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12일 방송된 ' 아귀의 전쟁–2016 서울 총격 테러사건'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그룹 있지(ITZY) 멤버 채령, 배우 임형준, 방송인 신봉선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교도소 약제실

이곳은 서울동부구치소 약제실이야.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곳인데 이번에 어렵게 '꼬꼬무'에 문을 열어줬어. 여기서 근무하시는 분을 약무관이라고 해.

"제가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를 했었는데요. 그 병원이 현재 2천 병상 정도 됩니다. 그 병원 기준으로 약 100명의 약사가 근무를 했었는데요. 이곳은 현재 투약자 수가 1,600~1,700명 정도 되거든요. 이를 비교하면 투약자 인원은 거의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약사 수는 단 1명밖에 없어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권나영 약무관
2중 잠금장치로 철저히 관리 감독되는 약품. 그 약들 중에는 향정신성 의약품도 있어. 향정신성 의약품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류로 별도 지정된 전문의약품을 가리켜. 한마디로, 치료를 위한 합법적인 마약인 거야.

"지금 이거 같은 경우는 어제 불출된 약들 중에서 복용하고 복용하지 않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반납하는 명단이에요. 이 수용자 같은 경우는 원래는 이 취침 전 약 안에 졸피람(향정신성 의약품)이라고 하는 수면 진정제가 들어 있어요. 근데 뜯어져 있고 졸피람은 반납이 안 됐잖아요. 졸피람만 골라서 복용한 경우죠. 향정신성 의약품이 아닌 일반 정신과 약은 복용하지 않고요."
-권나영 약무관
향정신성 의약품만 골라서 먹은 수용자. 교도소에서 수용자들에게 마약류 의약품을 투약한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어? 왜 수용자에게 마약류 의약품을 주는 걸까? 그 답을 듣기 전에,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한 사건을 소개할게.
▲ 총을 든 남자
때는 2016년 10월 19일 저녁. 서울 강북구 번동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이 씨는 매장에서 지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고 해. 늘 그렇듯 평온한 일상이었어. 그 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처음엔 어디서 풍선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래. 그냥 별일 아니겠거니 하며 다시 대화를 이어가려는 그때, 탕!!!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들려왔어. 무슨 소리였는지 이 씨에게 직접 들어볼게.

"타이어 펑크 터지는 소리가 엄청 크게 났어요. 그래서 아, 사고가 났나, 그래서 나갔어요. 두리번댔죠. '어디서 사고가 났지?' 그래서 보니까, 주변 사람들이 '저 사람이 총을 쐈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아, 그래서 순간, 조금 전에 그 소리가 총소리였구나…"
-이대범 목격자, 당시 신발가게 운영
"저 사람이 총 쐈어!", "어떡해? 이젠 망치로 막 때리네"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들렸어.
"횡단보도를 어느 분은 뛰어가고, 어느 분은 헬멧 쓰시고 뒤에서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더라고요. 그 앞에 분이 넘어지셨는지 쓰러지시더라고요. 근데 그 헬멧 쓴 사람이 뒤에서 그 사람 위에 올라타더니 내리치더라고요. 내리치는 걸 봤어요. 퍽! 퍽! 두세 번 소리가 났어요. 그러고 나서 일어나더니…"
-이대범 목격자
헬멧을 쓴 남자가 쓰러진 노인을 사정없이 내리치기 시작해. 그러고 나서 일어나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냥 걸어가더래. 죽은 듯 미동조차 없이 쓰러져 있는 노인을 두고. 이때가 퇴근시간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많을 때야. 하지만 그 남자가 걸어가자 모두 슬금슬금 피했다고 해. 그 광경을 본 이 씨는 이런 생각이 들었대.

