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네타냐후 설득에 이란 공격안 고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협상으로 막고자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고려하게 된 배경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끈질긴 설득과 이란의 협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간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도록 설득해왔지만, 이번에는 네타냐후 총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게 최근 몇 주간 갈수록 분명해졌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미국이 지원하거나 최소한 묵인하도록 10년 넘게 노력해왔으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중동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두려워해 이스라엘이 공격을 감행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4월과 5월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겠다는 의중을 전해오자 일방적인 공격이 외교 노력을 단절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에 미국이 전쟁의 수렁에 빠지지 않게 하겠다고 거듭 공약했으며, 올해에는 자신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인사에게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을 또 다른 중동 전쟁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스라엘이 미국 없이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란을 공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란 영토에 이스라엘 병력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등 공격 계획을 소개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세운 군사 계획의 기발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통화 후 참모들에게 "난 우리가 그를 도와줘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바로 결정하지 못하고 한 주 내내 참모들의 의견을 물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아닌 자기의 생각대로 이란을 상대하고 싶었고 자신의 협상력에 자신이 있었지만, 이란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특히 이란이 지난 4일 미국의 협상안을 거부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고 느끼기 시작했고,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는 데 인내를 잃기 시작했다고 NYT는 보도했습니다.

한편 이스라엘의 주장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서둘러 개발하려고 한다는 새로운 정보를 포착하지 못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를 막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이 더 이상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는 처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대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당장은 관망하며 다음 행동을 고민하는 것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가담하는 선택지가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최소한으로 지원한 뒤 이란에 양보를 압박하는 중간 길을 선택했다고 NYT는 평가했습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면서도 군사적 선택지가 있는 게 협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믿게 된 것 같다고 관측했습니다.

미국 국방부에는 이란의 핵시설을 제거하기 위한 계획이 이미 존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미 중부사령부가 이스라엘과 협력해 공격 계획을 더 발전시키는 것을 승인했습니다.

이에 중부사령부는 3가지 군사적 선택지를 마련했다고 NYT는 보도했습니다.

첫 번째는 이스라엘에 공중 급유와 정보를 지원해 미국이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방안입니다.

두 번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함께 공습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미국이 군사 작전을 주도하고 이스라엘이 지원 역할을 맡는 것으로 이 경우 미군의 B-1·B-2 폭격기, 항공모함, 잠수함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을 활용하게 된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계획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미군의 대규모 공습과 함께 이스라엘 특공대가 미군의 항공 지원을 받아 이란을 급습하는 방안도 논의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