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1일) 아찔했던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의 용의자인 60대 남성이 자신의 이혼 소송에 대한 불만 때문에 범행을 했다고 진술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계획 범죄 여부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신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제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화재 당시, 방화 용의자 60대 남성 A 씨는 선로 중간에 쓰러져 있다가 승객들의 도움으로 들것에 실려 나왔습니다.
손이 그을린 걸 수상하게 여긴 경찰의 추궁 끝에 A 씨는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방화 용의자 A 씨 : (현주건조물방화죄로 체포합니다.) 네.]
[지하철 승객 : 당신 때문에 죽을 뻔했다고.]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어 지하철에 불을 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열차에 불을 질러 사람들을 다치게 한 혐의로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또, A 씨가 방화에 사용한 점화기와 유리통 구입 경위 등 계획 범죄 정황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하고 있습니다.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이번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건, 한 달 전 화재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훈련 덕분이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박우범/서울교통공사 영등포승무사업소장 : 지금 상황이랑 거의 90% 흡사한 (훈련이었습니다.) 본인이 먼저 (얘기를) 했어요. '소장님 한 달 전에 했던 거 있잖아요. 그게 많이 도움이 됐다'라고.]
불이 나자 열차를 멈추고 시민들과 함께 소화기로 진화에 나선 뒤 승객들의 대피를 도왔던 28년 차 베테랑 기관사는 화재 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어제저녁 퇴원했습니다.
[박우범/서울교통공사 영등포승무사업소장 : 연기 사이를 뚫고 들어가는데 '나도 죽을지 모르겠다'는 마음이었대요. 자기 직무를 갖고 뛰어 들어갔는데 좀 두려웠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방화로 연기 흡입 등으로 23명이 다치고 129명이 현장 처치를 받았습니다.
또, 지하철 1량이 소실되는 등 3억 3천만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난 걸로 집계됐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손해배상과 구상권 청구 등 A 씨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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