"'쟤가 왜 그냥 가지? 사람들은 왜 피하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아, 저 사람이 그냥 가면 더 큰일이 벌어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저도 모르게 제가 그 사람을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이대범 목격자
이 씨는 헬멧을 쓴 남자를 따라가기 시작했어. 근데 남자의 뒤를 쫓은 건 이 씨뿐만이 아니었어. 동네 아는 형님 김 씨하고 눈이 딱 마주쳤거든.
"매운탕 장사하시는 분이셨어요. 그분이랑 같이 눈이 마주쳤는데 뭐 '가자, 말자' 얘기할 그런 것도 없이 그냥 같이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이대범 목격자
조용히 범인의 뒤를 따라가면서 보니까 복장이 특이해. 당시 CCTV에 찍힌 범인의 모습을 보여줄게.

머리에는 헬멧을 쓰고 등에는 파란색 가방을 메고 있어. 그리고 상반신에는 방탄조끼를 입고 있어. 이 남자, 정체가 뭘까? 사진을 하나 보여줄게.

아까 노인을 공격했던 현장이야. 가로수 밑에 범인이 두고 간 뭔가가 찍혀 있어. 넓적한 나무판 위에 알루미늄 파이프를 여러 개 붙여놓은 거였어. 모양은 좀 낯설지만, 이건 총이야. 불법으로 제작한 사제총기였어.
헬멧 쓴 남자는 오패산 방향으로 향했어. 범인과의 거리는 약 10m. 김 씨가 앞서 범인의 뒤를 쫓고, 이 씨는 따라가면서 112에 신고해 범인의 동선을 알려줬어. 그때! 주택가 빌라 옆을 지나던 남자는 주차장 안쪽으로 뭔가를 휙! 던져. 그리고는 다시 걸어가기 시작해. 뒤를 쫓던 두 사람은 뛰어가서 남자가 버린 물건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고 해. 남자가 버린 물건, 바로 이거였어.

전자발찌를 끊어서 버리고 간 거야.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는 건, 뭘 의미할까? 전자발찌는 처음에는 성범죄자들에게 착용시켰어. 그 후 미성년자 대상 유괴범, 그리고 살인범이나 강도를 저지른 자로 대상이 점차 확대됐다고 해. 특히 재범의 위험성이 높을 경우, 전자발찌를 차게 된다고 해.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람은 위치추적 관제센터에서 위치를 추적할 수 있어. 이 남자는 자신의 동선을 숨기기 위해 전자발찌를 훼손한 걸로 보여. 요즘은 잘 잘리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지지만, 2016년 당시에는 어렵지 않게 자를 수 있었던 거야.
이 씨와 김 씨는 훼손된 전자발찌를 챙겨 들고 계속 범인의 뒤를 쫓았어. 그런데 범인의 행동이 좀 이상해. 보통 도망치는 경우, 누가 쫓아오는지 주위를 살피거나 숨거나 해야 하잖아. 하지만 범인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대.

"뒤를 한 번도 안 돌아보더라고요. 계속 그냥 앞만 보고 걸어가요. 자연스럽게... 계획적이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순간 했어요. 저는... 우리가 따라오는 것도 알 수 있을 것 같고, 무조건 112로 신고를 해서 오게끔 만들지 않았나."
-이대범 목격자
▲ 서울 한복판의 총격전
어느새 주위는 어두컴컴해졌어. 범인이 주택가 골목길을 나와 갑자기 막 뛰어서 찻길을 건너. 맞은편은 오패산 터널 입구야. 길을 건넌 범인은 터널 입구 오른쪽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더니 화단 속으로 몸을 숨겨.

"그때 시간이 해가 지는 시간이라서 잘 안 보여요. 그 안에 있으면 깜깜해서."
-이대범 목격자
이 씨는 그 길 아래쪽에 선 채 경찰에 범인의 위치를 알렸어. 드디어 경찰이 출동했어. 경찰차는 터널 입구 옆 경사로에 멈춰 서. 그리고 조수석에서 경찰이 내려. 그 순간이었어. 귀를 찢을 듯한 총소리가 울려.
"어...? 나 총 맞았어."
이 씨의 앞에 서 있던 경찰이 그만, 범인이 쏜 총에 맞았어.
"정복 입은 순경분이랑 같이 올라갔죠. 그러고 나서 '저기 안에 있다' 그리고, 저를 딱 돌아보시는 순간에 총소리가 나고... '나 총 맞았어' 이러시고 쓰러지시고."
-이대범 목격자
함께 현장에 왔던 김 씨가 총에 맞은 경찰을 돌보는 사이, 뒤이어 형사기동대가 도착해. 그러자 범인은 화단 속에서 다시 총을 쏘기 시작해. 경찰도 권총을 꺼내 들고 맞대응에 나섰어. 총격전이 계속되는 동안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돌보는데 집중했어.

