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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감사합니다" 소아과 의사의 죽음, 번지는 추모 물결

"선생님 감사합니다" 소아과 의사의 죽음, 번지는 추모 물결
▲ 국화

"그동안 저희 치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저의 병 고쳐주셔서 감사해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삼성드림소아청소년과의원 벽면에는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꾹꾹 눌러쓴 메모지가 빼곡히 붙었습니다.

이 병원의 원장 채수호(47)씨가 지난 3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어린이들이 남긴 쪽지였습니다.

오후 4시쯤부터 10분 동안 찾아온 시민만 20여 명에 달했습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은 부모들은 허망한 표정으로 200여 개의 추모 쪽지를 찬찬히 읽다가 눈시울을 붉히곤 했습니다.

한 시민은 "천국에서 천사 같은 아이들 진료를 보고 계실 것"이라며 "두 아이의 주치의 선생님으로 든든하게 지켜주셔서 감사했다"고 적었습니다.

또 다른 메모지에는 "꼬꼬마 아이가 어엿한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했던 병원"이라고 적혔습니다.

누군가 병원 앞에 가져다 둔 작은 상도 흰 국화로 가득했습니다.

"생전에 커피 한 잔 할 여유도 갖지 못했다. 죄송하다"는 쪽지가 붙은 커피도 눈에 띄었습니다.

세 자녀를 둔 김 모(50)씨는 "뵐 때마다 '어머님께서 이 정도는 챙겨주셔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시니 처음에는 싫어하기도 했다"고 웃었습니다.

김 씨는 "나중에 보니 이만큼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분이 없더라"며 "자기 자식을 보듯 항상 웃으며 진료를 봐주신 게 눈에 선한 데 믿기지 않는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 할머니는 "무슨 일이냐"고 묻더니 뒤늦게 채씨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고, 우리 선생님 아직 젊은데 어떡하냐"고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주민들의 추모 물결로 인근 꽃집에서는 흰 국화가 동이 나기도 했습니다.

고인의 온라인 부고에도 발인이 엄수된 5일까지 사흘 동안 부모들의 추모 글 200여 건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창전동 엄마'라고 소개한 이는 "천국에도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부족한가 보다"며 "왜 착한 사람들을 이렇게 빨리 데려가는지 너무 슬프다"고 애도했습니다.

고인의 동생은 "많은 분의 위로로 무사히 발인했다. 유가족들이 평안을 얻도록 기도 부탁드린다"며 "형님께서 실천하신 사랑을 주변에 베풀어주시며 살아가 주시면 천국에 계신 형님께 큰 기쁨이 될 듯하다"고 답했습니다.

발인 직후에는 간호사들이 병원에 출근해 '혹시 원장님이 오실 수도 있다'며 문을 활짝 열어놓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포 맘카페'에도 고인을 추모하는 글이 잇달아 게시되고 있습니다.

한 작성자는 "지방에 가셨다가 선거일에 '아이들이 아프면 응급실에 가기도 힘들다'고 올라오시다 사고가 나셨다고 한다"며 "마지막까지 아이들 생각만 하시다 떠나신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적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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