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이라며 "금융권과 대체적인 공감대는 형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는 3분기 내 재원 조달 방식이나 심사 기준 등 세부 프로그램을 구체화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최종 대상 선정 통지 및 채권 소각은 금융권과 협약이나 심사 등의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세부 방안 발표 후 약 1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도 원금감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대상 기간을 연장합니다.

새출발기금은 부실채권을 직접 인수해 원금을 감면해 주는 '매입형 채무조정'과 원금 감면 없이 금리와 상환 기간을 조정해 주는 '중개형 채무조정'으로 나뉩니다.
이 중 90%의 원금 감면율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중증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에만 적용됐는데, 지원 대상을 총채무 1억 원 이하·중위소득 60% 이하의 저소득 연체 차주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저소득 소상공인 10만 1천 명(채무 6조 2천억 원)이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저소득 연체 소상공인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와 관련해 추경에 반영된 예산은 7천억 원입니다.
기존 새출발기금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2020년 4월~2024년 11월까지 사업을 영위한 소상공인·자영업자였지만, 올해 6월까지 사업을 영위한 경우에도 새출발기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금융위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자기 책임을 다하느라 불가피하게 늘어난 채무에 대해 재정이 책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체 상태가 지속되는 것보다 신속한 채무정리를 통해 정상적 경제활동 복귀를 돕는 것이 사회적 비용 절감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밖에 정책자금을 성실하게 상환 중인 취약 소상공인 19만 명에게도 '성실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1%포인트의 이자 지원이나 우대 금리를 제공합니다.
불법사금융 피해자에게 채무자 대리인 선임 지원을 확대하고 개인회생 지원 센터(개인회생·파산 관련 무료 소송 대리 등) 2곳도 추가 설치합니다.
코로나19 채무를 대규모로 탕감해 주면 자영업자 재기와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도덕적 해이와 성실 상환자 형평성 우려도 제기됩니다.
새출발기금은 부동산 임대업이나 법무·회계·세무 업종 등 전문직, 도박·사행성 오락기구 제조업 등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던 것과 달리 이번 대책은 업종 제한도 따로 두지 않았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인의 삶을 구제하는 게 목표이다 보니 어떤 직종에 종사했는지, 사업 내용은 무엇인지를 따지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러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채무불이행에 따르는 추심이나 압류 등 고통을 감안할 때 고의 연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리금을 착실히 갚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누구나 장기 연체자가 될 수 있고, 사회 통합과 약자에 대한 재기 기회 제공 차원에서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파산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환 능력을 상실한 연체자만을 엄격히 선별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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