"영화에 보면 총 쏘고 고개 숙이고 총 쏘고 고개 숙이고 그러잖아요. 거의 그런 상황이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 다 숨었어요. 깜짝깜짝 놀라서. 저기 멀리 있는 사람들도 다 피하면서 쳐다보고 그랬어요. 총알이 어디로 날라올지 모르니까."
-이대범 목격자
남자는 경찰을 향해 십여 발을 발사했고 경찰은 공포탄 한 발, 실탄 세 발을 발사했어. 그중 두 발이 남자에게 맞았지만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어. 방탄조끼를 입고 있어서 괜찮았던 거야. 하지만 경찰들은 모두 맨몸인 상황이야.
필사적으로 몸을 숨겨가며 총격전을 벌이던 그때, 남자의 뒤로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다가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어. 인근에서 술을 마시던 일용직 근로자들이야. 이 상황을 보고 범인을 제압하려고 나선 거야. 5미터, 3미터, 1미터... 그리고는 몸을 날려서 남자를 덮쳤어! 남자가 화단 앞쪽으로 굴러 떨어지자 아래쪽에 있던 경찰이 달려와. 경찰과 시민이 힘을 합쳐 몸싸움을 벌인 끝에, 마침내 범인을 제압하는 데 성공해.
검거된 범인은 이런 이야기를 했어.

"자살하려고 한 거예요. 자살하려고. 나는 죽어도 괜찮습니다."
자살하려고 한 거다? 이게 무슨 말일까?
▲ 전과 7범 성범죄자 성병대
이 남자의 이름은 성병대. 나이는 46세. 2001년 특수강간으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성범죄자야. 집행유예가 끝나기 전에 또다시 미성년자를 강간해서 징역 5년을 선고받는 등 전과가 무려 7범에 달해. 2012년 형을 마치고 출소한 성 씨는 4년 후, 대한민국을 깜짝 놀라게 만든 총격사건을 일으킨 거야. 성 씨를 검거한 후 밝혀진 내용은 또다시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어. 이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의 이야기를 들어볼게.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총기사건이기 때문에, 그러면 그 총기는 어떻게 해서 사건 현장에 가게 되었는지 그런 부분이 좀 궁금했습니다. 성병대가 직접 사제 총기를 제작했고, 사제총을 만들기 위해서 서울 동대문이나 종로 같은 데 가서 쇠구슬, 화약, 그리고 알루미늄관, 이런 걸 다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한두 달에 걸쳐서 사제총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형태를 만들고 실제로 성능 테스트도 한 걸로 파악됩니다. 나무판에 알루미늄관을 덧대서 거기에 쇠구슬하고 화약을 넣어서 발사되게 하는…"
-김원학, 당시 성병대 사건 담당, 현 대구지검 부장검사
당시 성병대가 만든 사제총기는 심지에 불을 붙여 발사하는, 옛날 화승총과 같은 방식이야. 김 검사는 실제 총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성능시험을 요청했어. 그런데 그 결과가 놀라웠어. 총기의 강도는 강했어. 사람 피부와 비슷한 강도를 가진 젤라틴 블록인데, 여기에 총을 쏴 봤더니 34cm나 뚫고 들어갔어. 리볼버 권총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야.

