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서울 서초구 법원삼거리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주최로 열린 일제강제동원 사건 추가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인 김한수 할아버지가 증언하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으로 피해를 본 107세 김한수 할아버지가 80년 만에 일본 기업으로 1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9일 김 할아버지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1918년생인 김 할아버지는 고령으로 거동이 어려워 선고 당일 법정에 출석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1944년 7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미쓰비시 주식회사에서 운영하는 조선소에 강제동원돼 일했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2019년 4월 "같은 인간으로 왜 그들(일제)한테 끌려가서 개나 돼지 대우도 못 받는 인간으로 살아야 했냐"며 소송을 냈습니다.
1심에서는 2022년 2월 김 할아버지 패소 판결이 나왔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을 처음 인정한 대법원의 2012년 파기환송 판결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였습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와 가해자를 피해자가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하지만 2심은 소멸시효 계산 기준을 2012년 파기환송 판결이 아니라 해당 판결이 재상고를 통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확정된 2018년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가능성이 확실하게 됐다고 볼 수 있고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원고에게는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전까지는 피고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김 할아버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던 2018년 10월 30일로부터 3년이 경과되기 이전인 2019년 4월 4일 소를 제기했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2023년 12월 일본 기업을 상대로 일제 강제동원의 책임을 묻는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나온 대법원 판결 취지를 따른 것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는 일본기업 측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처음으로 명확히 했고, 이후 하급심 법원은 이 같은 취지의 판결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댓글 아이콘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