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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로에서 경차가 사라지는 진짜 이유

한국 도로에서 경차가 사라지는 진짜 이유
▲ 서울 시내 도심을 달리는 경차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번잡한 도심에서 작고 경제성이 뛰어난 경차는 오랜 기간 소비자들에게 실용적인 선택지였습니다.

최근 그런 경차 수요가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줄고 있다는 보도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되면 이미 국내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경차를 몇 년 뒤에는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없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경차는 일반적인 승용차보다 작고 가벼운 차량을 말합니다.

국가별로 경차의 정의는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길이 3천600mm 이하·너비 1천600mm 이하·높이 2천000mm 이하·배기량 1천 cc 미만인 차량을 경차로 분류합니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가 생산하는 경차는 현대차 캐스퍼, 기아 모닝, 레이·레이 EV 등 3종입니다.

국산 경차의 시작은 1991년 대우자동차가 일본 스즈키 알토를 기반으로 만든 티코였습니다.

1990년대 중반 고유가 시대와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가격이 저렴한 경차는 실용적인 대안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도 각각 아토스, 비스토를 내세워 경차 시장에 진입했지만, 티코의 후속 모델인 마티즈가 시장을 주도하며 2000년대 후반까지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경차는 연비가 좋고, 운전과 주차가 편리하다는 장점 외에도 다양한 금전적 혜택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취득세와 자동차세가 낮고, 유류세 환급, 보험료 할인, 공영주차장 50% 할인, 전용 주차구역 등이 주요 혜택이었습니다.
왼쪽부터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2015년 출시), 티코(1991년 출시), 마티즈(1998년 출시)

그럼에도 경차 시장은 10년 넘게 하락세입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 6천221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며 2021년에는 9만 8만 781대까지 줄었습니다.

2021년 9월 출시된 캐스퍼의 인기로 2022년 한때 13만 4천294대로 반등했으나, 2023년에는 다시 12만 4천080대로 하락했습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한 올해 5월 국내 경차 신규 등록 대수는 5천626대로 전년 동월 대비 37.4% 급감했습니다.

올해 1∼5월 누적 등록 대수도 3만 809대로 전년 같은 기간(4만 6천517대)보다 33.8% 감소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경차 판매량은 7만 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경차를 외면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사회적 지위나 부의 상징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 실용성과 가격을 앞세운 경차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경차의 가장 큰 메리트로 여겨지는 가격도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레이와 캐스퍼는 풀옵션 모델의 가격이 2천만 원 전후로, 트림에 따라 2천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점하기 어렵습니다.

각종 세제·법규 혜택이 과거에 비해 일부 폐지·축소됐고, 제조사는 판매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새로운 신형 경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소비자들의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다만, 1인 가구나 출퇴근용 세컨드카로서의 경차 수요는 여전합니다.

KB캐피털의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가솔린 중고차 판매량 상위 5개 중 모닝(1위), 레이(4위), 스파크(5위) 등 세 차종이 모두 경차였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경차의 존재감은 크지 않습니다.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 1이 집계한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 상위 20개 모델 가운데 경차는 없었습니다.

픽업트럭 4종, SUV 12종, 세단 4종이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차종 선호는 국가별 문화·지리·경제적 요인에 따라 확연히 갈립니다.

일본은 대표적인 '경차 왕국'입니다.

일본 전국경자동차협회연합회 둥에 따르면 '케이카'로 불리는 경차는 지난해 매출 기준 180억 달러(약 24조 8천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며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40%를 차지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자동차세, 취득세, 보험료 등에서 경차에 대해 일반 차량보다 최대 3배 가까운 세제 혜택을 부여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차량 등록 시 요구되는 '차고지 증명'도 경차에 한해서는 도쿄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 면제됩니다.

고령화와 1∼2인 가구 비중 확대도 경차 수요를 떠받치는 요인입니다.

반면 미국은 SUV와 픽업트럭 등 '큰 차'에 열광하는 국가입니다.

국토가 넓고 장거리 운전이 잦은 데다 도로와 주차 공간이 넉넉해 소형차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세계 평균보다 저렴하고 에너지 자급률도 높아 연비에 대한 민감도도 낮습니다.

지난해 미국 내 판매 상위 3개 모델은 모두 픽업트럭 또는 SUV인 포드 F 시리즈, 쉐보레 실버라도, 도요타 라브 4였습니다.

연평균 주행거리가 짧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은 경차와 소형 해치백 등이 선호되고, 대가족 중심 사회인 동남아시아에서는 값싸면서도 많은 인원이 탈 수 있는 미니밴이 인기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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