"사람이 맞으면 치명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위력이었습니다."
-김원학, 당시 성병대 사건 담당 검사
성병대는 이런 총기를 총 17정을 만들었어. 성 씨가 메고 있던 가방 안에서 사제 총기들, 그리고 칼 7자루가 나왔어. 칼도 그냥 칼이 아니었어.
"보통 사시미 칼이라고 하는, 그 긴 칼의 손잡이 부분을 길게 만들었습니다. 창처럼."
-김원학, 당시 성병대 사건 담당 검사
그게 다가 아냐. 가방 안에서 사제폭탄도 나왔어. 폭발하면 사방으로 쇠구슬이 날아가는, 군대에서 쓰는 클레이모어 방식의 폭탄이 두 개 발견됐어. 또 자전거 가게에서 헬멧을 구입하고, 서바이벌 게임용 방탄조끼에 도마를 덧대서 총격전에 대비하기까지 했대. 대체 성병대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했던 걸까?
▲ 나는 억울하다? 심각한 망상
범행을 저지르기 열흘 전, 그가 SNS에 올린 글이 있어.

"내 전재산은 9,493원이다. 40대 중반에 실업자에 가난뱅이. 거기다 국민왕따. 이 정도면 실패한 인생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하여간 난 이제 틀렸다. 힘내라는 말도, 좀 더 인내하면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말도, 나에겐 의미 없으니…"
2012년 형을 마치고 출소한 성병대는 극심한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고 있었어. 일자리를 얻었지만 얼마 못 가서 그만두고, 대출을 받아서 주식 투자도 해봤지만 실패했다고 해. 동사무소에서 받은 긴급생계지원비도 바닥난 상태였어. 근데, 현재 자신의 처지가 궁핍하게 된 원인이 모두 경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거야.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경제적인 궁핍이었습니다. 본인 생각에 원인을 찾아보니까 자신을 처음 수사한 의정부 경찰서 경찰관들이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
-김원학, 당시 성병대 사건 담당 검사
성병대는 과거 두 건의 성범죄를 저질렀잖아. 그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어. 상대방도 크게 반항하지 않았다, 자기는 교제를 시작할 의사가 있었으니까 강간이 아니다, 경찰이 자신의 실적을 올리려고 피해자를 부추겨서 자기를 범인으로 몰았다, 심지어 경찰이 사주한 누군가가 자신을 죽일 거라고도 생각했대.

"이사를 가게 됐는데 이사 가는 집이 부동산 사장이 저희 누나한테 소개를 시켜준 집이거든요. 근데 그 집에 가게 되면 가스폭발사고로 인해서 암살될 수가 있어요."
-성병대

"그런 생각이 계속 가중되고 또 그로 인해서 여러 가지 관련 범행을 하면서 수감 생활이 상당히 길어지게 됩니다."
-김원학, 당시 성병대 사건 담당 검사
교도소에 있는 동안 그가 가진 피해의식은 점점 망상으로 치닫게 된 거야. 결국 필기구로 교도관을 공격해서 2년을 더 살아야 했어. 9년 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나오게 된 성병대. 하지만 바깥세상은 또 다른 감옥과 다름없었어.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단절하고 방 안에 틀어박혔거든.
그가 유일하게 소통하는 창구는 SNS였어. 성병대는 SNS에 장문의 소설을 썼다고 해. 제목은 '아귀'. 그 소설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해.

"오시오는 전자발찌를 부착한 자다. 전자발찌를 부착하였다고 하니 흉악한 성범죄자부터 생각나게 한다. 오시오가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된 경위는 성범죄 유죄판결에 따른 형 집행과 전자발찌법 소급 적용으로 인해 출소 후 전자발찌를 부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느 성범죄자처럼 보면 유감스러운 일이다."
-성병대의 소설 '아귀'
성병대는 자신을 투영한 주인공을 통해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경찰은 그를 감시하며 괴롭히는 존재로 등장해. 세상으로부터 고립될수록 그가 믿는 세상은 점점 더 견고해졌어. 성병대는 SNS에 직접 촬영한 영상들을 올리기도 했어. 그 영상들에는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어. 바로 경찰이었어.

오가며 만나는 경찰의 모습을 몰래 촬영해서 SNS에 올려왔던 거야. 성병대는 경찰에 대한 적개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냈어. 동네에 설치된 CCTV를 보면, '경찰이 나를 감시하고 있구나', 집 앞으로 구급차가 지나가면 '경찰이 날 정신병원에 감금시킬 수 있다고 협박하는구나', 경찰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믿은 거야. 그리고 그의 SNS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낯선 용어가 눈에 띄기도 해.

"이날 이 시각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부동산 잠입경찰이 내 현관문 앞 화장실을 이용하며 칵퉤작전을 전개하였기에 붙게 되면 붙어보자는 생각으로 내가 복장을 갖추고 방을 나와 부동산 건너편 골목에 한참 동안이나 서 있었다."
-성병대의 SNS 글 中
'칵퉤작전'이라는 표현이 있지? 성병대는 자신을 화나게 하는 주변 사람들이 경찰의 사주를 받고 있다고 믿었어. 자신이 폭행을 저지르도록 유도해서 체포하려는 경찰의 작전이라고. 이 유도작전을 '칵퉤작전'이라고 불렀던 거야.
"(자신과 충돌하는 사람은) 자기한테 누명을 씌웠던 경찰관들하고 같은 부류다. 자신을 감시하기 위한 비밀경찰이든지, 아니면 경찰 협조자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원학, 당시 성병대 사건 담당 검사

성병대는 같은 건물 1층에 살면서 마찰이 잦았던 부동산 주인이 '칵퉤작전'에 동원된 비밀경찰이라고 믿고 있었다고 해. 이렇게 그의 분노의 대상은 경찰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향하게 된 거야.
경제적 어려움이 한계에 다다르자 성병대의 분노도 마침내 폭발하게 돼. 그 무렵 그의 SNS에는 의미심장한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해. 범행 8일 전 올린 글이야.

"앞으로 나는 2~3일 안에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부패친일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내 목적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경찰 총에 사살되던가 생포되더라도 평생 감옥 또는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그곳에서 죽게 될 것이다.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강북경찰서 형사는 내가 내 방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내 방에 시신을 넣어 살인누명을 씌우려는 음모를 갖고 있다. 이는 확실한 것이다."
-성병대의 SNS 글 中
▲ 총격 사건의 피해자들
2016년 10월 19일. 해가 질 무렵, 성병대는 헬멧과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집 밖으로 나와. 등에 멘 가방 안에는 그동안 제작한 총기와 칼, 폭탄이 들어있어. 골목 안쪽에 숨은 그는 부동산 주인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려.

"무기도 준비하였고 피해자 A씨의 동선을 파악합니다. 몇 시에 퇴근을 하고 어디로 가고. 이제 그 이후에 실행으로 옮기게 됩니다."
-김원학, 당시 성병대 사건 담당 검사
저녁 6시 20분, 부동산 문이 열리고 주인이 밖으로 나와.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그의 뒤를 성병대는 조용히 따라붙기 시작해. 그리고는 총기를 꺼내 들고 심지에 불을 붙여. 1초, 2초, 3초... 탕! 그렇게 그날의 총격사건이 시작됐던 거야.
총소리를 듣고 거리로 나왔던 이 씨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용감하게 나섰어.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그에게 경찰은 포상금을 줬다고 해. 하지만 이 씨에게 그날의 일은 자랑스러운 기억이 아니라,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았대.

"제가 아닌 이 경찰관분이 오셔서 총을 맞았을 때. 돌아가실 거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사실... 이게 운이 없었으면 제가 맞을 수도 있었겠죠. 혼란스러웠어요 그때. 잠을 못 잤어요. 한 이틀 동안. 마지막 대화를 했으니까. 그분이랑 저랑.."
-이대범 목격자

그 경찰관의 이름은 김창호 경위, 나이는 54세였어. 경찰로 27년간 성실하게 근무해 온 그는 24번이나 표창을 받았던 모범경찰이자 한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었어. 범인은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김 경위는 어둠 속에서도 눈에 잘 띄는 야광조끼를 입고 있었어. 왜? 경찰이니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어야 하니까. 그 결과, 범인은 두 발을 맞고도 괜찮았지만 한 발을 맞은 경찰은 생명을 잃고 말았어.
이분 외에 다른 피해자도 있었어. 처음 성병대에게 망치로 가격 당했던 노인, 기억나? 그는 비밀경찰로 오해받았던 부동산 주인이었어. 성병대가 그를 향해 쏜 총알은 빗나갔어. 하지만 망치로 다섯 차례 가격당해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어. 그래도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해. 또 다른 부상자도 있었어. 빗나간 총알에 맞은 행인이 있었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해.
"그 일 있고 나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어요. 그 이후로 밤 되면 사람들이 잘 안 다녀요. 그냥...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구나. 이게 이런 일이 정말 무서운 일이구나..."
-이대범 목격자
▲ "이건 혁명" 이해할 수 없는 주장
사건 발생 일주일 후, 성병대의 현장검증이 있는 날이야.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거리로 나온 주민들, 취재진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인원 통제를 위해 70명이 넘는 경찰이 동원됐다고 해. 성병대는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있을까? 그날의 모습을 보여줄게.

"더 이상 당하지 마십시오. 국민 여러분!"
"국민이 왜 이런 분노를 하고 있는데!"
"이건 혁명입니다. 혁명!"
잘못을 반성하는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아. 그러면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계속 해.

"경찰은 번동 병원에서 사망했습니다. 그분은 링거 주사제 치료 과정에서 독살됐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찰의 악행에 더 이상 당하지 마십시오. 국민 여러분! 경찰이 독살한 겁니다!"
"그분이 어떤 분인지 사실 저는 정확히 모릅니다. 근데 경찰 조직에서 죽인 걸로 봐서는 나쁜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 검사는 성병대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대검찰청 통합 심리분석을 의뢰해서 심리검사를 실시하려고 했어. 그래서 세 차례 정도 검사 의향을 성병대에게 물었어. 하지만 성병대는 이를 모두 거절했다고 해. 왜 거절하는지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대.
"만약 나한테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동안 내가 했던 얘기가 다 허위가 되잖아요."
만약 정신적인 결함이 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경찰에 의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주장을 인정받지 못할까 봐, 그래서 심리검사를 거부한 거야. 그래서 김 검사는 전문 수사자문위원으로 심리분석 전문가를 초빙해. 심층 면담을 통해 성병대의 상태에 대한 자문을 받았어. 그 결과, 이렇게 결론을 내려.

"피고인의 인지 기능, 사물을 인식하는 인지 기능은 온전하게 유지되고, 일부 망상이 있지만 상황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 고도의 체계화된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또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범죄 성립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 취지의 보고서를 주셨습니다."
-김원학, 당시 성병대 사건 담당 검사
한마디로 말하면, 성병대의 망상적인 사고와 범행의 성립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오히려 피해망상적인 사고가 심화될 경우, 극심한 분노 폭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어. 재범 위험성이 극히 높다는 결론을 내리게 돼.
▲ 국민참여재판
김 검사는 성병대를 살인, 살인미수 등 6개 죄목으로 기소해. 그런데 성병대는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고 법원에 요청한 거야. 일반 국민 배심원의 판단을 받고 싶다는 거지. 그렇게 1심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려. 재판정에는 김 검사는 물론,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이 씨도 증인으로 참석했어. 하지만 증인석에 오른 이 씨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게 돼.

"보통 변호인이 저에게 질문을 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성병대 그 범인이 질문을 하더라고요. 물어보는데 너무 당당하게 물어봤던 것 같아요. 자기가 지금 어디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처럼 그렇게, '지금 이건 다 조작돼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나를 쫓아왔냐', '누구랑 짠 거 아니냐' 그런 질문을 하는데 제가 사실 화가 좀 나더라고요. 미안한 마음이, 반성하는 기미가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대범 목격자
성병대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변호에 나섰다고 해. 그리고 갑작스러운 주장으로 김 검사까지 당황하게 만들어.

"그 피해 경찰관의 동료 경찰관이 실탄을 세 발 발사했습니다. 그 세 발 중에 두 발이 피고인의 왼팔하고 배에 맞았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발이 어디 갔겠느냐. 동료 경찰관이 쏜 실탄에 의해 경찰관이 사망한 것이다. 이런 주장이었습니다. 자신은 실탄을 두 발 맞았는데 멀쩡한데, 자신이 만든 사제총기에 어떻게 경찰관이 사망할 수 있느냐."
-김원학, 당시 성병대 사건 담당 검사
경찰이 쏜 세 발 중에 자기가 두 발을 맞았는데, 나머지 한 발이 피해자에게 맞은 거 아니냐는 거야. 황당한 주장이지만 국민 배심원이 참여하는 재판이잖아. 혹시라도 오해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야. 그래서 김 검사는 성병대의 주장을 깨뜨릴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해. 바로 피해자의 X레이 사진. 거기에는 오른쪽 가슴에 박혀있는 쇠구슬이 찍혀 있었어. 경찰이 쏜 총이 아닌, 성병대가 쏜 총에 맞았다는 확실한 증거였던 거야. 성병대는 증거 사진을 보고 이렇게 답했다고 해.
"이 쇠구슬은 경찰이 조작한 것입니다. 피해자의 몸속에 있던 탄환을 쇠구슬로 바꿔놓은 겁니다!"
성병대는 최후진술에서도 이렇게 말했어.
"증인들은 나를 피해망상으로 몰고 가려고 사전에 교육을 받은 것입니다."
김 검사는 피고인 성병대에게 사형을 구형해.
"피고인은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하였고, 또 피해 회복이나 사과의 말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에 대해서 극형을 구형하게 되었습니다."
-김원학, 당시 성병대 사건 담당 검사
9명의 국민배심원도 4시간에 걸친 평의 끝에 평결을 내렸어. 배심원들 9명 모두 만장일치로 유죄를 평결했어. 다만 그중 4명은 사형, 5명은 무기징역 의견을 냈다고 해. 재판부는 배심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무기징역을 선고했어. 피고인이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될 필요가 있다고 본 거지.
성병대는 선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소했어. 하지만 2심과 대법원의 판결도 다르지 않았어.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탕! 탕! 탕!"
그렇게 성병대는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됐어.
▲ 불편한 진실
그런데 오늘 이야기는, 이제부터야.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어둡고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할까 해.
과거 성병대가 교도소에 수감됐던 당시, 성병대를 알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게.

"얼굴 공개된 것 보고 아이고 깜짝 놀랐죠. (그때도) 입만 열면 죽인다고 했으니까. 나가면 다 죽여버리겠다고. 경찰관들. 자기는 억울하대요. 자기는 죄 지은 게 없다는 거지. 심지어는 (수용자 중에) 머리 깎는 애들이 있어요. 머리 깎는데도 걔는 그걸 못 깎아. 머리를. 경찰관이나 교도관이 시켜서 자기를 죽인다고. 그 가위로 자기를 목을 찔러 죽인다고..."
-교도소 동료
성병대는 과거 교도소에 수감됐을 때 네 번에 걸쳐 조현병 등의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받지 않았어. 정신질환은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가능해. 아무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어. 만약 그때 성병대가 정신건강 전문의가 필요한 치료를 했다면, 증상을 치료하고 사회로 나왔다면, 오패산 총격사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성병대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번에는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을까? 법무부 교정본부에 물었어.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의료과장으로 근무 중인 정신과 의사 주소연입니다. 저희는 이제 강제로 치료에 개입할 수 있는 그런 법적인 권한이 없기 때문에요. 수용 질서에 문제를 일으킬 만한 그런 행동을 반복하지 않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희가 강제 치료할 수 있는 그런 법적인 근거가 없으니까요. 정신건강 전문가가 누군가 좀 정신질환이 의심된다고 선별하고 진단 절차를 거치고 치료를 유지하고 출소 시 연계를 해줘야 되는데. 그래야 그게 가능할 텐데, 지금 그런 체계가 전무하니까요.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행동을 일으키지 않으면, 그냥 정신질환자로 분류되지 않고 계속 있다가 그냥 나가는 거죠."
-주소연, 법무부 교정본부 의료과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복지법에 수용자에 대한 항목이 없대. 본인이 치료를 거부할 경우, 치료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한다는 거야.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이 사람이 정신질환이 있는지를 감정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이 사건에서 보듯이 피고인은 정신질환이 있는지 검사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검사 자체를 할 수 없으면, 어떻게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 부분이 가장 큰, 법의 맹점이라고 보여집니다."
-김원학, 당시 성병대 사건 담당 검사
2016년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김 씨, 2019년 진주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탈출하는 주민들을 살해한 안인득, 2023년 분당 서현역에서 흉기를 휘둘러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최원종. 이들의 공통점은 정신질환이 아냐. 스스로 치료를 중단했다는 거야.
현재 약 7만 명의 수용자 중 정신질환 범죄자는 약 7천 명이라고 해. 그중 중증 정신질환자 비율이 무려 47%에 이른다고 해. 게다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야. 최근 10년간 무려 2.3배가 증가했다고 해.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돼.

"세계적으로는 보통 중증 정신질환자만 해도 전체 수용자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걸로 알려져 있고요. 저희가 통계를 내는 건, 정신과 상병 코드를 받고 정신과 투약을 하는 사람만 세고 있기 때문에, 실제보다 작게 파악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소연, 교정본부 의료과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문가들은 정신질환 수용자가 늘어나게 된 원인이,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어. 과거에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이 가능했는데, 악용 사례가 발생하며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겨. 헌법재판소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정신병원 강제 입원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어. 그래서 법 개정을 통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조건을 강화한 거야. 그 결과, 정신병원 입원 환자수가 크게 줄어들게 돼.
1939년 영국의 과학자 펜로즈가 밝힌 '펜로즈 가설'이라는 이론이 있어.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줄어들면, 교도소 수감자는 늘어난다는 거야. 지금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어둡고 불편한 현실이야.
그럼, 정신질환자로 분류된 수용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을까? 전국 교정기관에 수용된 정신질환자는 7천 명 가까이 돼. 그럼, 교정기관에 소속된 정신과 전문의가 몇 명일 것 같아? 단 한 명뿐이야.

"의료과 소속으로 진료 업무를 담당하는 정신과 의사는, 주 15시간 시간선택제 의무관 한 분뿐이십니다. 우리나라 전체에서요. 전체 교정시설에서 한 분밖에 없습니다."
-주소연, 교정본부 의료과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교정기관은 형을 집행하는 곳이지, 치료를 위한 곳은 아니잖아?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가능한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 아까 초반에 봤던, 약무관이 수용자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을 지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야.
통계에 따르면 최근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 중 전과가 있는 사람이 60%가 넘는다고 해. 정신질환자가 아닌 경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야. 왜 이렇게 재범률이 높아진 걸까? 이들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경우, 민간에서 치료를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고 해. 그렇게 방치될 경우, 또다시 교정시설을 찾게 되는 범죄의 회전문에 갇힐 수도 있어. 제2의 성병대가 나올지도 몰라.

"한 번이라도 교정시설에 처음 들어왔을 때, 정신건강 전문가가 이 사람의 정신질환 가능성에 대해서 선별하고 제대로 진단하고 필요한 치료로 연결해 주고 출소할 때 치료가 중단되지 않게 잘 지속되고 있는지를 누군가가 추적 관찰을 해주고. 그러한 제도가 있으면, 이 사람이 아주 사회에 위험한 존재로 발전되는 그 과정을 겪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출소 시 치료를 연계해 주는 법과 제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주소연, 교정본부 의료과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언젠가 사회로 돌아갈 우리 이웃이잖아요. 정신질환 치료가 잘 관리가 되고, 사회에 나가서도 이 치료가 계속 연계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현이 된다면, 그런 범죄로부터 좀 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권나영, 서울동부구치소 약무관
희망적인 소식이 하나 있는데, 최근 법무부가 서울대학교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해. 교정기관에 정신건강 전문의를 파견해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전문 치료 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야.
오늘 이야기에 꼭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어. 혹시라도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는 거야. 이런 혐오의 감정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와 기피가 아니야. 정신질환자가 위험하다는 편견은 이들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 거야. 오히려 치료의 기회를 빼앗게 되는 거야.
혐오와 기피로 그들을 범죄의 회전문에 가둘 것인지, 어둡고 불편한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보다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이제는 선택해야 할 순간이 아닐까?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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